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우리나라는 ‘산재왕국’이라고 불릴 정도로 산업재해가 많이 발생하는 나라이다. 세계 10위권의 경제규모를 자랑하고 있는 2005년 현재에도 ‘산재왕국’이라는 별명은 여전히 따라 다니고 있다. “한해 3천 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고, 10만 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고통을 당한다”는 이야기는 너무 많이 들어서 무감각해질 정도이다. 경제의 급격한 발전에도 불구하고 줄어들지 않는 산업재해의 문제는 가장 심각한 사회문제임에 틀림없다. 특히나 산업재해로 인해 매년 양산되고 있는 산재노동자들은 건강상의 고통뿐만 아니라 노동력 상실과 치료비 등으로 인한 경제적 빈곤 상태에 빠지기 쉽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산업재해를 이해하는 정부와 자본의 시각은 노동자의 개인적 부주의와 개별 기업의 안전 불감증을 탓하거나 경제 발전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사건으로 치부해버리는 경향이 주를 이루었다. 그러나 한국 자본주의의 선진성에 비교하여 산업재해 문제의 후진성을 생각해보면, 또 우리와 경제 규모가 비슷한 외국의 산업재해 규모를 생각해보면, 이러한 논리는 산업재해 문제의 본질을 숨기기 위한 이데올로기에 불과함을 쉽게 깨달을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산업재해와 산재노동자의 존재는 결국 한국 자본주의의 발전 과정이 갖고 있는 구조적인 특수성에 기인하는 것은 아닐까?

2. 산재노동자를 바라보는 두 가지 관점

‘산재노동자’라는 용어는 매우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1) 1982년 ILO 결의안에 따르면 산업재해란 “사망, 부상, 질병을 야기하는 업무수행 중에 일어난 재해”를 말한다. 따라서 산재노동자는 넓은 의미에서 이러한 산업재해의 피해를 당한 노동자를 지칭하며, 좁은 의미에서는 산업재해로 인해 장애를 갖게 된 노동자를 지칭하기도 한다.
어떠한 용어를 사용하든 분명한 것은 산재노동자의 존재가 인식되고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려고 시도된 것은 자본주의의 발전 과정에서라는 점이다.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연구하는 경제학 이론에서도 산업재해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 시작되었고, 크게 다음의 2가지 관점으로 문제를 해석하고 있다.
첫째, 주류경제학인 신고전파적 시각이다. 신고전파는 개인의 합리적 선택과 비용-편익 분석으로 산업재해를 이해한다. 신고전파에 따르면, 모든 노동은 직무에 따르는 위험을 수반한다. 노동자는 직무의 위험으로 인해 산업재해라는 ‘비용’을 발생시키기도 하지만, 직무 수행의 대가로서 임금 소득과 같은 ‘편익’도 얻을 수 있다. 때문에 기업의 입장에서는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고 노동자 입장에서는 편익을 최대화할 수 있는 수준에서 산업안전의 적정 수준과 산업재해의 최적 수준이 결정된다. 간단히 말해서 산업재해의 발생가능성이 높은 위험한 작업에 대해서 노동자는 높은 임금을 받게 되고, 기업은 그 수준에 맞추어 안전보건에 대한 투자를 수행한다는 말이다.2)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현실적으로 실현되지 않는다. 실제로 노동환경이 열악하고 위험한 일에 종사하는 것은 고임금 노동자가 아닌 저임금 노동자이다. 더구나 산업재해 발생의 ‘최적 수준’이 존재한다는 사고방식 자체가 비윤리적인 발상이라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둘째, 정치경제학적 시각이다. 정치경제학에서는 산업재해를 자본주의적 축적과정에서 발생하는 필연적 모순의 한 형태로 인식한다. 정치경제학에서는 자본의 잉여가치 생산방법을 절대적 잉여가치의 생산과 상대적 잉여가치의 생산으로 나눈다. 각각 노동시간의 연장과 노동강도의 강화로 설명되는 이러한 잉여가치 생산은 모두 노동자의 피로도를 증가시킴으로서 산업재해를 발생시킨다. 또한 자본에 의한 노동통제가 형식적 포섭에서 실질적 포섭으로 진전되면서 노동의 비인간화, 노동의 세분화에 의한 단순반복 작업화, 구상노동과 집행노동의 분리로 산업재해의 발생 가능성은 더욱 증가한다.
이러한 정치경제학적 시각은 산업재해를 자본주의의 발전과 관련하여 구조적으로 분석할 수 있도록 해준다. 또한 국가․노동․자본의 상호관계 속에서 산업재해를 역사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3. 한국 자본주의의 발전과 산업재해

1) ‘압축 성장’과 산업재해의 발생의 가속화

우리나라의 자본주의 발전은 ‘압축 성장’이라는 말로 주로 표현된다. 다른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이 200여년에 걸쳐 이룩한 경제성장을 50년 만에 이룩했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압축 성장의 과정은 경제 성장 이외에 자본주의의 모순도 압축적이고 폭발적으로 발생시켰다. 산업재해의 발생 또한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현실적으로 실현되지 않는다. 실제로 노동환경이 열악하고 위험한 일에 종사하는 것은 고임금 노동자가 아닌 저임금 노동자이다. 더구나 산업재해 발생의 ‘최적 수준’이 존재한다는 사고방식 자체가 비윤리적인 발상이라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둘째, 정치경제학적 시각이다. 정치경제학에서는 산업재해를 자본주의적 축적과정에서 발생하는 필연적 모순의 한 형태로 인식한다. 정치경제학에서는 자본의 잉여가치 생산방법을 절대적 잉여가치의 생산과 상대적 잉여가치의 생산으로 나눈다. 각각 노동시간의 연장과 노동강도의 강화로 설명되는 이러한 잉여가치 생산은 모두 노동자의 피로도를 증가시킴으로서 산업재해를 발생시킨다. 또한 자본에 의한 노동통제가 형식적 포섭에서 실질적 포섭으로 진전되면서 노동의 비인간화, 노동의 세분화에 의한 단순반복 작업화, 구상노동과 집행노동의 분리로 산업재해의 발생 가능성은 더욱 증가한다.
이러한 정치경제학적 시각은 산업재해를 자본주의의 발전과 관련하여 구조적으로 분석할 수 있도록 해준다. 또한 국가․노동․자본의 상호관계 속에서 산업재해를 역사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3. 한국 자본주의의 발전과 산업재해

1) ‘압축 성장’과 산업재해의 발생의 가속화

우리나라의 자본주의 발전은 ‘압축 성장’이라는 말로 주로 표현된다. 다른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이 200여년에 걸쳐 이룩한 경제성장을 50년 만에 이룩했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압축 성장의 과정은 경제 성장 이외에 자본주의의 모순도 압축적이고 폭발적으로 발생시켰다. 산업재해의 발생 또한 마찬가지이다.

위의 은 1972년부터 2003년까지 연도별로 발생한 산업재해자수를 나타내고 있다. 우리나라의 본격적인 고도성장 시기였던 1970년대부터 산업재해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1972년 46,603명이었던 산업재해자 수는 1984년 157,800명으로 3~4배가량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산재통계의 부정확성을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엄청난 수치이다.
이렇게 증가하던 산업재해는 1987년을 기점으로 점차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것은 바로 ‘87년 노동체제’의 성립으로 이해될 수 있다. 1987년 노동자대투쟁으로 노동운동은 현저한 발전을 이룩하였고, 이 과정에서 안전보건을 포함한 노동자들의 권리의식이 높아진다. 때문에 정부는 산업안전보건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게 된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감소하던 산업재해는 1998년 이후 다시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이것은 바로 ‘IMF 경제위기’와 함께 닥쳐온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의 여파이다. 1998년 이후 노동강도의 강화와 각종 안전보건 규제의 완화는 산업재해를 다시 증가시킨 결정적인 이유로 지목되고 있다.

2) 산업구조의 고도화와 산업재해

자본의 운동은 가치의 증식을 목적으로 한다. 이러한 가치증식 운동이 거시적으로 실현되는 것이 바로 자본축적방식의 변화이다. 가치를 증식시키는 방법은 절대적 잉여가치의 생산과 상대적 잉여가치의 생산이다. 절대적 잉여가치의 생산은 노동시간의 연장에 의한 것으로 자본주의 발전의 초기에 주된 방식이다. 우리나라 또한 1960~70년대 저임금 장시간노동으로 이를 관철시켜왔다.
자본주의가 발전하면서 노동시간은 감소하고 대신 기계화․자동화라는 변화를 겪게 된다. 일반적으로 공정을 세분화하여 컨베이어 벨트를 생산에 도입하고 거대한 생산설비를 중앙에서 통제하는 방식으로 전환된 것이다. 우리나라는 1970년대 중후반 중화학공업화가 이루어지면서 이 과정이 관철되기 시작한다. 이러한 변화는 일견 산업재해의 감소로 이어질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기계화․자동화를 노동환경의 개선으로 이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구조적 변화는 노동강도의 강화와 직결된다. 바로 가치를 증식시키는 또 다른 방식인 상대적 잉여가치의 생산 때문에 산업재해의 발생 위험은 여전하다. 오히려 사망과 같은 중대재해의 발생 위험은 더욱 높아지게 된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산업 고도화가 상당히 진전된 현재에도 노동강도의 강화로 인한 산업재해의 지속적 증가는 통계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3) 산업조직의 독점화․수직계열화와 산업재해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우리나라 경제에서 대기업이 자치하는 비중은 막대하다. 1980년대 소위 재벌의 문어발식 확장이 계속되었고, 1998년 경제위기로 인한 구조조정 이후에도 여전히 대자본의 영향력은 더욱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자본주의의 발전에 따라 자본의 집적과 집중이 지속되면서 독점화가 진전되는 것은 일반적인 경향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정부의 재벌 중심 경제정책으로 인하여 독점화가 급격하게 진행되었다. 독점화는 대자본에 의한 중소자본의 지배력을 강화시키는데, 이것은 중소기업의 하청계열화에 의한 산업조직의 수직계열화로 이어진다. 이와 같은 산업조직의 변화는 자연스럽게 산업재해 발생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위의 는 1982년부터 2003년까지 사업장 규모별 재해 발생의 추이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를 살펴보면, 대기업에서 산업재해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것에 비해 50인 미만 사업장은 오히려 산업재해가 증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중소기업에서 산업재해가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것은 대기업이 중소기업들에게 유해하고 위험한 공정을 이전하거나 하청을 주기 때문이다. 더구나 하청업체들은 원청업체에 의해 상시적으로 공급원가 절감을 요구하기 때문에 중소기업들은 비용절감을 위한 안전보건 투자를 회피할 수밖에 없다.

4. 자본주의적 노동과 산재노동자의 존재

1) 노동력재생산의 위기와 산재노동자

산재노동자의 존재와 관련하여 가장 중요한 경제 영역은 노동력재생산이다. 노동력재생산의 연구는 임금, 고용, 개인적 소비의 분석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즉, 소비의 분석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산업재해의 문제를 주요하게 살펴보면 이러한 기존의 관점에서 벗어나야 한다. 산업재해는 노동력재생산의 파괴나 일시정지를 의미하고 노동력재생산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노동자가 산업재해를 당하게 되면 신체적․정신적 회복을 위하여 요양을 필요로 한다. 산업재해의 강도가 강할수록 그 회복의 기간은 길어지며, 치료비와 심리적 부담으로 인하여 그 가족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결국 산업재해는 산재노동자와 그 가족에게 신체적․경제적․정신적 부담을 가중시키게 되고, 산업재해가 광범위하게 일어나는 사회는 엄청난 노동력재생산 비용의 손실을 입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는 산업재해로 인한 비용 손실이 막대하다. 2003년 산업재해로 인한 경제적 손실액은 12조4천9억 원에 육박하고 있으며, 노동손실일수는 59,135,167일에 달한다.

2) 노동복지정책의 실패와 산재노동자 재활정책의 부재

우리나라는 1960년대부터 농촌인구의 급격한 도시로의 이동을 경험하였고, 자본은 이 과정을 통해서 ‘저임금의 근면한 노동자’들을 무한하게 공급받게 된다. 임금은 노동력의 재생산에 필요한 소비재의 가치 수준에서 결정되는 노동력의 가격이므로, 무한한 노동력이 존재하는 상태에서 정부와 자본은 생계비 수준의 저임금을 지급하는 이외에 노동자에 대한 보호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였다. 때문에 노동자가 산업재해의 피해를 입는다고 하더라도 산재노동자에 대한 보호 조치는 매우 빈약했다.
정부에 의해 우리나라에 산재보상보험법이 도입된 것은 1963년, 그러나 40여년이 지난 지금에도 산재노동자의 재활보다는 치료와 보상 쪽으로 비중이 치중되어 있다. 때문에 산업재해를 당한 노동자들의 다수가 재활을 통해 현장으로 복귀하지 못하고 노동시장에서 탈락한 채 빈곤층으로 추락하게 되었다. 다시 말해서 우리나라의 산재보험은 노동력재생산의 중단 상태를 해소하기보다는 연장시키는 방식으로 발전해왔던 것이다.
산재보험제도의 이러한 절반의 실패는 사실상 우리나라 노동복지정책의 실패에 기인한다. 역사적으로 대부분의 선전 자본주의 국가에서 노동복지는 노동자들의 투쟁의 결과로서 쟁취된 계급타협의 산물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압축적 성장 과정에서 복지정책 또한 국가 주도적으로 이루어지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노동자들이 자신의 이해를 스스로 대변시키지 못한 노동복지정책의 추진은 반쪽짜리가 되었으며, 산재보험 또한 산재노동자들의 제대로 관철시키지 못했기에 재활정책의 부재라는 결과를 낳게 된 것이다.

5. 마치면서

최근의 노동시장은 산업재해를 양산할 수밖에 없는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소위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에 따른 비정규직화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산업재해가 집중되는 구조인 것이다. 노동계약의 단기간화는 비숙련노동을 양산하고, 아웃소싱은 비정규노동을 위험작업으로 집중시킬 수 있으며, 파견․변형근로의 증가는 노동자 보호에 대한 자본의 책임의식을 낮추는 효과를 가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노동시장의 변화는 산재노동자를 증가시킬 뿐 아니라 산재노동자들이 노동능력 상실 등의 이유로 더욱 저임금의 위험한 노동에 종사하도록 함으로써, 산재노동자의 상태를 더욱 열악하게 만들 것이 확실하다.
산재노동자 또는 산재장애인의 존재는 우리나라의 경제성장 과정에서 나타난 자본주의적 모순의 표현이다. 자본주의적 노동과정은 노동시간의 연장과 노동강도의 강화로 인해 산업재해를 발생시키게 되며, 산재노동자의 존재는 노동력재생산의 비용을 증가시킨다. 더욱 심각한 것은 우리나라의 경제가 산업조직의 독점화․수직계열화와 노동시장의 유연화로 인해 경제적 지위가 낮은 노동자들에게 산업재해를 집중시키는 구조로 변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재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정부의 대책은 미비하기 그지없다. 이것은 경제성장에 급급하여 노동자의 요구와 이해를 반영하지 않는 정부 주도의 노동복지정책이 실패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제 실패한 정책을 비판하고 산재노동자들이 주도하는 노동복지정책을 실현시켜야 한다. 산재보험제도의 개혁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지금, 바로 이 시점이 산재노동자의 조직과 단결이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