“아웃소싱 바람 맞고 골병에 신음하는 호텔 룸메이드”

호텔서비스여성노동자의 건강 및 작업환경 개선 토론회

호텔 객실을 정리·정돈하는 일을 주요업무로 하는 호텔 ‘룸메이드(room maid)’ 노동자들에게 ‘아웃소싱’이라는 바람이 거세게 불어닥치기 시작한 건 IMF 직후인 1998년도부터다.

호텔업계는 “국제경쟁시대에 호텔산업이 나름대로의 생존 방법을 모색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주장하며, 호텔경영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비정규직 고용과 아웃소싱의 확대를 추진해 왔다. 98년 신라호텔이 객실관리부서를 아웃소싱으로 전환한 것으로 시작으로, 현재까지 대부분의 호텔들이 관리부서(경비, 주차장 관리, 청소 시설)나 객실관리부서(하우스키핑, 세탁, 룸메이드) 등의 업무를 아웃소싱하는 추세다.

그렇다면 호텔업계 내 ‘아웃소싱’이라는 바람은 어떤 결과를 초래했을까. 대부분의 호텔들이 아웃소싱 대상 직종의 직원들을 명예퇴직 시킨 후 자회사식으로 ‘ㅇㅇ호텔서비스’라는 용역회사에 소속시켰다. 즉, 인건비로 이익을 내는 용역회사가 중간에 낀 간접고용의 형태로 변화된 것이다. 이는 인력감소와 노동강도 심화, 책임감 증가, 더 다양하고 복합적인 업무 등을 낳고 있다.

노동강도의 심화는 곧 건강권 침해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대부분 중장년 여성인 호텔 룸메이드 노동자들은 각종 세제 및 분진에 상시적으로 노출돼 있어 호흡기 질환이 우려되고, 반복 작업 및 중량물 운반 등으로 근골격계 질환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국여성노조 서울지부와 노동건강연대가 지난 22일 오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교육장에서 개최한 ‘호텔서비스 여성노동자의 건강 및 작업환경 개선 토론회’에서는 ‘아웃소싱’으로 대변되는 비정규직화와 열악한 노동조건이 맞물리면서 호텔룸메이드 여성노동자들의 건강이 어떤 악영향을 받고 있는지에 대한 심층적인 논의가 진행됐다.

결과는 자못 충격적이다. 호텔 룸메이드 노동자의 74%가 쉬는 시간 없이 ‘중노동’에 시달리고 있었고, 그 결과 67%의 노동자가 근골격계 질환에 대한 자각증상을 호소했으며, 24%는 즉각 치료가 필요한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토론회는 여성노조 서울지부와 노동건강연대가 2004년말부터 2005년말까지 두 차례에 걸쳐 호텔 룸메이드 노동자 131명의 건강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진행됐다

ⓒ 매일노동뉴스

“비정규직일수록 노동강도·스트레스 동반상승

이날 토론회의 주제발표를 맡은 정최경희 노동건강연대 정책위원은 “조사 결과 룸메이드 노동자들에 대한 비정규직 전환이 이뤄짐에 따라, 비정규직은 정규직에 비해 일의 양과 노동시간은 늘고, 임금은 줄어드는 변화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정규직의 비정규직 전환은 결과적으로 노동강도 강화를 초래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룸메이드 노동자들은 ‘직무 재량도’는 낮으면서 상사 등으로부터의 ‘직무 요구도’가 높아 ‘직무 긴장도가 높은 군’으로 평가됐다”며 “특히 비정규직은 정규직에 비해 직무긴장도 지표가 유의하게 높아 더 많은 스트레스 요인들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합성세제나 먼지 등 부적절한 작업환경으로 인한 사고 및 질환 발생 가능성도 높은 상황. 정최경희 정책위원은 “룸메이드 노동자 70%이상이 먼지와 합성세제의 사용 등에 의한 화학물질 노출, 사고나 질환의 위험이 심각하다고 응답했다”며 “호텔 방 청소를 하는 작업에서는 실내오염물질과 먼지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며, 이는 만성 호흡기 질환 및 천식 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호텔 룸메이드 작업장의 유해요인 명(%)

항목 매우 심각 심각한 편 심각하지 않은 편 전혀 심각하지않음 계
먼지 78(65.6) 30(25.2) 11(9.2) 0(0.0) 119(100)
무거운 도구 및
기구의 조작 43(38.4) 40(35.7) 24(21.4) 5(4.5) 112(100)
화학물질(합성세제) 41(36.3) 44(38.9) 21(18.6) 7(6.2) 113(100)
사고나 질환 위험 45(38.1) 42(35.6) 27(22.9) 4(3.4) 118(100)
마스크 착용 항상 착용 착용하는 편 착용하지 않는 편 항상 하지않음 계
1(0.9) 1(0.9) 15(13.9) 91(84.3) 108(100)

“아프고 쑤시고 화끈거려”…근골격 질환 매우 심각

한편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비슷한 객실을 돌아가며 청소하는 ‘반복 작업’과 무거운 기구의 사용 등으로 인해 근골격계 질환에 시달리는 룸메이드 노동자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토론회 주최측이 실시한 실태조사에서도 응답자의 67%가 목, 어깨, 팔/팔꿈치, 손/손목, 허리, 무릎 등이 ‘아프거나, 쑤시거나, 화끈거리거나, 저린다’고 답했고, 응답자의 23.9%는 즉각적인 치료가 필요한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 및 근골격계질환의 분포

항목 명(%) 계
사고 유 25(32.5) 100(100)
무 52(67.5)
근골격계
자각증상 유 73(67.0) 109(100)
무 36(33.0)
근골격계
질환 의심 양성 26(23.9) 109(100)
음성 83(76.1)

정최경희 정책위원은 “룸메이드 노동자처럼 부족한 인력으로 일정한 시간 안에 정해진 분량의 일을 하게 되면, 시간당 더 많은 노동이 필요하게 되고, 이것은 동일한 시간에 근골격계에 더 많은 부담을 주게 돼 근골격계 장애를 유발하게 된다”며 “근골격계의 긴장을 적절하게 풀어줄 수 있는 휴식시간이 보장되지 않는 점도 근골격계 질환 유발을 가중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 사례발표자로 참석한 윤금옥씨(롯데호텔 근무 중인 룸메이드 노동자)도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10여 개의 객실을 돌며, 욕실청소, 침대청소, 커튼정리, 각종 물품정리, 객실 밖 비상계단 청소 등을 하고 나면 심각한 어깨통증에 시달리게 된다”며 “룸메이드 열에 아홉은 근골격계 질환을 호소하지만, 산재 처리도 힘든 상황이라 아파도 참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라고 말했다.

“정규직화, 인력충원, 휴식시간 보장만이 해결책”

정최경희 정책위원은 “노동강도의 문제는 사고성 재해 및 질환 모두에 해당하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며, 인력을 충원해 현재 각 개인에게 주어진 노동량을 감소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실태조사 결과 사고로 인해 산재처리를 받은 경우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 실제 호텔 룸메이드 여성 노동자들의 사고에 대한 산재보험 처리율은 매우 저조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하고, “호텔 서비스 여성 노동자들도 엄연히 산재보상보험법의 대상이 되는 노동자이고 직업관련성 질환의 위험성이 높은 만큼 산재처리가 더 용이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하고,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대한 바른 이해를 돕도록 교육도 시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호텔룸메이드 겪어보니 “정말 힘드네”
이날 토론회에서는 참여관찰 연구를 위해 지난해 한달간 A호텔에서 룸메이드로 근무한 김양지영 한국여성노동자회협의회 조사연구부장의 사례 발표도 진행됐다. 김양지영 부장은 호텔 룸메이드 노동자의 작업환경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본인의 경험을 토대로 발표했다.

“룸메이드 실습을 하면서 손과 발의 통증과 끊어질 듯한 허리통증을 겪었고, 몸 여기저기에 어디서 난지 모르는 멍이 많이 생겼습니다. 베딩(bed making)을 하는 과정에 작업공간이 확보되지 않은 속에서 작업을 하다보니 손에 멍이 들고 갈라지고, 객실정비가 대부분 손이 가는 작업이다 보니 극도의 손가락 고통을 겪었고요. 아침에 일어나면 손이 퉁퉁 부어 있었습니다.”

김양지영 부장은 특히 실습 당시 겪었던 육체적 고통을 강조했다. “하루는 배큠(진공청소기)으로 방을 다 밀고 복도를 밀려고 객실문을 열고 나가는데 문이 무거워 닫히는 바람에 허리가 문에 맞았습니다. 뜨거운 물에 화상을 입을 뻔한 적도 있고요. 눈에 먼지가 자주 들어가 눈이 충혈되고 눈썹 위에는 먼지가 켜켜이 쌓입니다.”

김양지영 부장은 “일이 너무 바빠 화장실 갈 시간을 잘 못 냈고, 이를 본 선배들은 실제로 오줌소태 걸린 사람이 있으니까 조심하라고 일러주기도 했다”며 “경력이 오래되신 분들의 경우는 오랫동안 서서 일하는 직업이라 그런지 정맥류를 갖고 있는 분이 상당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대인 서비스로 인한 스트레스도 상당하다는 게 김양지영 부장의 설명이다. “룸메이드의 작업장인 객실은 호텔의 로비나 식당 등과 달리 사적공간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호텔 내 다른 대인 서비스직종에서보다 더 다양한 고객변수가 있습니다. 고객들 중에는 룸 메이드에게 객실 편의용품을 요청해놓고 갖고 들어가면 자신의 성기를 노출시킨다거나 재실청소를 하는 중에 침대에 누워서 포르노를 틀어놓는 경우도 있습니다.”

김양지영 부장은 “룸메이드는 육체적이니 노동과 함께 수준 높은 감정노동까지 요구받고 있다”며 “호텔은 이들의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하며, 특히 노동강도를 줄이고 휴식시간을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구은회 기자 press79@labor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