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참여연대사회복지위원회 발행 ‘복지동향’ 에 실린 바 있으나 『노동과건강』독자들과 공유하고자 수록합니다. – 편집자

빈곤층 의료보장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향 이 글은 이 글은 『빈곤과 사회보장 정책과제』를 주제로 2004년 6월 12일 개최된 한국사회보장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발표한 원고를 일부 수정한 것임.

Ⅰ. 서론 : 빈곤층 의료보장에 대한 재검토

빈곤층의 건강문제를 논의할 때, 가장 먼저 제기되는 것이 의료급여제도(구 의료보호)이지만, 빈곤층의 건강문제를 모두 포괄하지는 못한다. 그 이유는 의료급여가 보장하고 있는 내용이 빈곤층 중 ‘일부’만을 대상으로 질병․부상․분만을 위한 치료중심의 ‘의료서비스’ 중 ‘일부’ 보장할 뿐이며, 그들의 불건강을 초래하는 근원적인 요인들에 대한 제도적 접근이 논의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서는 빈곤층의 건강문제에 대한 논의를 의료급여라는 의료보장제도에 국한하도록 만들며, 구조화된 제도적 문제들이 오히려 빈곤층의 건강수준을 악화시키고 빈곤이라는 수렁에서 벗어날 수 없는 절망감을 안겨주고 있다.
그 동안 빈곤층의 의료보장문제에 대하여 많지는 않지만 지속적인 논의가 이루어져 왔고, 일부 제도적 개선도 이루어졌지만, 여전히 건강문제를 가지고 있는 많은 빈곤층들이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경제위기와 빈부격차가 날로 증가해가는 오늘날 빈곤층의 건강문제에 대하여 보다 근본적인 성찰과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 할 수 있다.
빈곤층의 의료보장을 논의하기에 앞서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의료보장제도만으로는 빈곤층의 건강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제한적이라는 사실이다. 의료서비스가 건강에 기여하는 정도는 그림 1에서 제시된 건강과 관련된 다른 요인들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비하면 그리 크지 않다(그렇다고 의료서비스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님). 캐나다의 라론드 보고서(Laronde report, 1974)는 보편적인 건강보장체계를 갖추고 있는 부유한 서구국가들은 의료서비스의 접근성 확대를 통해 성취할 수 있는 건강수준의 향상을 거의 이루었다고 평가하였다(Evans et al, 1994). 1998년 국제보건회의(world health assembly)가 건강의 사회경제적 불평등 감소가 모든 국가의 우선순위 문제여야 한다고 선언한 것과, 공중보건에 관한 유럽연합 행동 계획(EU Action Programme)이 불리한 집단의 건강수준을 향상시키는데 우선순위를 부여한 것(Graham, 2001)과 같은 정책변화는 의료서비스의 제한적인 역할과 건강을 결정하는 사회경제적 요인들을 고려할 때, 의료보장에 국한된 논의만으로는 반복되는 빈곤층의 건강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할 수 없다는 교훈을 우리에게 시사한다.

건강의 주요 결정요인

자료 : Dahlgren and Whitehead(1991). Naidoo J, Willis J. 지역보건연구회 역. 건강증진이론과 실제. 2001. 서울 : 계축문화사에서 재인용

Ⅱ. 빈곤층 의료보장의 문제점

1. 의료보장 인구 측면

1) 빈곤층의 일부만을 포괄하는 의료급여제도
2000년도 자료를 이용한 최근의 연구결과 유경준, 김대일. 2003. 《소득분배 국제비교와 빈곤 연구》, 서울 : 한국개발연구원
에 근거하여 빈곤층의 의료보장 유형 규모를 추정해보면, 최저생계비 이하 절대빈곤인구의 절반정도만이 의료급여 수급권자이며 차상위계층을 포함하는 빈곤층의 2/3는 건강보험을 통한 의료보장을 받고 있다.

2) 의료보장 사각지대의 존재
제도의 설계상 우리나라 의료보장 체계는 전국민 의료보장을 실현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는 건강보험 보험료 체납으로 인해 의료보장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2002년 12월 말 현재 1,160,590세대가 건강보험 가입세대임에도 불구하고 보험료 체불로 인해 건강보험 급여를 받지 못하고 있으며, 1,472,421세대(급여제한 세대의 약 1.26배)는 급여제한을 받지는 않으나 보험료를 3개월 이상 체불하여 향후 급여가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 이들 세대를 인구수로 환산할 경우 2002년도 가구당 평균 가구원수는 2.94명(자료 : 2003년도 보건복지통계연보)
급여제한 인구는 약 337만 명(전체 인구의 약 6.9%), 3개월 이상 보험료 체납으로 급여제한 가능성이 높은 인구는 약 433만 명으로, 약 770만 명(전체 인구의 약 16%)이 의료보장의 사각지대에 놓여있거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될 가능성이 높다(그림 2). 건강보험 보험료를 체불하는 원인이 모두 경제적인 이유라고는 하기는 어려우나, 이들 중 상당수가 경제적 이유로 보험료를 체납하고 있을 것으로 공단관계자는 파악하고 있음(자료 : 건강보험공단 내부자료).

빈곤인구 규모 및 의료보장 인구(2000년 말)

자료 : 2000 건강보험통계연보와 유경준 등(2003)

의료급여 수급권자가 되는 주된 경로는 국민기초생활보장(이하 기초생활) 수급권자로 선정되는 것이지만 2002년도 말 의료급여 1종 수급권자의 80%(사회복지시설 수급권자 제외), 2종 수급권자의 100%는 기초생활 수급권자로 전체 의료급여 수급권자의 88%는 기초생활 수급권자임(자료 : 2002 의료급여통계연보).
엄격한 선정기준으로 인해 소득재산기준으로는 절대빈곤층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부양의무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수급권자가 되기 어렵다. 최근 기초생활 수급권자 선정기준이 일부 완화되었지만, 기본적으로 최저생계비라는 절대빈곤 개념을 적용한 빈곤선의 테두리 내에서 변화된 것으로 빈곤층을 모두 포괄하기에는 여전히 미흡한 수준이다.
건강보험의 경우 비급여로 인한 본인부담 비중이 크고, 소득 및 재산수준에 관계없이 본인부담율을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빈곤층의 부담이 더 클 수 밖에 없는 구조를 안고 있다. 지난 해 보건복지부가 차상위계층 중 전세금이 1천만 원이 안 되는 25만 세대(69만 명)의 체납 보험료를 탕감한 것은 이러한 의료보장 사각지대의 심각성을 실증하고 있다.

2. 급여수준

1) 건강보험
우리나라 의료보장제도의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것 중 하나는 보험급여를 적용받지 못하는 의료서비스로 인한 본인부담(비급여 본인부담) 수준이 높고 급여를 적용받는 의료서비스라 하더라도 본인부담(법정 본인부담) 수준이 높다는 점이다. 주로 중증질환자가 주로 이용하게 되는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의 경우 기존의 국내 연구결과에 따르면, 의료서비스 이용 시 이용자가 부담하는 비용인 본인부담금(법정본인부담금과 비급여 본인부담금)의 규모는 전체 진료비의 약 50% 수준, 즉 총진료비 중 대략 건강보험 급여로 지불되는 금액정도를 환자가 본인부담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김창엽 등(1999)의 연구에서는 전국의 224개 종합병원을 대상으로 병원의 진료수입 중 본인부담금이 차지하는 비율을 조사한 결과 외래 67.4%, 입원 40.3%로 평균 51.7%로 보고하였다.
일부 의료기관에서는 비급여로 인한 부담이 법정본인부담 수준보다 더 높다고 보고되었으며, 신영전 등(2000)은 수도권 소재 6개 병원을 대상으로 본인부담금을 조사한 결과 총진료비 중 법정본인부담이 차지하는 비율이 15.5%, 비급여가 차지하는 비율이 22.6%로 보고하였다.
이러한 사실은 건강보험이 질병치료에 소요되는 급여를 적절히 보장하지 못한다고 할 수 있다.
대표적인 중증질환인 기관지 및 폐의 악성 신생물의 연간 본인부담금 총액을 추정할 경우 약 385만원(급여대상 본인부담금 및 비급여 본인부담금 각 약 192만5천원으로 추정됨)에 이른다. 진료실인원 1인당 입원 급여비는 약 353만4천원, 외래 급여비는 31만6천원으로 이를 합한 금액임. 진료실인원의 차이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입원환자의 경우 외래진료를 반드시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으나 외래환자가 입원진료를 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어 통계연보의 수치를 이용하여 추산하기에는 무리한 점이 있으나 진료실인원의 차이가 적고 입원 급여비에 비해 외래 급여비가 작아 대략적인 추산에는 무리가 없다고 판단됨.
현재 건강보험에 도입할 예정인 6개월간 300만원 본인부담상한제는 그 기간과 비급여 진료비가 전체 진료비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경우 6개월간 총진료비로 500-600만 원 이상을 지출할 경우에나 적용을 받을 수 있다.
장애인 보장구에 대한 급여수준 또한 고가의 보장구가 필요한 장애인의 과중한 부담을 덜어주기에는 크게 미흡하다. 휠체어의 급여 기준액 기준액 이내의 보장구를 구입한 경우 실구입가의 80%, 기준액을 초과하는 보장구를 구입하는 경우 기준액의 80%를 공단이 부담함.
은 30만원, 보청기는 25만원으로 책정되어 있으나 이는 수백만 원이 넘는 전동휠체어와 특수보청기의 가격에 비하면 매우 적은 비용에 불과하다.

2) 의료급여
의료급여의 급여범위는 일부 항목을 제외하고는 기본적으로 건강보험과 동일하며, 법정본인부담율은 2종의 경우 15%, 1종의 경우 없다. 그러나 건강보험과 마찬가지로 비급여 항목은 전액 본인부담이다. 건강연대(2001)가 서울의 1개 대학병원을 대상으로 의료급여 수급권자의 본인부담율을 조사한 결과 총진료비 중 본인부담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1종 34.4%, 2종 46.2%이었으며, 김창엽 등(2003)이 경기도 소재 지방공사의료원 2개소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의료급여 1종의 경우 총진료비 중 본인부담율이 외래 7.5-15%, 입원 5-8.4%, 2종의 경우 외래 30.9-52.5%, 입원 25.0-39.9%였다.
김창엽 등(2003)의 자료를 이용하여, 입원 총진료비 중 본인부담율을 1종의 경우 7%, 2종의 경우 40%로 가정할 경우 1종의 경우 비급여를 포함한 입원 총진료비 중 93%, 2종의 경우 60%는 의료급여 기관부담금에서 부담한다는 의미임.
, 2002년 한 해 동안 기관지 및 폐의 악성 신생물(입원진료 기관부담금이 1인당 395만원)의 입원진료비 본인부담금은 1종 29만 7천원, 2종 263만원으로 추정된다. 1종과 2종의 법정본인부담율 차이는 15%이지만 실제 본인부담액은 10배에 가까운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추정된다.
2종과 1종의 구분이 근로능력 유무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 이외에는 소득 및 자산수준이 1종과 차이가 없음을 고려한다면 현행 2종의 본인부담율은 부담능력에 비해 매우 과다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1종과 2종의 총진료비 중 비급여가 차지하는 비율이 1종보다 2종이 일관되게 높은 점은 1종과 2종 급여수급권자의 서비스 내용과 질의 차별적인 요소가 있을 가능성을 의심케 하지만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다.
장애인 보장구의 경우에도 시․군․구청장이 보장구를 지급할 수 있도록 장애인에 대한 특례 규정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건강보험의 보장구 기준액 범위 내에서 지급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 실제로 고가의 보장구가 필요한 장애인의 경우 최저생계비의 몇 배에 이르는 본인부담금을 감수해야 보장구를 구입할 수 있다. 1종 수급권자는 기준액 이내의 보장구를 구입한 경우에는 실구입가의 전부 또는 기준액을 초과하는 보장구를 구입한 경우에는 기준액에 해당하는 금액을, 2종 수급권자의 경우 기준액 이내의 보장구를 구입한 경우에는 실구입가의 100분의 85에 해당하는 금액 또는 기준액을 초과하는 보장구를 구입한 경우에는 기준액의 100분의 85에 해당하는 금액을 기금에서 부담한다.

3. 의료보장 진료비

1) 진료비 규모 및 특징
건강보험 및 의료급여 진료비(성병 및 행려자 진료비 제외) 규모(1992-2001년)를 연도별 살펴보면, 건강보험의 경우 1992년 37,531억원에서 2001년 132,364억원으로 3.5배 증가하였으며, 연간 진료비 증가율의 평균치는 15.2%(입원 14.0%, 외래 15.2%)로 입원보다는 외래 진료비 증가율이 더욱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의료급여 진료비가 상대적으로 높은 증가율을 보이는 요인의 하나는 의료급여 수급권자 중 상대적으로 다른 연령군에 비해 1인당 진료비 발생 규모가 큰 65세 이상 노인 비율의 증가와 1992년 13.7%에서 2001년에는 24.7%로 증가하였다.
중증질환자의 의료급여 편입(희귀난치성질환자)을 들 수 있다. 의료급여 진료비 증가의 특징 중 하나는 고액진료비를 발생하는 집단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그림 3). 이는 1인당 진료비 규모가 질환의 중증도와 비례한다고 가정할 경우 의료급여 수급자집단에 중증도가 높은 건강문제를 가지고 있는 수급자의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상위 10% 고액진료비 수급권자의 대표적인 입원 주상병명인 정신분열증과 뇌경색증의 진료실인원은 1998년 각각 21,378명, 4,094명에서 2001년에는 31,145명, 8,843명으로 증가하였으며, 대표적인 외래 주상병명인 본태성 고혈압과 만성신부전증의 경우에도 1998년 각각 103,897명, 7,660명에서 2001년 183,047명, 13,033명으로 크게 증가하였다(자료 : 각 연도 의료급여 통계연보).
또 다른 특징은 총진료비의 약 80-90%는 연간 진료비 기준 상위 30%에 해당하는 수급권자에 의해 발생하며, 이들은 다음 해에도 지속적으로 고액진료비를 발생한다는 점이다. 1992년 의료급여 진료비 발생 상위 10%에 해당하는 이용자 15만3천여 명 중 51%는 그 다음 해인 1993년에도 상위 10%군에 속하며, 21%는 상위 20%군에 속한다. 2000년 진료비 상위 10% 이용자 115,620명의 경우에도 58%는 2001년 상위 10%군으로, 20%는 상위 20%군에 속한다. 이들 고액진료비 발생자의 주요 주상병명은 , 과 같다.

2001년 의료급여 진료비 발생 상위 10분위 이용자의 주상병명별 입원 진료비(진료비 크기 순)
(단위 : 건, 명, %)

2001년 의료급여 진료비 발생 상위 10분위 이용자의 주상병명별 외래 진료비
(단위 : 건, 명, %)

2) 도덕적 위해
흔히 진료비의 낭비적 요인이라고 지적되고 있는 수급권자의 의료이용에 있어서의 도덕적 위해(moral hazard)가 늘 의료급여 정책의 화두로 제시되지만, 도덕적 위해로 인해 과연 도덕적 위해가 얼마나 존재하는지, 그리고 다른 정책적 고려사항보다 더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증거는 제시된 바 없다. 도덕적 위해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하여 검토해보면, 2종의 경우 의료이용 시 건강보험 수준에 달하는 본인부담금이 발생하기 때문에 도덕적 위해에 대한 논의는 1종에 국한하여 살펴보자.
① 중증질환의 경우 : 중증질환의 경우 비급여 의료서비스로 인한 부담이 크기 때문에 사실상 도덕적 위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 그러나 의료공급자에 의해 비급여 의료서비스를 1종 수급권자가 부담할 수 있을 정도로 최소할 경우 도덕적 위해가 발생할 수 있으나 이 경우 낮은 의료서비스의 질로 인해 의료이용자의 건강수준이 상대적으로 더 나빠질 수 있으므로 정책적 초점은 의료이용의 남용이 아닌 의료공급자의 서비스 질 관리에 오히려 초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② 경증질환의 경우 : 건강보험의 경우 일반적으로 경증질환의 경우에도 비급여로 인한 본인부담금이 발생한다. 만약 의료공급자가 비급여 서비스를 제공하고도 환자의 부담을 고려하여 진료비를 청구하지 않는 경우라면, 이는 의료보장제도의 낮은 급여범위로 인한 것으로 정책적 초점은 급여확대일 것이다. 의료공급자가 치료의 목적상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비급여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진료한다면, 이는 공급자의 부적절한 공급행태이며 정책적 초점은 공급자 관리가 될 것이다.
의료이용량은 공급자와 이용자 모두에 의해 결정되며, 공급자가 의료서비스 제공 여부와 서비스 량을 최종적으로 결정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용자의 도덕적 위해만을 강조하여 명확한 근거도 없이 도덕적 위해를 감소시키기 위한 정책을 수립하고, 그로 인해 도덕적 위해가 과연 얼마나 감소하였는지, 수급권자의 정상적인 의료이용에 불이익은 발생하지 않았는지 조차 평가하지 않는다면, 의료급여 수급권자에 대한 차별이자 정책결정가의 심각한 편견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4. 아동․청소년, 임산부, 장애인에 대한 보장성

어린 시기의 건강수준은 성인기 이후 건강수준을 좌우하며 이 시기에 발생한 건강문제는 장기간에 걸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따라서 대부분의 선진국가에서는 이들 어린이와 임산부에 대한 의료보장에 있어서 높은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건강보험의 경우 독일은 18세 미만 아동․청소년의 경우 원칙적으로는 본인부담이 없으며, 대만은 분만으로 인한 본인부담금을 전액 면제하고 있다.
의료급여의 경우 2001년도 통계청 인구통계에 의하면 19세 이하 아동․청소년 13,482,702명(전체 인구의 28.5%) 중 436,429명(전체 아동․청소년의 3.2%)은 의료급여 수급권자로 전체 의료급여 수급권자의 29.0%를 차지하고 있으나 미국의 메디케이드 수급권자 중 아동․청소년의 비율은 더 높은 수준이다. 미국의 경우 1998년 메디케이드 수급자의 51%가 19세 이하 아동․청소년이며 이들에 대해서는 메디케이드 수급자 선정기준 및 선정방법도 관대하게 적용하고 있다. 1세 이하 영유아에 대해서는 연방빈곤선의 133%이하까지 주정부는 의무적으로 메디케이드 급여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주정부에 따라 연방빈곤선의 185%이하 영유아에게까지 메디케이드 수급권을 부여할 수 있으며 1세 미만, 1-5세, 6-19세 연령별로 수급자 선정기준을 달리 적용하고 있다. 본인부담에 있어서도 18세 미만 아동․청소년의 경우에는 모든 서비스에 대하여, 또한 임산부의 경우 임신 및 임신에 위해를 가져올 수 있는 모든 서비스에 대하여 본인부담을 면제하고 있다.
의료급여제도의 경우 어린이 및 임산부의 경우 다른 수급자와 동일한 세대단위 수급자선정기준을 적용하고 있으며 동일한 본인부담을 부담하고 있으며, 의료급여 2종 임산부가 1종을 적용받는 시기는 출산일 또는 출산예정일을 기준으로 전후 3개월에 불과하다. 장애인의 경우 메디케이드 수급권자 중 17.3%를 차지하고 있으며, 메디케이드 지출 중 39.4%가 이들을 위해 지출될 정도로 그 비중과 우선순위가 높게 다루어지고 있으나, 우리나라의 경우 장애인의 의료보장과 관련된 논의는 거의 전무하다시피하다.

5. 의료이용 장벽

빈곤층은 의료보장 제도 급여의 수급권을 유지한다고 해도 실제로는 높은 의료이용 장벽이 존재한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2002)이 강남구 주민 1,36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가구소득 100만 원 이하인 312명 중 191명(31.1%)이 보건의료기관 이용 시 장해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하였고, 장해 경험자의 45%는 경제적인 어려움을, 33%는 시간적인 여유가 없다고 답하였다. 이는 빈곤층 주민의 경제적인 어려움과 상대적으로 열악한 노동조건이 다른 계층에 비해 의료이용의 높은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건강보험에서 의료급여로 편입된 이들의 의료이용 변화에서도 의료이용의 높은 장벽을 확인할 수 있다. 2001년 한 해 동안 의료급여로 편입된 68,662명을 대상으로 2000년도 1개년간(건강보험 적용) 의료이용과 2002년도 1개년간(의료급여) 10개 주요 질환으로 인한 의료이용율 변화를 분석한 결과 1종 편입자의 경우 질환별로 진료실인원은 1.72배(급성비인두염-감기)-7.9배(뇌경색증), 진료건수는 2.6배(급성비인두염)-20배(만성신부전증), 내원일수는 3.1배(급성비인두염)-34배(만성신부전증)까지 증가하였다. 2종 편입자의 경우에도 진료실인원과 의료이용량이 크게 증가하였으며, 1종과 2종 모두 본인부담금이 더 많이 발생하는 입원 의료이용량이 외래보다 더 크게 증가하였다(표 4, 표 5). 이러한 사실은 적어도 최근에 의료급여로 편입된 이들의 경우 흔히 널리 알려지고 있는 의료급여 수급자의 도덕적 위해(moral hazard)보다는 의료급여 편입으로 인해 충족되지 못했던 필요가 비로소 수요로 전환된 것이 의료이용량을 높인 주요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의료급여 2종을 대상으로 한 진료비 대불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급여 서비스 비용만으로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의료이용의 경제적 장벽을 크게 해소시키지 못하고 있다.

6. 의료급여의 차별적 속성

의료급여제도 및 수급권자에 대한 차별은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정부의 주된 정책적 관심은 재정적 측면이며, 정책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수급권자의 불이익과 건강수준 변화는 소외되고 있다. 이러한 이유는 빈곤층의 건강문제를 담당하는 부서가 여러 개로 나뉘어 있어 총괄하여 다루기 어려운 구조를 안고 있다. 또한 2002년 의료급여 기금부담금이 약 2조원 달하고, 그 규모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빈곤층의 건강과 관련된 연구는 자료 활용의 제한성과 연구지원체계의 미비로 정책적 근거를 충분히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수급권자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목소리는 건강보험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게 작아 급여축소에 크게 저항하기 어렵다.
건강보험보다 낮은 수준의 의료기관 종별가산율, 의료급여 수급권자의 낮은 경제수준, 증가하는 진료비에 비해 낮게 책정되는 의료급여기금으로 인한 진료비 체불문제는 수급권자에 대한 의료기관의 차별적인 대우를 초래하고 있다. 또한 진료비 억제를 위해 도입한 정신질환과 만성신부전증에 대한 정액수가제의 경우, 수가가 낮거나 공급자에 의해 서비스 제공량에 있어서 건강보험 이용자에 비해 차별이 발생하고 있음에도 서비스 질을 보장할 수 있는 기전은 사실상 없는 상태이다. 정신질환의 경우 외래 1일 진료비가 2,280원으로 비급여로 분류된 고가의 약제가 필요한 환자는 전액본인부담을 할 수 밖에 없다. 정신병원 입원환자의 경우에도 건강보험 환자와 의료급여 환자간 진료량에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이대희 등, 2003).

Ⅳ. 문제점과 과제

1. 빈곤층 의료보장의 문제점

앞에서 살펴본 빈곤층의 건강수준 및 의료보장 관련 내용 중 일부는 빈곤층에게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빈곤층을 위한 의료보장제도인 의료급여제도가 빈곤층을 일부만을 포괄하고 있으며, 의료보장제도가 보편적인 의료보장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빈곤층만을 위한 의료보장의 문제점만으로는 현재의 빈곤층 의료보장에 관한 논의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빈곤층과 관련된 의료보장제도의 주요한 문제점들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① 빈곤층 규모와 그들의 의료보장 형태를 고려할 때, 의료급여제도가 빈곤층 의료보장제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으며, 빈곤층의 건강문제는 의료보장제도 확충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는 점이다.
② 현재의 의료보장제도는 의료보장의 사각지대가 대규모로 존재하고 있으며, 경제상황에 따라 의료보장 사각지대가 반복적으로 대규모로 발생할 구조를 안고 있다.
③ 의료급여제도의 경우 그 수급권자는 빈곤층 규모에 비해 기준을 매우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의해 규정됨으로써 일반인구에 비해 의료서비스 필요가 더 높음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의료이용을 하지 못하는 빈곤층을 포괄하지 못하고 있다.
④ 의료급여의 급여내용은 급여수준이 낮은 건강보험의 기준을 적용함으로써 빈곤층이 감당하기 어려운 과중한 의료비 부담이 발생하고 있으며 비급여로 인한 본인부담 수준이 높은 수준이다.
⑤ 의료급여 1종 및 2종의 본인부담금 규모는 비급여진료비를 고려할 경우 제도가 규정하고 있는 본인부담율에 비해 그 격차가 매우 크다.
⑥ 의료급여 수급권자가 되지 못하는 빈곤층의 미충족 필요가 크며, 의료보장 형태에 따라 사망수준 수준의 격차가 존재한다.
⑦ 건강보험 보장인구와 의료급여 수급자간, 의료급여 종별 간 의료서비스의 질적 수준의 차이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으나 서비스의 질을 보장할 수 있는 기전은 미흡한 수준이다.
⑧ 건강보험 및 의료급여 모두 아동 및 청소년, 임산부, 장애인에 대한 보장성이 취약하다.
⑨ 의료급여 수급권자중 노인과 중증질환자의 증가는 향후 의료급여 진료비의 지속적인 증가에 기여할 것이다.
⑩ 빈곤층 의료보장에 대한 정책은 의료급여 제도를 중심으로, 특히 대상자 확대 및 본인부담율 인하, 특수질환에 국한된 수직적 보장성 강화 등 제한적인 정책수단을 통해 이루어져 왔으며, 정책목표도 불분명하다.

2. 과제

1) 빈곤층 의료보장에 대한 인식의 전환 : 의료보장에서 건강보장으로
빈곤층의 건강문제는 의료보장제도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으며, 이들의 건강수준을 전반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건강보장의 틀 내에서 의료보장제도의 역할, 성과를 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의료급여제도가 빈곤층 중 일부만을 포괄하고 있을 뿐이며, 수급권자보다 훨씬 큰 규모의 빈곤층이 건강보험 또는 의료보장의 사각지대에 있다. 또한 건강보험과 의료급여간 자격변동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빈곤층 의료보장정책은 의료급여뿐만 아니라 건강보험을 포괄하여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급여확대의 경우 의료급여의 급여수준 뿐만 아니라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빈곤층의 급여수준이 함께 논의되어야 하며, 수급권자의 확대에 있어서도 제한적인 확대로 인해 여전히 수급권자가 되지 못하는 빈곤층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2) 의료급여 수급권자 확대
가. 아동․청소년, 임산부, 장애인에 대한 의료급여 수급권자 선정기준 완화
현행 가구단위 수급권자 선정기준을 보완하여, 아동 및 청소년, 임산부의 경우에는 최저생계비 기준을 상회하더라도 수급권자가 될 수 있도록 대상자 선정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단기적으로는 최저생계비 기준에 해당하지만 다른 기준에 의해 탈락한 비수급 빈곤층과 2종 수급권자 중 아동․청소년, 장애인에게 우선적으로 적용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임산부의 경우 현행 출산예정일(또는 출산일) 기준 전후 3개월간 1종을 적용하는 것을 최소한 임신 직후부터 출산 후 6개월까지 적용하며, 산모와 태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건강문제에 대한 본인부담 경감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김창엽 등(2003)은 차상위계층 인구를 1,498천명으로 가정하여, 2001년 진료실적 자료를 이용하여 이들 중 19세 이하 아동 및 청소년 603,310명을 의료급여 1종으로 편입할 경우 2,921억원(2001년 의료급여 전체 기관부담금의 15.9%)의 기관부담금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하였다. 차상위계층 임산부를 의료급여 1종으로 편입할 경우에는 임신․출산․산후기로 인한 기관부담금을 약 31억원으로 추정하였다.

나. 의료급여 2종 폐지
의료급여 2종의 경우 고액진료비가 발생하는 경우 법정 본인부담율은 15%임에도 불구하고, 비급여진료비를 포함할 경우 1종 본인부담율의 5배에 이르고 있어 사실상 본인부담금 경감에 기여하는 정도가 매우 낮다. 근로능력을 제외하면 1종과 2종의 경제적 부담능력면에서는 사실상 큰 차이가 없는 점을 고려할 때, 의료급여제도의 종별 구분을 폐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중장기적으로는 최저생계비를 상회하는 빈곤층을 모두 포괄할 수 있는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

3) 급여수준 확대
건강보험 및 의료급여의 급여대상 서비스를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최우선적으로는 아동․청소년 및 임산부들의 필수적인 서비스 항목을 선정하고 이들 항목에 대한 급여를 확대함으로써 본인부담수준을 최소한 OECD 국가 평균수준으로 낮추는 것이 필요하며 이들 인구집단의 보건학적 중요성을 고려할 때 장기적으로는 다른 인구집단의 본인부담수준과 낮도록 급여를 설계하는 것이 필요하다.

4) 의료서비스 질에 대한 모니터링 및 관리 강화
현재의 의료급여제도는 공급자가 임의로 제공할 수 있는 비급여 의료서비스의 범위가 광범위하게 존재한다. 또한 정액수가제가 적용되는 정신질환자 및 만성신부전증 환자의 경우 공급자의 이윤동기에 의해 행위별수가제를 적용하고 있는 건강보험 적용자에 비해 양적․질적으로 차이가 있는 서비스를 제공받고 있을 가능성이 있으며 이로 인해 건강수준에 있어서 차이를 초래할 수 있다. 또한 건강보험과 동일하게 행위별수가제를 적용하는 다른 건강문제에 있어서도 서비스의 질적 차이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비급여 서비스를 포함한 공급자의 서비스 질을 보장할 수 있는 관리체계가 필요하다.

5) 장기요양체계의 확충 및 수가체계 개발
현행 급성기 질환 중심의 의료서비스 공급체계는 장기적인 건강문제를 가지고 있으나 사회적 지지가 취약한 빈곤층에게 필요한 요양서비스를 제공하기에는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현재의 의료보장제도 및 의료체계 하에서는 의료급여 수급권자 중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노인인구로 하여금 많은 비용을 유발하는 의료서비스 이용을 유도할 뿐만 아니라 그들의 욕구 또한 적절히 충족시키기 어려운 구조를 안고 있다.

6) 명확한 정책목표의 설정
빈곤층의 건강문제와 관련하여 의료보장제도를 통한 의료서비스 이외에 공공보건기관을 통한 보건의료서비스, 사회복지서비스 등 많은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서비스들이 빈곤층의 건강수준 향상과 건강문제 해결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가는 평가된 바 없으며,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수준의 정책적 목표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 그러한 이유는 빈곤층에 대한 각종 서비스와 제도가 여전히 시혜적인 것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한 사회의 건강과 관련된 정책이 경제논리에 밀려 중요한 과제로 다루어지고 있지 못하고, 그 논의도 개인의 행태와 질병치료에 국한되어 있는 점을 들 수 있다. 또한 빈곤층의 건강문제와 관련된 연구와 정보가 미흡하여, 그 결과 빈곤층의 건강문제와 관련된 정책목표는 대상자를 얼마나 더 늘리고, 서비스를 얼마나 더 제공하고, 건강문제로 인한 경제적인 부담을 얼마나 경감시킬 것이냐에 초점을 두고 있으며, 이마저도 경제논리와 정치적 결정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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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전, 유원섭, 하헌영, 정설희. 2000. 《일부 병원에서의 입원비 본인부담 양상》, 한양의대학술지. 20권 1호. pp 7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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