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진화의 관점에서 안전보건의 의미가 무엇인지, 그리고 안전보건의 문제를 푸는 기제는 진화과정 상에 어떠한 것들이 발전되어 왔는지 등에 대한 고민을 우리 사회가 해 본적은 없다.

흔히 성적매력이 진화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였을 것이라는 추측은 지금까지 우리 사회에서 많이 언급되고 회자되고 있다. 예를 들어 새들에게 있어 화려한 깃털과 매혹적인 울음소리 등은 짝을 찾고 새끼를 갖는데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으며, 이러한 특성이 선택적으로 후대에 반영되어 결국 현재에 보이는 특정한 모습과 목소리를 가진 새로 진화되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서 깃털이나 울음소리 같은 특성을 좌우하는 유전자는 성적매력을 좌우하고, 결국 진화과정을 통하여 선택되는 유전자라는 설명은 매우 단순하면서도 우리 주위의 자연현상을 설명하는데 있어 일정한 호소력을 가진다.

한편 안전보건을 유지시키는 능력은 실제 새끼를 낳아 다음 세대에 이를 전달할 수 있도록 성장시키는데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즉 새들에게 있어 주위를 살피고 안전한 곳에 보금자리를 마련하며, 건강한 음식과 충분한 영양분을 찾아 낼 수 있는 능력은 결국 자신의 유전자를 지닌 새끼가 자라나 다시 다음 세대의 새끼를 키울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수 있는가에 있어 매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그러므로 진화의 과정을 좀 더 세분하여 본다면 단지 유전자의 전달이라고 하는 성적 결합만이 아니라 유전자의 보존이라고 하는 양육과 보육과정에 있어서도 진화는 아주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실제 인간 사회에서의 성적 매력을 분석해 보면 특이하고 눈에 띄는 모습과 행동을 한다하더라도 위험하고 지속될 수 없는 모습과 행동이라고 한다면 대부분의 경우 성적 매력으로 작용을 하지 못하고 단지 튀는 성격의 사람으로만 머물고 만다. 반면에 특별히 자신의 모습과 행동을 튀게 만들지 못하지만 지속적이고 안정된 환경과 삶의 조건을 만들 수 있다면 경우에 따라서 성적매력으로 작용하여 배우자를 얻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볼 때, 진화에 있어 중요한 성적매력은 성적 결합만이 아니라 자식의 보육과도 관계되는 지점에서 발견될 수가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진화의 관점에서 다른 포식자들에게 잡아먹히거나 내지는 사고를 당하여 사망하는 것이 종의 생존과 번식에 영향을 미치는 점을 고려하여 그 중요성을 인정한다고 하였을 때, 안전보건을 갖춘 환경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 내지는 그 표현방식(phenotype)은 진화에 있어 매우 중요한 결정요인이라고 할 것이며, 우리 인류는 어떻게 해서든 안전보건의 능력을 진화과정을 통하여 선택 발전시켰을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러한 안전보건의 능력을 결정하는 유전자가 어떻게 발현되고 이것이 어떻게 선택되는지에 대하여서는 아직까지 거의 아니 전혀 연구가 이루어진 적이 없다.

특히 초기 인류가 10만년에 달하는 수렵채취 생활을 영위하면서 종의 생존을 이어오는 과정에서 종의 보육 내지는 자신의 생존과 관련되어 진화시킨 안전보건능력이 어떠한 초기조건에 따라 선택된 것인지, 그리고 이러한 안전보건능력의 선택 발전을 촉진하였던 초기 진화조건이 현재의 산업사회에 와서 어떻게 변화된 것인지, 현재 발생하는 안전보건사고는 인류가 진화 발전시킨 안전보건능력과 최근에 바뀌면서 처해진 환경 사이의 어떠한 불일치와 부조화로 인하여 발생하고 있는 것인지 등에 대하여서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

한편 앞서의 논의와 비슷하게 유전적 진화과정 만이 아니라 사회적 진화 과정 또한 일정한 특정 집단 내지는 특정 문화의 생존에 영향을 미쳤으며, 이를 통하여 안전보건이 사회적 진화의 과정에서 강화되고 전수되었으리라 추측을 할 수 있다. 한 가지 예로서 백일이 되기 전까지는 외부의 다른 사람들에게 아기를 보여주지 않는 관습은 사회의 생존과 진화를 가능케 한 주요한 문화적 특성이라 판단되고 있다. 이와 비슷하게 노동을 하면서 여러 사람들이 함께 모여 짝을 이루고, 집단으로 가무를 함께 하며, 노동과 놀이가 함께 어우러져 왔다는 것은 인류가 수렵사회를 거쳐 농업사회로 넘어 오는 시절의 노동에 있어서 안전보건이 어떻게 보존 진화하여 왔는가에 대한 시사점을 던져주는 것이라 할 것이다.

산업사회에 들어와 자연환경과 사회 그리고 인류 그 자체까지 산업화의 논리에 따라 가공을 해가면서 우리는 지금까지 안전보건의 문제를 단지 유해물질과 위험한 기계, 교육과 훈련, 그리고 관리와 제도의 문제로만 바라보고 있었다. 이전에 인류의 선조들이 사바나에서 짐승을 사냥하면서 위험을 감지하는 방식은 조용한 환경 속에 멀리 떨어진 시각적 신호에 신속하게 반응하는 것이었다면, 지금의 산업사회에서는 위험감지에 필요한 신호감별능력을 마비시키는 시끄러운 소음 하에 눈 가까이서 계속 변화하는 작업 속에서 서서히 발생하는 위험에 대처하여야 하는 환경조건을 만들어 놓았으면서도, 이전의 우리 인류가 처하였던 위험대처방식과는 상관없이 단지 위험기계의 설치, 조심스럽게 작업하는 교육과 행동의 훈련, 이를 감시 감독하는 관리와 제도에서만 그 해결책을 찾으려 하고 있다 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제는 정말 우리 사회의 안전보건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을 좀 더 장기적이고 인간적인 잣대에 비추어 갖추도록 할 필요가 있다 할 것이다. 특히 안전과 보건을 강화하였던 사회적 진화의 기제가 구축되는 과정을 이슬람교에서 돼지고기 먹는 것을 금기시하거나 대변을 닦아내는데 사용하는 왼손은 식사하는데 절대로 쓰지 못하도록 금지하는데서 알 수 있듯이, 우선적으로 개체의 생명보존을 위협하는 안전과 보건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회피하거나 징벌하면서 사회적 문화체계로 쌓아 왔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우리 사회에서도 안전과 보건을 야기하는 문제점을 실제적인 사회적 가치로 체제화 시킴으로써 안전과 보건의 상태에 따라 그 가치에 걸 맞는 적절한 제제와 보상이 이루어져야만 한다는 점을 신중히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결국은 지난 진화과정을 통하여 안전과 보건의 가치가 우리 종의 보존과 진화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였듯이, 현재 우리 사회의 진화에서도 그 중요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가치로 다시 자리매김을 하여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