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이대로는 안된다> <하> 법원·검찰 솜방망이 처벌
[내일신문]2006-03-31
검찰,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자 98% 약식 기소법원, 벌금형이 74% 차지 … 최종심 실형 없어
2001년부터 2004년까지 산업재해로 사망한 노동자수가 1만1000여명에 이르지만 검찰 기소를 거쳐 유기징역 이상의 법원 실형을 받은 사람은 12명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산재처벌의 근거가 되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에 대한 검찰과 법원의 연감(2001~2004년)을 분석한 결과 산재로 기소돼 재판을 받아도 4명중 3명은 벌금형에 그쳤으며 최종심에서 실형이 확정된 경우는 없었다.
노동계는 추락과 붕괴 등 후진국형 산재가 끊이지 않는 현실에서 기업주에 대한 법적 처벌을 강화해야 사회에 경종을 울릴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2001년부터 2004년까지 해마다 2965건 가량의 중대산업재해가 발생, 3401명(사망자 포함)이 중대재해를 입고 있다(표 참조). 하루 평균 10명 꼴로 크게 다치거나 죽는 셈이다.
◆법원과 검찰의 ‘솜방망이’ 처벌 = 산재사건에 대한 검찰의 기소율은 높은 편이다. 2001년 86.6%, 2002년 76.0%, 2003년 75.4%, 2004년 80.4%를 기록했다.
하지만 대부분 약식기소에 그쳤다. 약식기소란 정식 재판에 넘기지 않고 판사의 허락을 받아 벌금으로 대체하는 것을 말한다.
검찰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기소한 전체 건수 대비 약식기소 비율은 2001년 99.1%, 2002년 98.5%, 2003년 98.1%, 2004년 98.3%에 달했다.
이에 반해 검찰이 혐의자를 구속한 상태에서 정식재판을 청구한 경우는 2001년 8명, 2002년 8명, 2003년 11명, 2004년 12명에 불과했다(표 참조).
법원 판결도 마찬가지다. 산재의 책임을 엄하게 물어 1심에서 실형을 선고한 경우는 2001년 3명과 2003년 6명, 2004년 3명이었다. 2002년엔 아예 없었다(표 참조). 이나마 항소심을 거쳐 최종심에 이르면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전무하다.
4명중 3명(74%)은 벌금형에 처해지고 집행유예와 선고유예가 뒤를 이었다. 법원은 2001년 186명(재판인원 255명), 2002년 152명(202명), 2003년 185명(267명), 2004년 294명(387명)에게 벌금형을 부과했다.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한 공무원에 대해서는 아예 ‘물방망이’ 수준이었다.
검찰은 2001년부터 2004년까지 공무원 78명을 입건했지만 한명도 정식재판에 넘기지 않았다. 대신 ‘혐의없음(26명)’과 기소유예(19명), 약식기소(17명)로 대체했다.
박두용 산업안전보건연구원장은 “산재사고는 공안사건으로 취급되고 있다”며 “안전사고를 공안의 시각에서 바라볼 때 적절한 처벌이 이뤄질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원청회사·기업주 처벌 드물어 = 솜방망이 처벌도 하청업체의 현장소장과 안전관리자 등 실무급 직원에게만 집중된다. 원청회사의 간부나 기업주가 처벌받는 경우는 드물다.
한국안전연대 서울지부 권현철 회장은 “수년간 현장에서 안전관리자로 활동했지만 기업주나 고위 경영진을 처벌하는 경우는 한 건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검찰 고위관계자는 “산재에 대한 형사처벌이 약한 측면은 있다”며 “유족 또는 피해자와 합의를 하면 불구속하는데, 사안의 경중에 따라 구속도 할 수 있고 벌금을 세게 물릴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달초 ㅇ건설업체가 서울 영등포구 건설현장에서 산재사망사고를 냈지만 하청업체 직원 2명만 입건됐다. 경찰은 중순경 같은 장소에서 산재사망이 또 발생하자 그때서야 원청업체의 현장소장을 입건, 조사하고 있다.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최명선 부장은 “기업주에 대한 처벌 강화는 노동계 전체의 요구지만 대부분 하청업체 직원만 처벌하는 상황”이라며 “검찰의 미온적인 수사와 법원의 솜방망이 처벌은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은광 고성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