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조진원 소장

 

 

지난 10월 26일, 비정규노동자대회에서 근로복지공단 비정규직노동자 이용석씨가 비정규직 관리세칙을 없애라며 부당한 차별에 항의, 자살한지 한 달이 넘어간다. 근로복지공단 비정규직노동조합은 지금도 파업을 계속하며 공단과 교섭하고 있으나 파업은 길어지고 있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부가조사를 토대로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전체 비정규직노동자 7백84만명 가운데 19만명 만이 노조에 가입, 노조 가입률이 2.4%라고 한다. 전체 임금노동자의 56%에 이르는 비정규노동자들은 스스로를 보호할 조직인 노동조합을 결성하든, 가입을 하든 그 기회와 권리가 막혀 있는 것이다. 또한 정규직을 100으로 할 때 비정규직의 월 임금총액은 2003년 현재, 51%에 불과하다. 비정규직노동자들은 저임금과 장시간노동, 사회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 빈곤층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비정규노동자의 문제는 지난 몇해 동안 줄기차게 이야기되었으나, 최근 비정규노동자 당사자들의 절망과 분노는 한계에 다다른 모습이다. 많이 이야기되기에, 많이 접하기에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비정규노동의 문제를 다시 한번 짚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가장 먼저 떠오른 사람은 조진원 소장이다. 노동, 시민 단체들의 연대체인 비정규공대위 사무국장이면서, 한국비정규노동센터의 소장으로서 그는 지금의 비정규노동이 처한 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이 험난한 시국을 통과할 어떤 전망을 갖고 있을까 돌아보고자 했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는 2000년 5월, 비정규 노동 문제를 사회적으로 해결해야 할 중대한 과제로 파악하고, 비정규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조직화를 촉진하기 위해 역량을 집약한다는 목표로 만들어졌다.센터는 는 비정규노동의 문제를 폭넓게 다루는 ‘워킹보이스(Workingvoice.net)’를 운영하면서, 월간 「비정규노동」을 펴내고 있고, 조사연구, 정책개발, 상담 및 법률구조, 교육사업 등을 펴고 있다.

 

이용석 본부장의 죽음 이후 비정규차별 문제가 노동운동 안에도 경종을 울리고, 사회적 이슈가 되어야 하는데, 사회적 이슈가 된 것 같은지..

– 비정규노동센터가 2000년 발족하고, 비정규노동 문제가 사회적 의제가 되었다고 본다, 그러나 비정규보호 법안은 비정규남용을 막지 못하고 있다. 지난 대통령선거 때 비정규문제에 대한 노무현 후보의 공약을 보면 비정규직 남용을 규제하고, 차별 철폐하겠다는 공약이 있었다. 노사정위에서 2년간 손을 본 비정규보호법안이 7월말 노동부에 넘어갔다. 그러나 공익안보다 후퇴한 노동부안이 노동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의제화에 성공은 했지만 해결할 수준의 내용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규제완화와 노동유연화를 포기하지 않는 정부가 물타기를 계속하고 있다.

 

기간제노동자를 사용할 사유를 제한하지 않는 법안을 만들어놓았고, 2년 기한 내 해고를 못하게 한 보호안도 무력화될 가능성이 있다. 파견법처럼 악용될 여지가 많다. 노동부는 규제가 가능하다고 강변하지만 파견법 허용으로 물타기를 한다. 이게 제일 문제다. 노동계의 힘과 압력이 필요하다.

 

정부는 대기업노동자를 공격하는데 비정규노동자를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그 이상의 의지는 없는 것 같다.

 

– 노동내부의 평등과 연대에 충실해야 정규직화도 하고, 차별도 철폐할 수 있다. 이게 노조 건강성의 지표다. 제도도 불안정하고, 보호법안에 대한 노동자와 사용자의 수용가능성도 불안정하다. 실천에 성찰이 필요하다.

 

노무현 정부의 문제는 공약을 이행하지 않는 것이다. 사회를 통합해야 노사관계가 안정되는데, 주택문제, 의료보험문제를 보라. 빚을 내지 않으면 생존이 어려운 사회다. 사회는 분열돼 있고, 보장성은 낮다. 노사문제가 불안정한 원인에 대한 근본처방 없이 노동자를 길들이려 하면 오산이다. 노무현대통령에게 당신이나 잘하라고 말하고 싶다. 사교육, 공교육 문제, 서민주택, 삶의 질을 보장해야 한다. 지금 시국을 노무현 대통령 개인의 문제로 볼 것이 아니라, 계급적 세력관계에서 자본 편에 붙은 것으로 봐야 한다.

 

현 노동운동이 보수언론과 정부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지만 대응을 못하는 것 같다. 정규직노동자와 비정규동자들이 함께 싸우는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할 것 같은데…

 

– 민주노총이 비정규문제에 있어 두 가지를 잘하고 있다. 이를 칭찬하고 싶다. 조직의 문화로서 비정규문제를 환기하고, 깨닫고, 싸우고 있다. 또 하나는 전략적 단계를 설정해서 사업을 하고 있다는 거다. 예산, 전략을 도입해서 투자하고 있다. 진전이 있고, 긍정적이다. 이에 맞춰 정규직노조가 안주하지 않고 나가느냐, 추진하느냐가 관건이다. 지난해 비정규노조로 캐리어사내하청 노조는 정규직이 각목을 들고 나왔고, 결국 포기했다. 몇 개월 후 기아자동차 사내하청노조는 그런 일 없이 정규직과 협의하고, 직접고용도 됐다. 현대자동차 하청노조에 대해서도 정규직노조가 임금인상협상을 해 냈다. 예전보다 발전한 거다. 같이 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특수고용노동자들의 소리가 좀 주춤한 거 같다. 근로자성 인정과 산재보험가입문제를 보더라도 풀리는 것이 없고, 최악을 선택하도록 정부가 몰고 가는 것처럼 보인다.

 

– 비정규노조는 조직유지에 어려움이 많다. 고용기간이 정해져 있어 기간제 노동을 하니 노조하기가 위험하다. 자원이 취약하고 유지가 어렵다. 특수고용노동자들은 노동자성 인정을 못 받아서 노조가 깨지고 있다. 보험설계사 노조도 필증을 못 받았다. 건설운송(레미콘)노조, 학습지노조도 단협은 맺었지만 노동자성을 법원이 부인해서 단협이 무력화됐다.

 

산별노조가 자원을 갖고 배분해야 하는데 산별조직화가 더디고, 기업별노조의 연합정도 밖에 안되기에 그 기능을 못하고 있다. 비정규노동자들이 자연발생적으로 투쟁하는 것이지, 의식적으로 자원배분을 해서 노조가 많은 노동자를 포괄하지는 못하고 있다.

 

특수고용노동자들의 산재보험문제는 이들을 근기법상 노동자로 볼 것인가 문제다. 정부는 이들을 근로자로 인정은 하지 않으면서, 취업자 개념을 쓰면서 산재보험에 가입하게 하고, 비용은 사업주가 부담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근기법상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산재보험을 주면, 근로자성이 영영 부인될까봐 우려하는 거다.

 

다른 면에서는 사용자 책임을 지우면 유리할 수도 있다. 힘의 문제니까, 사용자책임을 무기로 근로자성을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정부가 순수하지 않으니까 문제다. 정책입안자들이 역이용하기에 이런 식의 산재보험가입은 반대하는 것이다.

 

정부의 비정규노동 관련 보호방안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노무현정부가 출범할 때 비정규문제가 좀 풀릴 거라 기대했었는지, 비정규관련 단체들이 노동부장관도 만났었고.

 

– 정부는 노동유연화 정책을 쓰면서 비정규노동자 보호입법을 추진한다고 한다. 한 정부가 대립적 정책을 추진하는데 일이 되나. 신자유주의를 좋아하는 경제관료가 정책을 좌지우지한다. 집권세력의 철학은 노동, 복지에 있지 않다. 지금 제일 어려운 이들은 농민, 중소영세, 비정규노동자들인데 자본의 이해는 이들을 계속 어려움에 빠뜨린다.

 

현실은 더 분열되어 있다. 전체 사회를 어떻게 운영할 건가, 노동부의 입지가 좁다. 산자유주의 시장만능정책을 제어할 수 없다. 노동, 교육, 여성, 복지 들이 사회 통합을 할 부서인데 여기에 힘을 못 실어준다. 외국기업, 외국학교, 외국병원 불러들여서 해결하려 하고 있다. 기획예산처와 재경부가 힘을 독점하고 있다.

 

우리는 비정규노동자의 건강, 산재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고, 실태를 알리고, 대안을 내는데 관심이 많다. 그러나 어려움이 많다. 전체 비정규운동흐름과 맞아야 하고, 거기에 도움이 되어야 하는데, 좀 심도깊은 의견이나 조언이 필요하다. 최근 하청노동자의 산재사망이 줄을 잇고, 이를 이슈화해서 항의도 하지만 관심을 못 받고 있다.

 

– 조직이든, 사회든 의제화하는게 중요하다. 노동운동, 노조활동의 의제로 등장할 때까지가 힘들다. 의제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인식을 바꿀 교육이 중요한데, 지금 노조운동에서 건강, 안전 이런 것이 의제인가, 노조운동에서 의제로 만드는 게 우선이고 중요하다.

 

비정규문제는 의제로는 만들어졌다. 실천방안을 만드는 단계이다. 건강문제, 안전문제는 의제화가 우선이다. 비정규노동자 산재가 심각한데, 대기업이 위험한 공정을 대부분 아웃소싱해버리고 있다. 정규직이 이를 묵인하고 있다.

 

노조가 더 할 수는 없지만 건강, 생명은 중요한데 통계나 수치를 언론에 발표해서 교통사고처럼 자주 오르내리게 해야 한다. 상담사례나, 사고집계 같은 거 있지 않나. 환기시키는 노력, 여론화하는 게 필요하다. 비정규노동자들 문제도 상담사례를 쌓아만 두고 있었는데, 발표하니까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더라.

 

언론을 활용하는 마인드가 필요하다. 남이 알게 하는 게 중요하다.

 

앞으로 비정규운동의 전략이랄까, 어려운 시기에 이를 헤쳐나갈 운동방향은 무어가 되어야 하나. 비정규공대위 상황, 시민운동과의 연대 상황은 어떤가.

 

– 대중조직이 중요하다. 건강성을 찾고, 대중의 고통을 대변하는 단체로 성장해야 한다. 비정규센터는 여기에 일조하려 한다. 사회운동에서 봐도 대중조직 역할이 중요하다. 시민사회단체는 설득력이 있다. 합리적이고, 전문성, 다양성도 있다. 동원력은 없지만.

 

비정규공대위가 가장 오래하는 공대위일 텐데.. 자원과 동원력은 노조에 있고, 다양성은 시민사회에 있다. 대중조직과 시민사회가 함께 해야 한다. 전문성이 있다고 사회를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동원력만 있다고 사회를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센터가 운영하는 ‘워킹보이스(Workingvoice.net)’나, 월간 「비정규노동」이 언로를 만들고, 정보를 집약하는데 좋은 역할을 하는 거 같은데, 『노동과건강』에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 하면 할수록 돈도 많이 들고, 굉장히 힘든 작업이다. 「비정규노동」도 한정된 주제로 매달 내기가 버거울 때가 많다. 워킹보이스에 젊은 비정규노동자들이 들어와 이용하는 거 보면 보람도 있다. 『노동과건강』도 이제 시작이니, 어렵다는 각오를 해야 할 거다(웃음). 노동건강연대도 예전만큼 활발한 활동을 하길 기대한다. 건설, 조선소, 많은 노동자가 죽고 있다. 대중조직과 함께 할 운동성 강한 사업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