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건강’ 발간을 준비하면서 우리는 소중한 목숨을 우리의 곁에서 떠나보내는 아픔을 경험하였다. 노동자의 삶과 미래를 송두리째 앗아가는 비정한 자본의 손배가압류 탄압에 맞서서 남은 몸뚱아리 하나로 처절한 투쟁을 하다가 자결하신 고 김주익 위원장을 떠나보내면서 또 한번 전근대적인 노동현실의 참혹함과 자본의 비정함에 통탄의 눈물을 흘려야만 했다. 또 얼마나 많은 피를 흘려야만 하는 것일까?
2003년 9월 현재, 2,154명의 노동자가 산재로 사망했다. OECD 표준을 외쳐대는 정부도 OECD 평균에 수십배가 넘는 사망재해에 대해선 아무런 반응이 없다. 살기 좋아져서 노동자가 위험한 일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볼멘 소리를 해대던 사업주도 이 대목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이 없다. 또 얼마나 많은 목숨이 제물로 바쳐져야 하는 것일까?
이제 노동자의 목숨을 앗아가는 후진적 노동현실을 뒤엎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무기가 필요하다. 평범하지만 강력한 무기, 사업주에게 강력한 위협이 될 수 있는 무기가 필요하다. 『노동과건강』은 그러한 무기를 찾기 위한 진지한 노력이 되어야 한다. 정확히 말하면 그러한 노력을 위한 첫 출발이어야 한다.
그러나 복간 준비2호를 발간하면서 아직 우리의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고난과 죽음의 노동현실이 반복되는 구조적 원인을 밝혀내고, 이를 뒤엎어 건강한 노동을 실현하기 위해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과학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길잡이를 생산하기엔 우리의 준비는 매우 부족하다. 대규모 사업장의 조직노동자 뿐 아니라 비정규 노동자, 영세사업장 노동자, 미조직 노동자, 여성 노동자, 이주 노동자의 건강권을 쟁취하기 위해 지금 우리는 어떠한 무기를 선택해야 하는가를 논리적으로 제시해줄 수 있는 역량은 더 더욱 부족하다.
『노동과건강』 복간호가 노동자건강권운동의 무기가 되려면 그 칼끝을 더욱 가다듬어야 한다. 갈 길이 멀지만, 우리는 가야 한다.
노동자의 삶과 미래의 희망은 결코 누군가에 의해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평범한 진리를 김주익 위원장의 혼을 통해 다시 한번 깨닫는다. 노동자의 건강권 역시 다르지 않을 것이다. 끊임없는 자각과 실천이 없는 한 건강한 노동은 쟁취될 수 없다. 자각과 실천을 위한 무기로서 『노동과건강』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것이 『노동과건강』 편집팀이 앞서 간 동지들에게 책임을 다하는 것이 될 것임을 조심스럽게 되새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