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한 비정규직 노동자의 형님이 되신다는 분이 민주노총 서울지역본부 사무실로 전화를 걸어와서 도움을 요청하였다. 내용인즉슨 학습지회사에서 학습지 교사로 근무하는 동생이 뇌출혈로 쓰러졌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냐는 거였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학습지교사는 아직까지 노동자로 인정받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노동자로써 당연히 보장받아야할 기본적인 권리조차 누리지 못한다. 때문에 그 학습지교사는 회사로부터 아무런 보상을 받을 수 없는 것이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우리나라 재계 재산 순위 50위안에 학습지 상위 4개사의 소유주가 단 몇 년만에 진입할 정도로 소위 잘 나가는 회사이다. 더욱이 학습지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대교의 경우 재산순위 9위를 차지할 정도로 많은 돈을 벌고 있다. 그런데 그곳에서 일하는 학습지 교사의 현실은 진정 참담할 지경이다.

한 학습지 교사는 임신을 한 후에도 계속 관리를 하라는 회사의 압박에 부른 배를 껴안고 이 집 저 집 관리를 다니다가 유산하고 그것도 모자라 유산한지 3일 만에야 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또 수술을 받은 지 하루만에 다시 출근해서 일을 해야만 했다. 물론 이에 따른 보상은 한푼도 받지 못했다.

우리 사회가 과거에 비해 많이 나아졌다고들 한다. 배곯지 않고 아프면 병에 갈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아졌냐고 말이다. 하지만 이것은 말짱 거짓말이다. 아직도 많은 결식아동들이 우리 주위에 있으며, 절대빈곤층이 계속해서 늘어가고 있다. 카드빛에 아이들과 함께 자살하고 병원비가 없어 어린 딸의 생목숨을 끊어야 했던 부모의 심정을 누가 알겠는가?

농민이 머나먼 이국 땅에서 할복하고, 노동자가 목을 매고, 신나를 온몸에 뿌리고, 떨어져 죽는 이 사회에서 과연 건강한 삶이란 가능하기나 한 걸까?

글이 두서가 없다고 나무라지 말기를 바라며, 누구나 공감하는 건강하게 살 권리가 단순히 어디 다치지 않고 장애인이 되지 않는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 일하는 사람들 누구나 크고 작은 질병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며 안고 살아가야 하는 것이 아닌, 몸과 마음 모두가 건강한 사회를 우리는 요구하고 쟁취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탄압에 항거하며 돌아가신 열사 분들을 생각하며, 그리고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병상에서 죽음과 삶의 기로에 서 계신 동지들의 쾌유를 빌며 이만 끝내야겠다.

살아서 싸우자. 그리고 꼭 좋은 세상 만들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