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여는 글

작년 국감을 끝난 지가 엊그제 같았는데 바로 올해 국감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비정규 법안을 놓고 몇 차례 공방을 치르고 여름이 되어 휴가 갔다 오고 그러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내가 서 있는 위치가 바로 거기였다. 국회 와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국회 시계는 빨리 간다는 말이었는데 그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임시국회가 두 달에 한 번씩 열리고 한 번 열린 임시국회는 한 달간 진행되는 관계로 의원이나 보좌관이나 모두 시간을 쪼개서 인식할 수밖에 없는데, 그러한 구조가 바로 빠른 시간을 만드는 주요 요인인 것으로 보인다. 암튼 작년 국감 피로도가 채 잊혀 지지 않은 상태에서 올해 국감을 준비해야만 했다.
작년에는 국정감사의 의미와 진행방식에 대한 기본적 이해도 없이 국정감사 준비를 했었는데, 올해는 최소한 그렇지는 않았다. 전체 진행이 어떤 식으로 이루어질지, 국감에서 어떤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제기해야 가장 효과적일지 등을 어렴풋이나마 감을 잡을 수 있었다. 그러나 작년에 비해 부담감은 결코 줄지 않았다. 진보정당 의원으로서 근본적이고도 새로운 국감의 전형을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더구나 작년에야 다소간의 실수를 해도 그럭저럭 넘길 수 있는, ‘신참’이라는 변명거리가 있었지만 올해는 그런 것도 없었다. 그 부담감을 일에 대한 집착과 추진 동기로 삼을 도리밖에 없었다.

근로복지공단을 주된 국감 대상으로 삼다

올해 국감을 기획하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가장 크게 마음에 쓰였던 것이 산업안전부문에 대한 것이었다. ‘산업안전부문 국감보고서’를 쓰고 있기 때문에 이런 말을 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올 초부터 근로복지공단에서 흘러나오는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작년 연말에 제정된, 근골격계 지침과 과격민원(?) 대응 지침, 비슷한 시기에 행해진 요양업무처리규정의 변경, 그 이후에 이어진 공단 이사장과 서울북부지사 차장의 황당한 발언, 하이텍알씨디코리아(주) 조합원들에 대한 요양불승인 결정, 그에서 촉발된 농성과 40일이 넘는 단식 등이 그 대표적인 것들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국감을 맞이하고 있었기 때문에, 산업안전부분에 대한 부담감을 안 가질 레야 안 가질 수 없는 상황이었다. 더구나 작년 국감에서 산재 통계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여 노동부로 하여금 올 해 개정 방안을 마련하게 하는 등 큰 성과도 있었기에 부담감이 가중될 수밖에 없었다.
피할 수 없다면 맞서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번 국감 전체 기획 단계에서부터 근로복지공단을 주요 공략 대상으로 삼았다. 이번 국감을 통해 근로복지공단의 전반적인 문제점을 낱낱이 한 번 밝혀보리라, 굳은 각오를 다졌다. 산업안전부문을 관장하는 여러 기관 중에서도 근로복지공단에 특히 주목하였던 것은, 객관적으로는 올해 들어 앞에서 말한 그런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었다는 점이고 주관적으로는 산재 발생 이후의 권리 보장 문제를 다루는 근로복지공단 업무가 내게는 더 익숙했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당시 산재보험법 개정안 마련 작업을 막 끝낸 시점이라 산재보험과 관련된 논쟁을 국감으로 이어갈 필요성도 있었고 노동자들에 대한 노동부 민원행정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이 올해 국감의 주요 의제로 설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국감 전체의 방향과도 일치하였다. 이런 연유로 의원실은 올해 국감의 주 공략 대상으로 근로복지공단(이하 ‘공단’이라고 함)을 설정하였다. 그 이후 남은 과제는 공단을 공략할 전략과 전술을 효과적으로 수립하는 것이었다. 아울러 산재 예방 업무를 담당하는 산업안전공단에 대한 대책도 소홀히 할 수 없었다.

2. 준비과정

국정감사라는 것이 일정 기간 동안 전체 기관을 대상으로 종합적으로 행해지는 것이기는 하지만, 각 기관을 기준으로 놓고 보면 상당히 제한적인 것이다. 공단을 예를 들어 설명하면, 전체 국감 일정 중 공단에 배정된 날짜는 고작 하루뿐인데 그마저도 다른 여러 기관(장애인고용촉진공단, 산업안전공단 등)과 함께 배정되기 때문에 하루 전체가 다 배정되었다고 볼 수도 없다. 그런데 하루 국감 일정 중 한 의원이 발언할 수 있는 시간은 길어야 30분이다. 그것도 각 기관장의 답변을 포함한 시간이다. 산술적으로만 보면 이번 국감 기간 중 한 기관에 배정된 시간은 10분 남짓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각 의원실은 한 기관을 대상으로 2-3개의 의제를 선정하여 집중적으로 질의하는 방식을 취한다.
우리 의원실도 다른 기관에 대해서는 불가불 그런 식으로 국감을 진행하였다. 그러나 공단에 대해서는 그런 식으로 하고 싶지 않았다. 최소한 올해 국감을 통해서는 공단의 전체적인 면면을 종합적으로 들여다보고 싶었다. 그러나 시간이라는 장벽을 피해 갈 방법이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생각해 낸 방안이 바로 공단에 대한 자료집을 만드는 것이었다. 공단의 행정실태를 자료집에 담아 배포하면 국감이라는 시간과 공간의 물리적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겠다고 판단하였다. 그렇게 될 경우 공단에 대한 이른바 ‘사회적 감사’의 토대를 구축할 수 있다고 보았던 것이다.
공단에 대한 감사계획을 위와 같이 세우고 보니, 그 준비과정이 문제였다. 공단의 방대한 행정을 짧은 시간 안에 나 혼자 분석하여 자료집까지 만드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였다. 이에 산재법 개정안 마련 작업을 함께 한 동지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였는데, 이 동지들 역시 공단 행정에 상당한 불만을 가지고 있던 차여서 나의 요청에 순순히 응해 주었다(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산재문제에 깊은 관심과 식견을 두루 갖춘 동지들의 동참으로 공단에 대한 국감 준비 작업은 일사천리로 이루어졌다. 애당초 공단에 대한 전반적인 문제점 분석을 목표로 내세웠기 때문에, 산재법과 공단의 업무편람 및 교육자료 등을 함께 읽어나가는 작업부터 시작하였다. 그런 자료들을 다시 점검하면서 공단 행정의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었고 토론 과정을 통해 그 문제점을 드러낼 수 있는 자료 목록을 만들어 나갈 수 있었다. 이번 국감 때 요청한 자료요청서만도 20페이지, 100여 항목에 이르렀다.

3. 국감에서 제기한 의제들

위와 같은 자료를 통해 공단에 대한 이번 국감에서 드러난 사실은 다음과 같다 1)

첫째, 질환종류별 요양승인 실태와 관련, 암․간질환․정신질환 등 사회적으로 관심을 많이 가지는 질환과 근골격계 질환․척추추간판탈출증․척추추간판팽윤 등 노동자에게 많이 발생하는 질환의 승인실태를 살펴보았다. 노동자들이 업무와 관련하여 자살에 이르는 실태도 살펴보았다. 그 결과 근로복지공단이 지난 3년간 암에 대한 요양신청에 대해 업무상 재해로 인정한 비율이 17.7%에 불과한 사실이 드러났다. 암 종류별로는, △ 간암의 경우 총 257건의 신청 중 48건(18.6%)이, △ 백혈병의 경우 총 49건의 신청 중 10건(20%)이, △ 폐암의 경우 총 154건의 신청 중 48건(31%)이, △ 기타 암의 경우 총 135건의 신청 중 단 3건(2.2%)만이 업무상 재해로 인정된 것으로 밝혀졌고, 위암과 전립선암의 경우 각 52건과 4건의 신청 중 단 한 건도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 외에도 근골격계 질환의 불승인 비율이, △2001년도에는 8.1%(144건/1,778건), △ 2002년도에는 6.7%(131건/1,958건), △2003년도에는 6.3%(304건/4,836건), △2004년도에는 9.85(449건/4,561건), △2005년도에는 18.1%(359건/1,984건)로 2004년도 이후 점점 높아지고 있는 사실이 밝혀졌고, 척추추간판탈출증의 불승인 비율도 2003년도에는 25.6%(3,541건/12,370건), 2004년도에는 31.5%(3,814건/12,121건)이던 것이 2005년도에는 41.2%(3,843건/6.534건)에 이르러 2005년도에 들어 급격히 증가한 사실이 드러났다. 근골격계 질환의 불승인 비율이 이처럼 높아지는 시점은 공교롭게도 공단이 2004년 11월과 12월에 ‘근골격계 업무관련성 인정기준 처리 지침’과 ‘근골격계질환 업무관련성 조사위원회 운영규정’을 제정하면서부터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것이다.

산재보험 적용과 요양 업무 실태

둘째, 산재보험 적용업무 실태와 관련하여, △5인 미만 영세사업장의 노동자와 이주노동자의 산재보험 적용 실태, △가족노동자의 산재보험 적용실태, △노조전임자의 산재보험 적용실태, △요양신청을 반려한 실태 등을 살펴보았다. 그 결과 △5인 미만 영세사업장의 노동자와 이주노동자의 산재보험 적용 실태가 매우 미비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공단이 사업주의 가족 노동자와 노조전임자에 대해 행하는 보험적용 기준이 매우 협소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공단이 요양신청을 반려하는 주된 사유가 신청자가 노동자가 아니라는 것 및 산재법상 적용제외 사업장이라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셋째, 요양업무 실태와 관련하여, △지난 3년간 업무상 질병과 업무상 사고의 승인 실태와 소송실태, △요양신청서 작성 항목 중 사업주 날인란의 문제, △추가상병신청과 재요양신청 사건의 승인실태, △자문의사협의회 운영실태, △특진운영실태, △산재지정 의료기관의 실태, △심사를 담당하는 공단심사실과 재심사를 담당하는 노동부 산재보험심사위원회의 운영실태 등을 살펴보았다. 그 결과, △업무상질병의 승인률은 약 80%(다만 주요 도시의 경우에는 50%대에 불과하였다)이고 업무상사고의 승인률은 약 96%라고 하는 사실, △공단이 소송에서 패소하는 비율이 약 20%라고 하는 사실, △공단은 소속 근로자 여부 및 재해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사업주 날인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그런 점은 사업주 날인이 없어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는데 반해 사업주 날인이 특히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의 재해신청 자체를 가로막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는 사실, △재요양 승인률이 최초 요양 승인률보다 낮은 75%대라는 사실, △지사별 자문의사 중 산업의학전문의의 비율이 7%에 불과한 사실(63명/892명), △자문의사협의회의 개최 여부 및 운영실태가 엄격한 기준에 의해 이루어지지 않고 지사장 재량이나 관행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는 사실, △특진 실시 역시 지사장 재량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는 사실, △우리나라 5대병원(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신촌세브란스병원, 강남성모병원)이 모두 산재지정의료기관이 아닌 사실, △심사업무가 심사장에 의해 좌우되는데 그 심사장이 대부분 보상업무를 수행했거나 수행할 예정인 자들이라서 공정한 심사를 행할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를 가지고 있는 사실, △재심사 과정에서 한 사건에 소요되는 시간이 평균 5분 정도에 불과한 사실 등을 알 수 있었다.

보상업무의 문제점

넷째, 보상업무와 관련하여, △평균임금 증감 실태, △이종요양비 지급실태, △요양급여 범위의 조정실태, △한방급여 지급실태 등을 살펴보았다. 그 결과, △당사자가 평균임금 자동증감 신청을 하지 않아 손해를 보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자들이 일부나마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고, △산재승인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들의 경우 과잉진료로 인한 손해를 보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으며, △건강보험 수가에는 포함되지 않더라도 공단 이사장의 신청과 노동부장관의 승인으로 산재보험 수가로 인정받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제도가제대로 실행되지 않았고, △한방요양환자의 수가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 외에도 하이텍알씨디코리아(주) 노조원들에 대한 요양불승인 결정의 타당성 여부도 심도 있게 다루어졌다. 이와 관련 단병호 의원은 위 회사의 사용자가 노동조합 활동을 한 노동자를 대상으로 ‘왕따’라인을 구성하고 ‘왕따’ 라인을 비추는 별도의 CCTV를 설치하여 관리자들로 하여금 상시적인 감시․통제를 하도록 조치하였는데 그것이 “적응장애를 유발시킬 정도의 자극요인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은 부당하고 쟁의 후 노동조합 활동 과정에서 빚어진 일을 쟁위행위와 연속된 노조활동이라고 하여 마치 쟁의행위 중에 발생한 일인 것처럼 판단한 것은 자의적인 법 집행이라고 추궁하였다. 단병호 의원 외에 다른 의원들도 서울대병원 노조원 면담시 몰래카메라로 촬영한 경위에 대해 추궁하면서 재발 방지를 촉구하였다.
한편, 산업안전공단에 대한 감사에서는 △석면피해확산 문제, △지하노동자 및 화학장치산업 노동자들의 건강권 문제, △산업안전공단의 사업계획 수립 방식의 문제, △이주노동자의 산재율 증가 및 유해물질 노출 문제가 다루어졌다. 이와 관련, 노동부는 석면 사업장에서 다수 발생하는 종피종 환자에 대한 건강수첩 발급 및 병력 발생원인 역추적 등을 실시하겠다고 약속하였고, 지하노동자 및 화학장치산업에 대한 근로조건 기준 설정 및 작업환경측정과 역학조사 등을 2006년 사업계획에 포함시키기로 하였고, 이주 노동자 사업장에 대한 정기적인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안전예방에 힘쓰겠다고 약속하였다. 김영주 의원은 건설현장의 산재 은폐 문제를 집중적으로 추궁하였고 노동부는 그에 대한 실태 조사를 약속하였다.

4. 성과와 한계

이번 국감의 성과로 들 수 있는 것은, 공단의 요양 업무 행정에 대해 포괄적이고 전면적으로 문제점을 지적하여 공단의 행정이 자의적이고 일방적으로 진행되는 것을 저지할 단초를 마련했다는 것이다. 현재 노동부는 산재보험제도발전위원회라는 기구를 꾸려 산재보상 체계 개선을 계획하고 있고 공단은 행정합리화라는 명분으로 산재 노동자들의 권리를 제한하는 조치들을 시행해 나가고 있는데, 이번 국회에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을 제출함과 아울러 산재보상보험 업무에 대해 전면적인 문제를 제기하여 정부 주도의 일방적 개편 방안을 저지할 단초를 마련한 것이다.
이번 국감을 통해 공단이 구체적으로 약속한 제도 개선 사항은, △요양신청서의 사업주 날인 란을 폐지하는 방안과 사업주 날인란을 폐지하지는 않는 대신 사업주가 거부할 경우에는 사업주 날인을 받지 않아도 된다는 문구를 기재하는 것을 검토하겠다, △자문의사협의회 부의안에 담당 직원의 의견을 기재하지 못하도록 하고 주치의의 소견을 반드시 기재하겠다, △자문의사협의회에 산업의학 전문의를 지속적으로 확충하겠다, △치료종결 여부를 결정할 때 자문의사협의회를 거치도록 되어 있는 것을 철저히 시행하겠다, △주치의사와 자문의사의 소견이 다른 경우 등 자문의사협의회를 거쳐야 하는 사유가 발생할 경우 최대한 협의회 심의를 거치도록 하겠다, △자문의사협의회 개최시 5인 이상이 참석할 수 있도록 지도감독 하겠다, △재요양 승인시 평균임금 산정 시점을 정함에 있어 피재노동자에게 불이익이 없도록 조치를 취하겠다 등이다.
한편, 국감을 끝내놓고 뒤돌아보니 이번 국감에서 공단과 노동계가 대립했던 사안들에 대해 근본적 개선 방안을 마련한 상태에서 대처하지 못했던 것, 현장의 요구를 전부 다 반영하지는 못했던 것, 전 국민적 공분을 살 수 있는 공단 행정의 문제점을 충분히 드러내지 못했던 것, 이번 국감을 통해 반드시 개선해야 할 핵심과제를 선정하지 못했던 것 등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런 점들이 바로 이번 국감의 한계로 지적될 수 있을 것이다.

5. 향후 과제 및 계획

일단 국감에서 제기된 사안들에 대해 공단 및 노동부가 개선을 약속한 부분이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지를 철저히 점검해 나갈 계획이다.
그리고 이번 국감에 미처 반영하지 못한 내용들이 향후 상임위에서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다. 어차피 국정감사라고 하는 제한된 틀 속에 현장의 요구들을 전부 수용하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하기 때문에 일반 상임위를 활용할 수밖에 없다. 현재 상시국감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다른 제도 개선 없이 현재 상황에서도 ‘상시국감’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의원실의 판단이다. 이건 제도의 문제라기보다는 상임위 활용에 대한 의지와 기술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상시국감의 방침 속에서 현장 및 제 산업안전보건 단체들과 체계적 연대의 틀을 다지는 것도 향후 남겨진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이제는 정서적 교감의 차원을 넘어서서 민중운동 진영의 대 의회 사업을 어떻게 진행할 것인가 하는 차원에서 연대의 틀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 의원실의 판단이다. 의회의 기능이 부풀려져서도 안 되고 의회를 통한 운동 방식만 고집해서도 안 되지만, 의회가 제도 개선을 이루는 데 있어 유용한 공간인 것은 틀림없는 이상 그 공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의원실은 향후 현장 및 단체들과 연대하여 국감뿐만 아니라 일상적 상임위를 통해서도 산재 문제에 대한 노동자들의 요구를 실현시키기 위해 노력해 나갈 것이다.

6. 마무리

근로복지공단에 대한 감사가 있던 날, 비가 많이 왔다. 공단을 둘러싼 노동자들의 옷이 다 젖었고 얼굴에도 빗물이 흘러내렸다. 일하다 다쳐도 제대로 보상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의 처지에 눈물도 함께 흘리는 노동자들이 분명 많이 있었을 것이다. 감사를 하러 가는 입장이라, 양복을 입고 우산을 쓴 채 대오를 뚫고 감사장 안으로 들어갈 때의 그 복잡한 심사라니. 동지들의 심정을 국감장에서 제대로 대변할 수 있을 런지, 동지들의 분노를 제대로 반영하는 의제를 선정한 것인지 하는 우려부터 농성과 투쟁 단계에서부터 좀 더 밀접한 관계를 맺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까지 여러 가지 생각들이 머리 속에서 웽웽거렸다. 어쨌든 국감은 끝이 났고 단식도 중단되었다. 그러나 하이텍알씨디코리아 조합원들과 GS 건설 노동자들과 전국 각지의 근골격계질환 노동자들의 고통은 끝이 나지 않았다. 그 지점이 바로 내년 국감과 상임위를 준비하는 출발점임을 다시 한 번 마음 속에 새겨 넣는다.

각주)

1) 자세한 내용은 ‘노동자의 눈으로 바라 본 근로복지공단 행정의 문제점’ 자료집을 참조하기 바랍니다(www.labordan.net으로 들어가 자료실에 들어가면 위 자료집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