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청년실업이 50만에 육박한 이 때에”
TV시트콤에선 “청년실업이 50만에 육박한 이 때에”란 유행어가 등장하여 서글픈 웃음을 자아내는가 하면 최근 일간지엔 IMF위기 이후 실업급여 수급자가 최다를 기록했다고 보도된 바 있다. 현재 실업은 전사회적으로 심각한 수위에 이른 상태다.
1997년 IMF 이후 본격화된 정부 주도하의 신자유주의는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며, 한국의 노동시장을 유연화해 자본의 입맛에 맞게 노동자를 손쉽게 해고하고 부담없이 고용할 수 있는 구조를 합법적으로 제도화시켜 냈다. 이러한 정부와 자본의 협공으로 우리 사회엔 비정규직 노동자가 전체 노동자의 60%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러한 고용의 불안정은 실업의 증가로 이어졌다.
2004년도 고용보험 통계연보’에 따르면 실업의 사유가 임금체불 등 회사사정에 의한 퇴직 62.3%, 계약만료 및 공사종료 10.1%, 폐업,도산,공사중단 9.1%, 경영상 필요에 의한 퇴직5.3%, 회사이전 등 근로조건 변동 4.3% 등의 순으로 집계되었는데, 임금체불 등이 62%로 1위를 차지하고 있음은 실업이 신자유주의를 등에 업은 자본의 횡포임이 드러나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퇴출된 노동자가 실업을 당해 생계 자체의 위험에 처하게 되었을 경우 일정수준의 실업급여를 받고 있느냐에 있어서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 실업급여 수혜자 비율은 크게 저조한 것이 현실이다. 더구나 실업자가 노동시장으로 복귀하는데 재취업소요기간이 길어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돼 정부가 내세우는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으로서의 취업알선, 재취업촉진 및 직업능력 개발등은 그 실효성이 의문스러울 따름이다.
특히 전체 노동자의 60%를 차지하는 비정규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었을 때, 실업급여의 혜택을 받고 있는가가 중요하다. 현실은 사회경제적으로 불평등한 지위의 비정규노동자들이 사회보험에서조차 배제되는 것을 보여준다. 이들을 사회안전망의 틀 안으로 포함시킬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할 것이다 .
2. 고용보험제도의 현황과 문제점
1) 가장 필요한 이에게 가장 멀리 있는 고용보험
우리나라 고용보험제도는 1995년부터 시행된 이후 98년 10월부터 1인이상 사업장으로 확대적용, 올해부터 1개월 미만 일용노동자 및 월 60시간이상 시간제 노동자에게까지 그 적용이 확대되었다.
근로복지공단의 발표에 따르면 04년 2월말 현재 고용산재보험 가입 대상 사업장은 125만2,000곳이지만 고용보험에 가입한 사업장은 84만9,000곳으로, 가입률이 67.8%에 불과하고, 산재보험도 96만3,000곳이 가입, 76.9%의 가입률을 보이고 있다.
산재보험의 경우는 보험료부담주체가 사업주에 한정되지만, 고용보험의 경우는 노동자와 사업주가 공동 부담한다. 보통의 사업장의 경우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혼재해 있고, 사업주전액부담인 산재보험과는 달리 고용보험은 노사공동부담이므로 고용이 안정되어 있지 않은 비정규노동자의 경우 사업주의 가입신고 등 의무소홀과 잘못된 정보등으로 비정규노동자의 경우 고용보험의 수혜범위에서 아예 제외되는 경우가 많다.
더구나 고용보험 가입률이 약 67%인 점이 시사하는 바는 애초 가입조차 하지 아니한 나머지 약 33% 사업장은 노동법 및 사회보험에 있어서조차 사각지대라 할 수 있는 소규모 영세사업장임은 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고용보험은 노사양자부담이기 때문에 영세사업장의 저임금노동자들에게 있어 고용보험료는 저임금을 더 감소시키는 부정적인 세금으로 인식되는 측면 또한 강하다.
사정이 이러하다보니 영세사업장의 비정규노동자들은 열악한 노동조건과 저임금하에서 고용안정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노동현장에서 퇴출되어도 최소한의 생활보장을 위한 실업급여조차 받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불안정노동과 사회보험으로부터의 소외는 비정규노동자들의 삶의 질을 더욱 하락시키고 있다.
2) 실업급여의 보장성 – 불평등의 재생산
실업급여는 피보험기간이 6개월 이상이 되어야 할 것을 조건으로, 최종 이직일을 기준으로 평균임금을 산정하여 그 금액의 1/2을 정해진 기간동안 지급하도록 하고 있으며, 지급기간은 피보험기간 및 연령을 그 기준으로 하고 있다.
여기서 우선 지적하고자 하는 것은 실업급여의 수준이 차등 적용되는 문제이다. 실업급여의 수준은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평균임금은 실업이 발생하기 이전 3개월동안 받은 임금총액을 역일로 나누어 산정하는 것으로서 실업 이전에 지급 받아왔던 임금수준의 차이에 의해 평균임금의 차이가 발생하고, 이는 그대로 실업기간 동안의 실업급여 수준의 차이로 나타난다.
또한 피보험기간에 따라 실업급여 지급기간의 차이가 발생하는데, 피보험기간 즉 보험료를 납부한 기간의 장단에 따라 실업급여를 지급하는 기간이 달라진다.
고용보험은 공적인 사회보험이다. 이러한 사회보험은 납부능력에 따라 보험료를 내고, 보험급여의 수준은 필요에 따라 정해져야 하는 것이 기본원리이다. 즉 보험료는 소득수준에 따라 달리 정하고, 이후 급여수준은 부양가족 등을 고려하여 필요한 만큼 지급되도록 하여야 한다. 그러나 현행 고용보험은 임금의 몇%로 일률적으로 보험료를 정하고 있고 보험료를 얼마나 냈으며 얼마동안 냈느냐에 따라 낸 만큼 보험급여를 지급하고 있기 때문에 고용상태에서의 사회경제적 불평등한 지위는 실업상황에서 그대로 재현되고 불평등을 재생산한다.
저소득의 영세사업장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가 절대적인 생계 위협에 처해지는 상황을 없애야 한다. 실업급여의 하한선을 대폭 인상하고 일정 급여 이하의 경우는 적어도 평균임금 전액을 보장해주는 방향으로 실업급여의 수준을 탄력적으로 정해야 한다. 보험료를 낸 기간에 연동해서 실업급여를 지급하는 것이 아닌 학력, 경력, 연령, 직업 등을 고려하여 직업능력개발등 재취업에 이르기까지의 기간동안 실업급여가 지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만 고용보험이 사회보험으로서 제 기능을 할 수 있을 것이다.
3) 취약한 실업급여 수혜비율
앞서 근로복지공단 조사에서 밝혔듯이 전체 가입대상 사업장 중 고용보험 가입률은 약 67%에 해당하고 있어 적용대상 노동자의 약 33%가 아직도 고용보험의 테두리 밖에 있다. 또한 선진국에서 실업급여 수혜자는 전체 실업자의 약 30~40%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실업급여 수혜자가 전체 실업자의 약 10%수준에 머물고 있다. 즉 고용보험에 가입하여 실업급여의 수혜를 실제로 받는 비율은 전체 가입대상 노동자 중 약 6.7%에 불과하다.
이렇듯 실업급여 수혜비율이 낮은 원인은,
첫째, 소규모 영세사업장 노동자 및 비정규노동자에 대한 고용보험 가입이 이루어지지 않아 다수의 영세 비정규 노동자가 누락된 점,
둘째, 건설업 등 1월 미만의 일용노동자에 대한 고용보험의 적용이 2004년 1월부터 시행되고 있긴 하나, 일용노동자의 고용보험 적용을 위한 제반제도가 충분하지 못하고, 법적으로는 고용보험 가입자격을 가지게 되지만 실질적으로는 그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
셋째, 실업급여 지급사유가 제한되고 있는 점,
외국의 경우 소위 자발적 실업자라 하더라도 일정기간 동안만 유예한 이후 실업급여를 지급하고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자발적 실업자에게는 완전히 금지하고 있다. 자발적 실업자에 대해서도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실업급여를 지급하도록 하고 있으나 피보험자가 잘 알지 못해 신청을 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고, 설사 문의나 신청을 해도 담당 직원의 경직적 태도로 배제되는 경우가 많다.
얼마 전 가짜 실업자가 증가하였다는 기사가 보도된 바 있긴 하나, 수혜비율이 저조한 객관적 사실에 근거해 보아도 도덕적 해이의 부정수급자로 인한 사회적 손실보다는 정당한 수급권자임에도 지급대상에서 탈락되어 발생한 손실이 오히려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4) 고용보험 인프라 부족
현행 고용보험제도는 전통적인 실업보험사업과 더불어 고용안정사업 및 직업능력 개발사업 등 고용정책관련사업을 함께 시행하고 있긴 하다. 그러나 그 운용실태를 보면 실업인정과 직업상담 및 취업알선이 긴밀하게 연계되어 있지 못하다. 수급자격자가 실업급여를 신청하기 위해 고용안정센터를 방문하여 구직등록한 이후에 수급자들의 구직활동여부만 형식적으로 모니터링할 뿐 적극적으로 취업알선이나 직업상담 서비스 제공은 대단히 취약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5) 재원조달의 문제
고용보험은 공적 사회보험임에도 불구하고 재원의 대부분은 피보험자인 노동자와 사용자가 부담하는 보험료가 거의 전부인 것이 현실이다. 고용보험법은 국가가 고용보험사업에 소요되는 비용의 일부를 일반회계에서 부담할 것을 정하고 있긴 하나, 국가는 지극히 일부에 그친 비용을 부담하고 있을 뿐이다. 현재 한국사회의 비정규노동자는 전체 노동자의 약 70%에 육박한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들은 각종 사회보험으로부터 소외되고 있고, 설사 가입되어 있다 하더라도 저임금 및 고용불안 등으로 인하여 고용보험료 등은 대단히 부담스러운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공적 사회보험으로서 고용보험이 실업의 위험으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고자 하는 그 취지를 충분히 살리기 위해선 국가부담을 늘리고 보험료 납부비율에 있어 사용자 부담분을 더 늘린다거나 노동자 계층별로 납부비율을 달리 정하여 평등지향적으로 소득재분배 효과를 살려야 할 것이다.
3. 고용보험 개혁방안 -맺으며
1) 사회안전망 강화 – 적용의 내실화
우선, 소규모 영세사업장 노동자 및 비정규노동자에 대한 실업급여 적용의 내실화를 위해 누락된 사업장 및 누락된 개별노동자들에 대한 가입률을 증대시켜야 할 것이다. 일각에선 명예사회보험감독관제도를 도입하여 가입률을 높이고 수혜범위를 확대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둘째, 자발적 실업자에 대한 실업급여 제한조치를 합리적으로 조정하여야 한다. 선진국의 예처럼 일정기간 동안만 유예한 이후 실업급여를 지급하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최근 일간지엔 IMF위기 이후 실업급여 수급자가 최다를 기록했다고 보도되긴 하였으나 우리나라는 여전히 실업급여 수혜비율이 선진국에 비해 낮다고 보고되고 있다. 수혜비율을 높이기 위해선 실업급여인정의 범위를 확대 적용해야 할 것이며, 적어도 비자발적 실업자인데 자발적 실업자로 처리되어 실업급여를 받지 못하는 억울함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2) 보장성 강화 -불평등 개선
사회보험은 납부능력에 따라 보험료를 내고, 보험급여의 수준은 필요에 따라 정해져야 하는 것이 기본원리이다. 저소득의 영세사업장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가 절대적인 생계 위협에 처해지는 상황이 없도록 실업급여의 하한선을 대폭 인상하고 일정 급여 이하의 경우는 적어도 평균임금 전액을 보장해주는 방향으로 실업급여의 수준을 탄력적으로 정해야 한다. 보험료를 낸 기간에 연동해서 실업급여를 지급하는 것이 아닌 학력, 경력, 연령, 직업 등을 고려하여 직업능력 개발 등 재취업에 이르기까지의 기간동안 실업급여가 지급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또한 재원조달에 있어서 사회적 형평을 고려하여 보험료납부비율에 있어 사용자부담분을 더 늘린다거나 노동자 계층별로 납부비율을 달리 정하여 소득재분배 효과를 살려야 할 것이다.
3) 고용보험 인프라 강화 – 수요자중심의 서비스체계 구축
실업급여 뿐만 아니라 취업 및 교육훈련에 대한 상담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상담원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실업자의 특성에 맞는 상담프로그램을 개발하며, 노동시장 정보의 비대칭성을 완화시켜야 한다. 개별 실업자의 경력과 능력에 맞는 구직활동 서비스가 지원되어야 한다. 특히 장기실업자에게는 심리적 안정 및 자신감 회복을 위한 프로그램이 제공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현재의 고용보험 서비스 제공자의 편의가 아닌 수요자의 편의에 따른 수요자 중심의 서비스 체계가 구축되어야 한다.
4) 사회보험강화투쟁
지금까지 고용보험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향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불안정노동과 실업이 만연한 지금, 노동자가 처한 노동시장의 위험을 최소화하는 고용보험의 강화는 중요한 노동운동의 의제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노동운동의 현실은 그러하지 못하다. 노동조합의 적극적 대응으로 고용보험이 사회보험으로서 제 역할과 기능을 하도록 한 유럽의 예도 있듯이 주체의 역량을 키워 사회보험 강화투쟁에 나서는 것이 우리의 과제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