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적 노동자감시의 중흥기

최근 노동자 감시 기술은 급속도로 발전하여 다양한 생체인식기(홍채, 정맥, 지문 등)를 동원하기도 하고, 인공위성 덕에 GPS라 불리는 위치추적을 능숙히 해내고 있기도 하다. 또 작업장이건 사무실이건 CCTV, 전자신분증(RF ID카드, 스마트카드 등 IC칩 내장카드), ERP(전사적 자원관리시스템) 등이 두어 가지씩 교묘히 작동되고 있다. 1) 게 중에는 노동자들의 눈에 잘 띄지 않는 것들도 있어 실제 작업장에 장착된 노동자 감시 장치들은 피부로 느끼는 것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현실은 바야흐로 노동자 감시의 중흥기인 것이다. 2001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전북 익산 (주)대용 사업장의 노조말살 음모로 획책된 CCTV 설치 이후 2002년 발전파업 등을 거치며 홈페이지 차단 등 인터넷 컴퓨터 네트워크를 통한 감시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어졌다. 하지만 이를 둘러싼 심도 깊은 논의는 몇 년이 지난 지금 활발해진 셈이다. 노동자들이 감시와 통제를 거부하고 노동권과 건강권, 정보인권을 계급적, 사회운동적으로 요구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노동자 감시 시스템의 본격적인 확산은 노동통제를 강화하고 노동조합의 조직력을 약화시키는 데 일조하고 있다. 하이텍알씨디코리아를 필두로 한 많은 사업장에서 노조파괴공작으로 노동자 감시 장치를 도입하고 있는 현실이 이를 입증한다. 하이텍알씨디코리아는 CCTV로 인해 4년째 노자갈등이 지속되고 있으며, 아직 남아있는 13명 조합원들은 사측의 과도한 감시로 인한 ‘집단정신질환’을 앓고 있지만 산재승인이 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에서 노동자 감시는 자본가의 전근대성, 즉 봉건성과 괘를 같이한다. 사회적으로 노자관계가 대등하지 못한 상태에서 자본 마음대로 노동자 감시 장치가 작업장 관리 시스템이라는 명목으로 일사천리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노동자 감시 시스템 도입 이유는 여러 가지이지만, (주)대용이나 하이텍알씨디코리아와 같이 오로지 한 가지 목적을 달성하려는 것일 수도 있다. 노조가 설립되어서, 노조가 강성이어서, 노조를 없애려고 등등. 공통점은 한결같이 자본이 노동을 대등한 파트너로 인정하려고 들지 않는 데 있다.

노동자의 영혼에 새겨지는 규율

노동자 감시는 노자관계의 특정 국면에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자본의 입장에서 보면 노동을 적절히 통제하기 어려워 효율성에 장애가 생길 때 자본은 노동자 감시 시스템을 구축하여 노동을 전일적으로 통제하려는 지배권력을 행사한다. 그렇다고 모든 경우에 노동자 감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적어도 최근의 전자정보적 감시통제 기제들은 고가의 비용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에 자본은 투자회수율을 따지게 될 것이다. 또한 CCTV가 어느 날 일시에 작업장에 장착되는 것과는 달리 ERP 도입과 같이 구축 초기 또는 일단 진행하면서 중간 정도에 어쩔 수 없이 노조의 동의를 구하는 경우도 있다. 2) 결국 자본의 입장에서 보면 뷰러웨이(1985, 생산의 정치)가 말한 헤게모니적 통제가 일정 정도 필요하다는 점이다. 노동자 감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노동자의 동의를 획득하는 과정이 수반된다는 것이고, 이러한 상황에서 노조는 자본의 강제를 당하거나 설득을 당하거나 할 것이다.

노동자 감시 시스템이 노자간 세력관계를 반영한다는 점은 우리가 전자정보화-감시사회를 이해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하다. 정보기술이 가치중립적이거나 당파성이 없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그러하다. “정보화 사회는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다. 정보화 사회는 후기자본주의 사회의 특징적인 한 양태를 일컫는 개념에 불과하다. 상품의 생산-교환-소비를 기본으로 하는 자본주의는 필연적으로 정보화 사회로 발전할 수밖에 없는 내재적 논리를 지니고 있다.”(김주환, 1996, ‘정보화 사회와 뉴미디어 어떻게 볼 것인가?’, 문화과학 9호)

‘전자감시사회론’은 감시 기술이 사회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보았다. “감시사회의 개념은 현대성의 이러한 핵심적인 특징의 광범위한 추이로 주의를 돌리는데 유용할 것이다. ‘감시사회’를 검토하는 것은 감시의 측면으로 오늘날의 사회관계를 검토하는 것이며, 이것은 자본주의, 가부장제 등의 측면으로 검토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라이온, 1994, 전자감시사회) 라이온은 아예 ‘새로운’ 분석 틀로 ‘감시사회’ 개념을 제시하고 있다. 홍성욱(2002, 파놉티콘-정보사회 정보감옥)은 역사적으로 파놉티콘으로서의 작업장이 형성되고 이것이 ‘전자정보파놉티콘’과 ‘수퍼파놉티콘’으로 발달하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노동자 감시의 문제를 밝힌다.
일테면, 제레미 벤담의 파놉티콘의 본질은 그의 동생 새뮤얼 벤담의 공장에서 더 잘 드러난다. 파놉티콘은 노동을 통해 죄수 또는 노동자의 영혼에 규율을 세우기 위해 만들어졌다. 따라서 공장이건 감옥이건 파놉티콘이라는 점에서 그 본질이 같다. 파놉티콘은 그 자체로 거대한 공장이며 기계이다. 벤담은 스스로 파놉티콘을 ‘감시’의 원리가 내재된 자동기계로 불렀다고 한다. 이 거대한 기계의 궁극적인 목적이 감시를 내면화해서 규율을 만들어내는 것이라면, 공장에 도입되는 기계 역시 그 부속품으로써 파놉티콘의 기능을 구현한다. 기계는 숙련 노동을 무력화시키고 육체적, 정신적인 규율을 강제한다. 기술적 통제에 더해 자본은 위계적 통제, 관료적 통제, 이데올로기적 통제를 노동에 한꺼번에 강제한다.

IT 강국의 껍데기, ‘지식정보화 사회’ 라는 거짓말

그렇다면 한국에서 새로운 정보기술 도입은 어떤 문제가 있는가? 90년대 미국경제와 세계경제의 가장 커다란 특징은 금융세계화다. 세계적으로 진행된 변동환율제 채택, 외환거래 자유화, 무역과 투자의 자유화 등 신자유주의적 금융세계화, 반주변-주변의 위기가 오히려 미국으로 자본을 집중하게 만들었다. 신경제는 투기거품, 과소비, IT 과잉투자로 지탱되었다. 한국도 97-98년 공황 이후 축적률이 둔화되었고 아이엠프 구조조정으로 인해 자본자유화가 급속도로 진행되었다. 99-2000년 IT 붐이 일어났지만 2001년 IT 거품은 곧장 붕괴하고 벤처 주식시장도 붕괴했다. 그럼에도 IT강국이라는 허울은 이제까지 존재한다. WTO 체제 성립과 OECD 가입으로 금융세계화로의 편입은 가속화하고 있고, ‘동북아중심국가’ 구상과 ‘전자정부’ 출현은 이에 부응하는 국가정책이다. 미국은 현재의 위기를 전쟁(‘무장한 세계화’)과 주변-반주변의 위기 심화를 통해 미봉하고 있다. 노동에 대한 공격은 대량해고, 비정규직화, 노동의 불안정화, 노동법의 지속적인 개악, 임금억제, 노동강도 강화, 노동에 대한 포섭과 배제 전략, 노동자 분할, 노동운동 탄압, 지속적인 자본합리화 양상으로 일어나고 있다. 우리가 관심을 기울이는 노동자 감시 문제는 이 가운데 자본합리화-전자정보화와 관련된 것으로 대량해고, 노동의 불안정화, 노동강도 강화를 야기한다.

지식정보화 이데올로기의 원조라 할 수 있는 드러커는 전후자본주의 황금기인 1950-70년대부터 지식기반사회로의 전환을 주장하였다. 그렇다면, 왜 이제 와서 정보화-지식기반사회가 문제가 되고 있는가? 지식기반사회론이 한국에서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새롭게 조명되고 있는 이유는 그것이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 구조조정과 결합하여 자본의 새로운 권력형태를 창출하는데 일조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세계경제에서 전자정보화는 자본의 노동에 대한 공격이라는 신자유주의적 공세를 매개하는 변수인 셈이다. 신자유주의 통치는 전자정보적 노동통제 기제를 통해 초일류 지향, 범지구적 무한경쟁, 국가경쟁력 강화 등의 이데올로기를 강화한다. “특히 정보, 과학, 지식, 기술 등이 사회적 생산과정에 응용될 때, 이것은 자본이 노동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잉여를 효율적으로 추출하는 데 있어 매우 합리적인 무기로 기능한다.”(강수돌, 1999, ‘정보화와 노사관계의 상관성’, 산업노동연구 제5권1호)

아이엠에프 이후 감시의 고도화, 노동자의 개별화

최근 새롭게 각광받는 경영혁신 프로그램은 BSC(Balanced Scorecard 균형성과관리), KPI(Key Performance Indicators 핵심성과지표),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 전사적 자원관리) 등이다. 최근 새로운 노동통제 기제들은 하나같이 전자정보적 감시통제 기제로서 기능한다. 이는 전 사회적인 지식정보화 흐름을 탄 자연스런 경향으로 치부된다. 따지고 보면 2003년 교육계에서 엄청난 갈등을 일으켰던 NEIS도 ERP의 다른 이름에 불과한 것이었다.(윤현식, 2002, ‘NEIS의 반교육적 성격에 관한 소고’, 새길을 여는 교육비평 10호) 학교행정 관리의 첨단정보화라는 명목으로 학생-교사-학부모의 개인정보가 삼성이라는 거대 재벌기업에 넘어가게끔 되었던 것 아닌가? 지식정보화로 말미암아 자본은 자본축적의 최적 조건을 ‘인간자원’에 대한 관리(Human Resource Management), 즉 노동력 관리에만 집중시킬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것이다.

90년대 신경영전략으로 통용되던 현장통제와 아이엠프 이후 현장통제는 그것이 현장통제라는 이름으로 불려진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 둘 사이에는 경계가 있다. 후자의 경우 전자정보적 통제를 수반한다는 점에서 현장통제의 고도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이는 한국에서 신자유주의의 전면화라는 양상 속에서 드러난 현장통제이기 때문에 ‘신자유주의 통치’라는 메커니즘 속에서 면밀하게 살펴봐야 할 필요성이 대두된다. 그런 면에서 아이엠프 이후의 전자정보적 감시통제는 신자유주의 통치 기제의 일환으로 해석해야 할 것이다.

90년대 업무흐름상 효율을 달성하고자 도입되었던 BPR(Business Process Re-engineering 업무흐름재설계)은 정보기술을 통한 데이터의 관리가 뒷받침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었다. BPR의 한계를 기술적으로 극복한 ERP의 궁극적 관심 대상은 데이터 그 자체다. 노동자의 개인정보와 작업성과는 물론 인간관계까지도 데이터로 만들어 저장, 보관, 평가, 판단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 전자정보적 감시통제의 요체다. 자본의 일방적인 데이터 수집, 유통, 축적에 노동자들이 개입할 여지는 현재로서는 거의 없다. 앞으로 신자유주의 전자정보적 통치 기제가 노동자들의 노동권과 건강권, 정보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보기술의 변화는 한편으로 자본의 축적을 강제하여 초국적금융자본의 이익을 증대시킬 것이고, 다른 한편으로 노동의 변화를 이끌어 냄으로써 노동의 성격을 변화(탈숙련화, 표준화, 유연화, 다기능화)시킨다. 나아가 정보기술 그 자체가 소수의 남성노동력을 핵심 노동자층으로, 다수의 여성노동력을 주변부 노동자층으로 양분할 것이다. 전자정보화는 시간, 공간, 국경의 한계를 초월하여 그 막강한 정보망을 통해 노동자의 일거수일투족을 통제할 것이다.

전자정보적 감시통제는 노동과정의 통제방식에도 변화를 야기한다. 자본은 전자정보화와 함께 팀제를 적극 활용해 인력감축, 타이트한 노동시간, 노동강도 강화, 통제의 내면화, 관리비용 축소라는 목표를 달성한다. ‘팀제’가 팀 구성원끼리의 내부통제, 자기통제를 강제하도록 하여 자본은 휴지 안대고 코푸는 것처럼 노동의 지배를 용이하게 실천한다. 과거에 비해 기술적 통제는 외재적 통제가 아닌 제도적 형태나 소통적 형태를 띠고 세련되게 탈바꿈한다. 이 속에서 일군의 노동자들에게 ‘전자민주주의’의 환상이 유포되기도 한다. 즉 자본의 운동 논리를 노동자 스스로 내면화하도록 만들어 궁극적으로 자본의 지배를 높이는 것이다. 자본의 입장에서 성공적인 전자정보화가 이루어지면 노동자의 집단성이 개별성으로 치환되고, 노동은 자본의 평가와 통제에 더욱 종속됨으로써 노동자 내부의 경쟁과 분할이 더욱 심해져 노조가 무력화된다.

감시의 심화, 확장으로서 온라인감시 3)

전자감시를 개인의 사생활 침해로 좁게 해석하지만 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감시는 개인보다는 집단감시를 선호하고 동시에 권력의 문제를 끌어들인다. 현대권력은 전자적 수단을 통한 보이지 않는 감시 덕에 그 반경을 넓히고 억압적 속성을 숨기는 재주를 터득한다. 노동자 감시가 극악한 통제유형으로 군림하던 테일러주의를 더욱 더 과학화, 세련화하는 것으로 나아가고 있다. 자본의 노동통제 방식에 언젠가부터 조금씩 변화가 생겼다. ‘전자정보화’가 바로 그것이다. 전자정보화(디지털화를 통한 기억, 연산, 통제, 반복 가능성)가 작업장에 구현되면 비디오와 컴퓨터를 통한 테일러식 시간 동작 연구의 세련화, 전광판 등을 통한 작업공정 상황의 시각화가 이루어진다.

정보사회의 감시는 전자감시를 가리킨다. 전자감시란 전자기기 등을 사용하여 감시대상을 감시하는 것이다. 컴퓨터는 정보의 감지, 측정, 수집, 저장, 처리, 분류, 재생 등의 면에서 가공할 만한 효율성이 있다. 그것은 바로 정보를 디지털화 방식으로 처리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디지털 정보변환, 즉 디지털 정보처리기술은 다양한 방법으로 감시능력의 증대를 수반한다.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기술은 각 시스템을 상호 연결하여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바로 LAN이다. 각기 분산되어 있는 정보는 네트워크를 이룸으로써 더 많은 정보자원을 쉽게 공유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게 된다. 그런 까닭에 ‘디지털 컴퓨터는 감시의 성격을 질적으로 변화시킨다. 감시를 일상화시키고 확장하며, 그리고 심화시킨다’.

정보기술을 통한 전자감시는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첫째, 전자기술은 관찰자와 감시자를 노출시키지 않으면서 본인의 동의 없이도 개인의 비밀 정보까지 대량 수집하게 한다. 둘째, 수집된 정보의 전송을 용이하게 하여 시간, 공간, 국경을 초월한 정보의 공유를 가능하게 한다. 셋째, 분산적 정보들을 체계화하여 데이터베이스를 만들 수 있게 하고, 무한 축적된 정보를 쉽게 검색, 출력할 수 있도록 한다. 결국 이러한 감시 과정이 원활할수록 ‘정보불평등’이 강화되며 ‘권력관계’의 일방성이 강해진다. 컴퓨터 기술을 활용한 작업장 감시는 노동자의 작업행위 뿐 아니라, 일반적 행위적 특성과 순수한 개인 특성도 포함한다. 그러나 작업장 감시의 본질적인 의도는 노동자 자체에 대한 감시보다는 노동행위에 대한 감시와 통제에 있다. 즉 노동과정을 더욱 효과적으로 통제하여 잉여노동의 착취를 가능하게끔 하는데 전자정보기술이 도입되는 것이며, 이는 세련된 기술적 통제를 통해 전자감시를 달성하는 것이다.

기업 내 감시 시스템은 80년대 후반 대기업부터 도입되기 시작하였지만, 최근에는 저렴해진 비용으로 중소기업까지 광범위하게 확대되고 있으며, 사무직, 생산직, 서비스직, 공공부분 등 업종을 망라하여 설치되고 있다. 거의 모든 기업이 온라인 감시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네트워크 감시는 사이트 접속 차단에서 이메일 확인까지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 기업의 업무가 인터넷 환경으로 바뀌면서 새로운 첨단네트워크 감시장치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기업은 네트워크를 통과하는 모든 정보를 실시간에 파악할 수 있다.

감시 기술의 발달로 CCTV, 전자신분증, 위성 위치추적 시스템(GPS), 전화 도청 장치, 인터넷 사용 감시, 생산자동화시스템 등 영상정보통신 기술이 복합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기업들은 보통 노동자 감시 시스템 도입의 명분으로 산업안전, 보안, 업무효율성 제고, 고객서비스 관리, 도난방지 등을 내세운다. 그러나 실제로는 노동자 사생활 침해, 노동조합 파괴, 노동강도 강화, 노동자 개개인에 대한 통제에 이용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7-80년대까지 노동자들은 퇴근시간에 몸을 수색하는 반인권적 노동자 통제에 맞서 싸워왔다. 회사는 이제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해서 노동자들의 주머니뿐만 아니라 머릿속까지 수색하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감시는 계속된다 24시간, 비밀스럽게

첨단 기술을 통한 감시기술은 기존의 노동통제 기술과는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 24시간 감시가 가능하고 정보의 선택, 축적, 편집이 자동적으로 이루어질 뿐만 아니라, 지역적 한계까지도 초월하여 모든 행적을 추적 감시할 수 있게 한다. 그러나 직접 눈으로 보이지 않아 오히려 표면적으로 노동에 대한 자율이 확장되는 것으로 보이게 하며, 그에 대한 대응을 어렵게 한다. 자본가는 노동자 감시기술을 통해서 직접적인 지배와 명령 없이도 스스로 알아서 활동할 수 있는 ‘자기통제’를 목표로 하며, 노동자들에게서 지속적인 ‘복종’을 이끌어 낼 수 있다.

감시는 유사하게 생각할 수 있는 모니터링과는 구별되며 일반적으로 노동자가 모르는 상태에서 진행된다. 따라서 감시자, 즉 자본가에 의해 감시대상자, 즉 노동자는 관찰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물론 노동자는 이 사실을 모른다. 주어진 업무를 얼마나 잘 하고 있는지, 자신의 자리에서 이탈하지는 않는지에 대한 모든 작업 관련 노동자 정보를 지속적으로 수집하는 것이다. 그리고 정보수집분석결과 감시대상자는 고과에 매겨지거나 상벌을 받을 수도 있고, 감시대상자가 노동조합과 같은 집단일 경우, 노조파괴전략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격렬한 투쟁을 전개했던 롯데호텔, 발전, 재능교육 노조 등에서는 자본이 노조 홈페이지를 차단하는 일까지 서슴지 않았다.

작업에 대한 감시는 생산량, 문서처리량, 자원의 사용, 컴퓨팅 시간, 전화사용 횟수, 커뮤니케이션 내용, 서비스 태도, 감시, 도청행위 등이 범주에 들어가는데, 위치확인카드, 호출기, TV, 카메라, 일에 몰두하는 정도, 실수의 경향과 빈도 등도 노동자 일반행위에 대한 감시 부분에 들어갈 수 있다. 정보감시기술의 발전에 따라 작업장 감시는 그 수준과 폭을 훨씬 강화하고 다양화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생산증대에 기여하도록 계획되고 요구되는 것이다. 사용자들은 감시감독의 목적으로 주로 생산성과 경쟁력 확보를 위한 작업모니터링, 품질관리와 고객서비스 향상, 법과 규칙의 준수, 교육과 감독의 지원, 안전한 작업장의 확보, 사용자의 재산보호 등을 들고 있다. 그러나 작업장에서의 감시감독은 대부분 비밀스럽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그러한 행위가 어느 정도로 이루어지는지를 확실히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

전자정보적 감시체계는 왜 문제인가? 이러한 문제의 상당부분은 감시의 익명화와 자동화, 그리고 모든 행동과 움직임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연관된 감시통제 과정과 통제의 성격의 급속한 변화 등과 직접적인 관련을 맺고 있다. 전자정보화, 컴퓨터 기술의 발달을 통해 노동과정은 ‘정보파놉티콘’적 권력지배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마침내 이 속에서 노동자들은 감시를 내면화하여 자기 스스로를 통제하는 ‘자기규율’을 가지게 된다.

각주)

1) 자본주의적 생산과정은 가치증식과정인 동시에 노동과정이다. 전자를 통해 착취가 일어나고 후자를 통해 노동자에 대한 통제와 감시가 일어나며 이러한 두 과정은 결국 노동을 소외시킨다. 노동통제란 노동자의 작업장 행동에 대한 감시뿐 아니라 노동효율성을 높이려는 제 방책을 뜻한다. 21세기 신경영기법은 첨단감시기술의 발달로 인해 노동자를 더 효율적으로 관리한다. 90년대 중반 이후 꾸준히 보급된 노동자 감시 기술은 전화 송ㆍ수신, CCTV, 인터넷 E-mail, 전자신분증, ERP, 생체인식기, GPS 등으로 일반화되고 있다. 최근 조사결과(민주노총 등 9개 시민사회단체들의 모임인 ‘노동자감시 근절을 위한 연대모임’이 2003년 6월 207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실시한 노동자 감시 시스템 실태조사 결과 조사대상 사업장의 89.9%가 감시 시스템을 평균 2가지 이상 설치한 것으로 나타났다)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업의 열 곳 가운데 아홉 곳은 감시 시스템을 설치했다. 특히 보건의료 업종과 1,000인 이상 사업장은 거의 대부분 감시 시스템을 설치하고 있어 충격을 던져주었다.
2) 노동자들이 ERP 구축을 확인하는 단계는 거의 대부분 자본의 일방적인 통보에 의한 경우다. 자본이 노동자들 몰래 상당기간 ERP 구축을 진척시켜오다가 노동자에게 발각되어 알리는 경우도 태반이다.
3) ‘첨단기술에 의한 노동자 감시,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토론회(2002), 이황현아, ‘최근 노동감시와 노동과정의 특성’ 중에서 재구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