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법안 제출 경위 및 내용

우리 사회에서 비정규직 문제가 본격 대두되기 시작한 것은 1999년 말 경부터였다. 노동계는 그 직후부터 비정규법안을 논의하기 시작하여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각각 2000년 7월과 10월에, 그리고 여성단체연합과 비정규직 공동대책위원회가 각각 9월과 10월에 비정규직 보호를 위한 입법청원을 국회에 제출하였다. 이 청원안은 국회에서 잠자다가 16대 국회가 해산하면서 자동폐기 되었다.
그 후 17대 국회 들어 새로 국회에 진출한 민주노동당의 단병호 의원이 2004년 7월 12일 지금 ‘비정규 권리 쟁취 법안’으로 불리고 있는 비정규직 관련 법안을 제출하였다. 구체적인 법률안의 명칭은, △근로기준법 일부 개정 법률안,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일부 개정 법률안,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 폐지 법률안, △직업안정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다. 그 주요 내용은, 기간제 노동의 사용 사유를 제한하고, 단시간 노동의 남발을 규제하며, 파견제 노동을 폐지하고, 동일가치노동에 대해서는 동일임금을 보장하는 것이었다.
정부는 그 해 11월 8일 ‘비정규직 보호 법안’으로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과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 △노동위원회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제출하였다. 그 주요 내용은, 3년 이내에는 기간제 노동의 사용을 자유롭게 하되 그 기간을 초과할 경우에는 해고보호 조치를 취하고, 파견제 노동의 허용업무를 현행 포지티브 방식에서 네거티브 방식으로 대폭 확대하며, 불합리한 차별을 금지하고 불합리한 차별을 받았을 경우에는 노동위원회에 시정을 요구할 수 있게 하는 것이었다.
한편, 이 무렵 한국노총은 김영주 의원(열린우리당)을 통해 비정규직 관련 법안들을 청원하였다. 그 내용은 민주노동당의 위 각 법률안의 내용과 거의 동일한 것이었다.

2. 법안 심의 과정

위 각 법률안들이 처음 논의된 것은 2004년 정기국회에서였다. 위 각 법률안들이 모두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 계류되었고 대체토론, 공청회 등이 이어졌으며 법안심사소위에까지 회부되었다. 당시 민주노총은 정부 법안이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하면 총파업을 하겠다고 맞섰고 민주노동당은 이해당사자와 충분한 협의 없이 법안을 제정하는 것은 날치기라고 주장하며 법안심사소위를 저지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였고 실제로 법안심사소위 회의실을 몇 차례 점거하였다. 그 결과 위 법률안은 그 해 정기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하였고, 그런 양상은 2월과 4월 임시국회를 거쳐 올해 6월 임시국회까지 지속되었다. 그런 과정 속에서 민주노동당은 법안심사소위에는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노사정 간에 대화 자리도 만들어져 지난 4월에는 집중적인 교섭이 벌어지기도 하였다. 그러나 실질적인 성과는 없었고 다시 올해 정기국회를 맞았다. 11월에 들어 노사는 정부를 배제하고 대화를 하기로 하였고 그 대화가 11월 30일까지 이루어졌으나 역시 의미 있는 진전은 없었다.
12월에 들어서자 정부와 여당은 이번 정기국회 내에서는 반드시 정부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의지를 거듭 피력하면서 연일 법안 심사 소위를 개최하였다.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은 심사소위에 참가하여 정부 법안의 문제점과 민주노동당안의 정당성을 역설하면서 정부와 여당의 일방적 법안 통과를 저지하였으나, 핵심 쟁점이 아닌 부수적 쟁점에 대해서마저 끝까지 거부할 수는 없었고 마침내 2005년 12월 7일과 8일 이틀 간 핵심쟁점을 제외한 부수적 쟁점들에 대한 합의와 의결이 이루어졌다.1) 그 내용들은 주로, 단시간 노동자의 처우 개선에 대한 것과 비정규직 노동자의 차별시정 절차에 대한 것으로서 애초 민주노동당안의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현행보다는 다소 개선된 것이 주를 이루었다. 그 이후 핵심쟁점에 대한 민주노동당의 강력한 저항 및 한나라당의 국회 등원 거부로 2005년 12월 20일 현재까지 법안심사소위를 비롯한 모든 의사일정이 정지되어 있는 상황이다. 향후 남아 있는 절차는 법안심사소위에서의 의결2)과 환노위 전체회의에서의 의결3) 및 법제사법위원회에서의 의결과 본회의에서의 의결이다.

3. 현재까지 의결된 내용 중 중요 사항

가. 기준 법안 선정

법안심사소위는 지난 6월 임시국회에서, 당시까지 제출되어 있던 여러 비정규직 관련 법률안 중에서 정부 법안을 중심으로 비정규법안을 마련하기로 의결하였고, 이번 정기국회에서 그것을 다시 확인하였다. 그래서 현재 정부 법안을 중심으로 비정규직 법안의 공방이 이루어지고 있다.

나. 단시간 근로자 관련 사항

(1) 정부안의 내용 및 의결 사항

정부가 제출한 법안 중 단시간 근로자에 대한 것은 단 2개의 조문에 불과하다.「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제6조와 제7조가 그것이다. 그 주요 내용은 단시간근로자에게 소정근로시간을 초과하여 근로시키고자 하는 경우에는 당해 근로자의 ‘동의’를 얻어야 하고 그 한도는 12시간으로 제한된다는 것이다. 통상근로자에 대한 초과근로는 노동자의 동의와 노동부장관의 인가를 조건으로 12시간을 넘어서도 허용되는 것과 대비된다(근로기준법 제52조). 단시간 근로자의 정의 및 그 외의 근로조건은 현행 근로기준법의 조항이 그대로 적용되는 것으로 하였기 때문에(제21조, 제25조, 시행령 제9조) 위 법률에는 그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법안심사소위에서는 정부안이 그대로 통과되었다.

(2) 검토의견

단시간 근로자와 관련하여 법안 심사 소위에서 논란이 되었던 것은, 초과근로시간의 한도를 8시간으로 하는 문제, 법정근로시간 내에서라도 소정(약정)근로시간을 초과한 경우에는 가산수당(50%)를 지급하는 문제였다.
민주노동당은, 사용자가 단시간 근로 계약을 체결해 놓고 초과 근로시간을 확장하는 것을 통해 사실상 통상근로자와 동일하게 일을 시키는 것을 금지하기 위해서는 초과근로시간의 한도를 8시간으로 제한하고 법정근로시간 내에서라도 소정(약정)근로시간을 초과한 경우에는 가산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 논거는 통상근로자의 원칙적인 초과근로시간 한도가 12시간인 데 단시간 근로자의 초과근로시간 한도는 그보다 짧아야 한다는 것과 소정(약정)근로시간 초과분에 대해 가산수당을 지급하지 않을 경우 단시간근로자에 대한 초과근로 강요를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었다. 일본은 2008년도부터 가산수당을 지급하기로 하였다. 법안심사소위에서는 이런 주장들이 모두 배척당하였다. 그런 상황에서 향후 단시간 근로자의 남용 및 초과근로의 규제가 제대로 이루어질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다. 파견 근로자 관련 사항

(1) 정부안의 내용 및 의결 사항

정부가 제출한 파견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현재 포지티브 방식4)으로 규정되어 있는 파견대상업무를 네거티브방식5)으로, △현행 2년인 파견기간을 3년으로 바꾸고, △50세 이상의 근로자에 대해서는 기간제한을 전혀 두지 않으며, △3년간 파견을 사용한 업무에 대해서는 3개월간 파견을 금지하는 휴지기를 설정하고, △파견기간 초과시 현재 고용의제6)인 제재조치를 고용의무7)로 바꾸고, △불법파견에 대한 제재조치를 명확히 규정하여8) 절대금지업무를 위반한 경우에는 일정한 기간을 도과할 것을 요구하지 않고 발각 즉시 바로 고용의무를 부과하고, 그 외의 불법파견에 대해서는 3년의 기간을 도과한 것을 전제로 고용의무를 부과하는 것 등이다.

위 내용들 중 2005년 12월 20일 현재 법안심사소위에서 의결된 것은, △파견기간을 2년으로 그대로 유지하는 것, △파견기간의 제한을 두지 않는 대상을 55세 근로자로 상향조정하는 것, △휴지기를 두지 않는 것이다.

(2) 검토의견

파견제 근로에 대한 민주노동당의 입장은 파견제를 폐지하는 것이다. 이것은 민주노동당이 처음부터 일관되게 유지해 온 입장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파견제를 현행 수준으로 유지시키고 개악하는 것을 저지하는데 당력을 집중하고 있다. 그리하여 파견기간을 3년으로 늘리려고 하는 정부 방침에 끝까지 반대하여 2년으로 그대로 유지시켰다. 그 와중에서 이번 개정안 중 그나마 긍정적인 것으로 평가되는 휴지기 조항삭제에 대한 의결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고령자에 대한 기간 제한 철폐도 정부는 50세를 기준으로 제시하였지만 민주노동당이 끝까지 반대하여 55세로 의결하였다. 결국 파견기간과 휴지기는 현행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였고(현행 법률에는 휴지기 조항이 없다), 55세 근로자에 대해서는 기간 제한을 적용하지 않기로 하였다.
휴지기가 없는 상태에서는 사용사업주가 파견노동자를 교체해가며 파견노동자를 사용하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다. 최소한의 제어장치도 없어진 것이다. 그 결과 상시적 업무에 대해서도 파견노동이 사용될 여지가 많아졌다. 고령자에 대해서는 기간 제한이 없어졌기 때문에 고령자를 파견노동자로 사용하는 업체도 많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런 저런 이유로 개정안 시행 이후 파견노동자가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 와중에 불법파견이 판을 칠 수도 있는데 노동부가 과연 제대로 대처해 나갈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라. 차별시정 절차 관련 사항

(1) 정부안의 내용 및 의결 사항

정부가 제출한 기간제법 및 파견제법에는 차별시정조치가 포함되어 있다. 그 내용은, △사용자는 기간제근로자(단시간근로자, 파견근로자)라는 이유로 당해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통상근로자, 사용사업주에 직접 고용된 근로자)에 비하여 기간제근로자(단시간근로자, 파견근로자)에게 차별적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 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차별적 처우를 받은 경우 노동위원회에 그 시정을 신청할 수 있으며, △그 경우 사용자가 차별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지 못하면 차별로 보고, △사용자가 확정된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최고 1억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것 등이다.
현재 법안심사소위에서는 차별적 처우의 개념에 대해서만 합의하지 않았고 나머지 사항에 대해서는 모두 합의 의결하였다. 덧붙여 개정안의 적용시기를, 차별시정조치 외의 사항은 2007년부터 일괄적으로 적용하되, 차별시정조치는, 공공기관(사업장 규모를 묻지 않는다)과 300인 이상 사업장에 대해서는 2007년 1월 1일부터, 300인 미만 100인 이상의 사업장에 대해서는 2008년 1월 1일부터, 10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는 2009년 1월 1일부터로 순차적으로 적용하기로 하였다.

(2) 검토의견

애초 민주노동당이 제출한 안은 동일가치노동에 대해서는 동일임금을 지급한다는 원칙을 명문화하는 것이었다. 이 원칙은 우리 법제에 이미 수용되어 있고(남녀고용평등법 제8조9)), 이에 관한 대법원 판례도 나와 있다.10) 외국의 경우 이 원칙은 거의 보편화된 것으로 통용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비정규법안에 위 원칙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노동당은 정부의 차별시정 방안을 그대로 수용하였다. 그 이유는 △정부의 불합리한 차별적 처우 금지라는 방안이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처음부터 배제한 것이라고 볼 이유는 없고(불합리한 차별의 내용을 확장하는 것을 통해 운용과정에서 충분히 그런 원칙을 실현시킬 수 있다고 보았다), △민주노동당 안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은, 노동위원회를 통한 차별시정 절차가 법원을 통한 권리 구제 절차에 비해 노동자들에게 더 접근하기 쉽고 유리할 수 있으며(현재 해고 사건에 대한 노동위원회의 결정과 법원의 판결을 비교해 보면 이런 추정이허튼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차별 문제 해결이 워낙 다급하고 절실하여 한시라도 빨리 차별시정 절차를 개시하는 것이 필요하고, △현행법상으로는 고용형태의 차이에 따른 차별을 시정할 수 있는 장치가 아무 것도 없어 그 내용이 아무리 미흡해도 현행보다는 개선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민주노동당은 차별시정 절차를 도입함에 있어, 그 신청권을 노동조합에게도 부여할 것과 차별을 행한 사업주에 대한 처벌규정을 마련할 것을 주장하였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리고 차별시정 절차의 시행시기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었다. 정부는 30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는 2009년도부터 적용할 것을 주장하였으나 민주노동당이 반대하여 위와 같이 절충되었다.
이제 차별시정 절차의 시행은 명확해졌다. 그렇지만 그것이 고용형태에 따른 차별을 당장 없애주는 것은 아니다. 노동위원회가 불합리한 차별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인정하느냐에 따라 차별로 인정되어 시정되는 폭이 달라질 수 있고, 노동자 개인에게만 허용된 시정신청권이 제대로 기능할 지도 의문이기 때문이다. 해고와 동종업계 취업의 어려움이라는 관문을 뚫고 끝까지 차별 시정을 신청할 수 있는 노동자가 얼마나 될지는 두고 보아야 할 사항이다. 게다가 불합리한 차별로 인정되어도 사용자가 시정명령을 이행하기만 하면 그로 인해 당하는 제재나 불이익은 없기 때문에(애당초 지급해야 할 몫을 사후에 지급하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사용자가 추가적인 불이익이나 제재를 당하는 것은 아니다), 이 제도가 미연에 차별을 시정하는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도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이런 문제들에 대해서는 추후 허점이 드러나는 대로 보완이 되어야 할 것이다.

4. 현재 남은 쟁점

가. 기간제 사용 제한

(1) 정부안의 내용

정부안의 내용은, 기간제 사용에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되 일정 기간(3년)을 초과하여 사용하는 경우에는 해고보호 조항을 적용한다는 것이다.11) 그리고 몇 가지 특별한 사유12)가 있는 경우에는 그나마 그런 ‘기간 경과 후 해고보호 조항’도 적용하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다. 결국 그런 경우에는 영원한 기간제 노동자도 가능해지는 것이다.

(2) 정부안의 문제점과 민주노동당의 입장

우선 정부안이 일정 기간 동안에는 기간제 사용에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는 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이것은 우리 사회에서 관행적으로 통용되어 온 ‘상시고용 원칙’ 및 우리 노동법제의 해고 제한 조치를 완전히 무력화시키는 것이다. 고용형태에 있어 아무런 제한을 받지 않는 기업은 고삐 풀린 망아지에 비유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정부는 일정 기간 경과 후에 해고 보호 조치가 작동되는 것을 기간제 제한 장치로 설명하고 있으나 그것은 기간제 제한 장치가 아닌 기간제 교체 장치에 불과한 것이다. 사용자가 기간제 노동자에 대해서는 기간제 노동자의 고용불안을 무기로 우월적 지위를 확보할 수 있고, 차별시정절차가 작동하는 경우에도 다소나마 싼 임금을 지급할 수 있으며, 기업의 사정에 따라 일상적 구조조정을 단행할 수 있는데, 왜 기간제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시키려고 하겠는가? 이건 합리적 사용자를 전제하는 한 물으나 마나 한 질문이다.
정부도 2년 단위의 기간 설정에 대해서는 그런 상황이 발생할 것임을 인정하고 있다. 정부가 법안심사소위에 배포한 자료에는 2년 단위의 기간 설정은, “(3년에 비해) 교체 사용의 가능성이 매우 높아져 비정규직 근로자의 고용불안을 촉진할 것“이라는 내용이 나오고 심지어 ”비정규직 다수가 집단화하여 정부에 고용대책 수립을 요구하며 사회문제화될 것“이라는 우려까지 표명되어 있다. 그러면서 노동부는 기간을 3년으로 하면 교체비용으로 인해 고용이 안정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설득력이 약하다고 할 것이다. 그 이유는, △일단 생산설비가 고도화 자동화된 지금 시기에 노동자의 숙련도가 그리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을 것이고, △기간제 노동자의 업무 난이도가 매우 높지는 않을 것이며, △3년 단위의 교체는 기업으로서도 충분히 감내할 만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가 2년 기간에 대해 우려한 내용은 3년에 대해서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할 것이다. 한편 경총이 최근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기간 도래 후 기간제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채용하겠다고 응답한 기업의 비율이 11%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바, 이것은 앞으로 발생할 실태를 적나라하게 드러내주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
한편 정부안이 마뜩치 않지만 그래도 현행 규정보다는 낫지 않느냐는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이 있으나, 이것은 적절치 않은 지적이다. 우선, 위 안이 현행 규정보다 진척되었는지 여부부터 살펴보면 그렇게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간제에 관한 현행 근로기준법 규정13)을 문언적으로 해석하면, 근로계약 기간은 1년을 넘을 수 없고, 1년이 초과되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것으로 의제’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해석에 바탕을 두면 위 안이 현행 규정보다 낫다고 할 수 없다. 다만, 대법원이 1996년까지는 위와 같이 해석을 하다가 그 이후로 달리 해석을 하고 있어14) 위와 같은 지적이 나올 수 있는 근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즉, 이 달라진 해석에 바탕을 두면, 기간제 노동자를 몇 년간 사용해도 무방하다는 것이 되기 때문에, 위 안이 현행 규정보다 다소 나아지는 측면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행 규정은 기간제가 지금처럼 820만명(김유선 소장 추산)에 이르러 그 규제 및 보호가 시급한 상황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기간 설정에 대한 일반적인 규정에 불과하기 때문에 기간제 노동에 대한 규제 규정이라고 할 수 없다. 즉, 현행 근기법상으로는 기간제에 대한 규제 규정은 없고 이제 처음으로 기간제에 대한 규제 규정을 만드는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기간제 규정을 마련하면서, 현행 규정을 중심에 놓고 그 보다 조금 나은 안을 만들겠다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할 것이다. 대신, 기간제의 남용을 규제할 수 있는 적절한 방안이 무엇인가 하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다. 그럴 경우, 정부안은 기간제의 남용을 규제할 수 있는 안이 아니라 오히려 기간제를 양산하고 기간제를 ‘공식적인 고용형태’로 추인하는 안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적절한 안이 아닌 것이다.
이에 민주노동당은 애초부터 기간제 노동에 대한 사유제한을 주장하였다. 즉, 기간제 노동자를 사용할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기간제 노동자를 사용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이것은 상시고용 원칙 및 우리 법제의 해고보호 조항에도 부합하고 노동자 보호에도 매우 유익한 안이다. 외국에서 이 안을 채택한 나라도 많이 있으며(프랑스, 스페인, 포르투칼 등), 인권위원회도 이 원칙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민주노동당은 당내외의 비판을 무릅쓰면서 애당초 4개이던 사유를 10개까지 확대하면서까지15) 정부와 여당이 이 안을 수용할 것을 요구하였으나 현재까지 아무런 응답이 없는 상태이다. 사유의 범위는 다소 유연하게 설정할 수 있지만 이 원칙 자체는 결코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 민주노동당의 방침이기 때문에 향후 어떤 사태가 전개될지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나. 파견허용업무 범위

(1) 정부안의 내용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정부가 파견대상업무에 대해 애당초 제시한 내용은 네거티브 방식의 전면허용이었다. 이것이 노동계의 저항에 부딪혀 좌절되자,16) 노동부는 최근 파견 대상 업무에 관한 규정을 변경하여 파견대상 업무를 시행령으로 정함에 있어 아무런 제한이 없도록 하였다. 노동부의 그와 같은 조치는 향후 시행령 개정을 통한 파견제의 광범위한 확산을 의도하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2) 정부안의 문제점과 민주노동당의 입장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파견제 근로에 대한 민주노동당의 입장은 파견제를 폐지하는 것이고 차선책은 파견제를 현행 수준으로 유지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파견대상업무를 현행보다 조금이라도 넓히는 것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파견제는 불행한 시대의 사생아이기 때문에 그 허용 범위를 줄여서 점점 폐지해 나가야 한다.

다. 불법파견시 제재 조치

(1) 정부안의 내용

파견기간 초과시 현재 고용의제인 제재조치를 고용의무로 바꾸고, 불법파견에 대한 제재조치를 명확히 규정하여 절대금지업무를 위반한 경우에는 일정한 기간을 도과할 것을 요구하지 않고 발각 즉시 바로 고용의무를 부과하는 것이다.17)

(2) 정부안의 문제점과 민주노동당의 입장

민주노동당은 정부가 고용의제를 고용의무로 바꾼 것에 대해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노동부가 도대체 불법파견을 단속할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알려진 것처럼, 고용의제는 불법파견을 행한 시점부터 사용사업주의 종업원이 된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파견노동자는 불법파견을 당한 시점부터 청구시점까지의 임금 차액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고, 사용사업주가 고용을 거부할 경우에는 부당해고의 진정을 하거나 구제신청을 제기할 수 있다. 한 마디로 노동자 개인에게 어떤 권리가 부여되고 노동자는 그것을 토대로 사용사업주에 대항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고용의무는 말 그대로 노동부가 사용사업주에 대해 의무만을 부과하는 것이다. 이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을 경우 과태료를 부과 받게 되지만 그것을 납부하거나 납부하지 않은 상태에서 고용을 거부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고용절차를 이행하지 않더라도 정부가 행할 수 있는 조치는 아무 것도 없기 때문이다.

노동부는 고용의무의 경우 정부가 직접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고용의무가 현행 고용의제보다 효력이 더 강한 것처럼 주장하고 있으나, 고용의제 상황에서는 노동부가 ‘부당해고’로 규율하여 구속수사까지도 행할 수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설득력이 없다고 할 것이다. 결국, 고용의무라는 것은, 불법파견에 대한 유효한 대응수단이 될 수 없고 고용을 강제할 실효적인 조치가 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불법파견을 근절시키기 위해서는 민주노동당이 주장하는 것처럼 기간 또는 대상을 위반한 불법파견에 대해서는 불법파견을 행한 시점부터 직접 고용의제가 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라. 원청사용자성 인정 문제 및 특수고용형태 노동자의 노동자성 인정 문제

정부는 현재 원청사용자성 인정 문제 및 특수고용형태 노동자의 노동자성 인정 문제에 대해서는 어떤 안도 제출하지 않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이와 관련하여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의 근로자 및 사용자 개념을 확장하는 안을 제출해 놓았다.18)
현재 정부안을 중심으로 비정규법안을 다루고 있지만 이 문제에 대한 정부안이 제출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최소한 이 문제들에 대해서는 민주노동당이 제출한 안을 중심으로 논의를 진행해야 할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조만간 법안심사소위가 재개되면, 정부 법안에 추가하여 이 문제도 직접 다룰 것을 요구할 것이고 만약 불가피하게 이번 임시국회에서 그것을 다룰 수 없다면 향후 일정이라도 확정하자고 요구해 나갈 작정이다. 이 문제들은 우리 국회가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에 대해 얼마나 진지하게 접근하는지를 판가름하는 시험지가 될 것이다.

5. 결론

국회 상황이 앞으로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연내에 비정규직 법안이 종결될 수 있을지, 사유제한이 수용될 수 있을지, 지금으로서는 아무 것도 예측할 수 없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정부안이 그대로 통과되어 시행될 경우 우리 사회는 점점 더 ‘참을 수 없는 고용의 불안함’에 몸서리를 치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그런 상황 속에서 아름다운 노동은 남의 나라 이야기 일 것이고 노동운동 역시 전설 속 상황에 불과할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국회 입법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주장과 요구사항을 끝까지 유지하며 싸워 나갈 것이다.

1) 민주노동당과 단병호 의원의 심의 전술은, △기간제에 있어서 사유제한과 △파견제에 있어서 파견의 범위와 시기 및 △불법파견시의 제재의 기본 원칙에 대해서는 결코 양보하지 않되, 나머지 차별시정 방안과 부수적 절차 문제는 그것이 아무리 미흡해도 현행 규정보다 개악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최대한 유연하게 접근한다는 것임. 이런 전술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비판적 의견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차별시정 문제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가장 큰 관심사항이자 객관적으로도 절실한 문제이기 때문에 한시라도 빨리 실행할 필요성이 있고, △현재 의회 구도상 부수적 문제들에 대해서까지 끝까지 최대치를 주장하기 어려우며, △우리의 핵심 주장을 대국민적 지지를 받으면서 정부와 여당을 압박하기 위해서는 부수적 부분에 대해서만이라도 다소 유연하게 접근할 필요성이 있고, △원내 정당으로서 정책의 실제 집행 가능성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어쩔 수 채택한 전술임.

2) 법안심사소위는 모두 6명의 의원으로 구성되어 있음. 열린우리당 3명, 한나라당 2명, 민주노동당 1명임. 위원회는 재적위원 5분의 1 이상의 출석으로 개회하고, 재적위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함(국회법 제54조).

3) 환노위 전체회의는 모두 16명의 의원으로 구성되어 있음. 열린우리당 8명, 한나라당 6명(이경재 위원장 포함), 민주노동당 1명, 자민련 1명임. 그 의결 방법은 소위와 동일함.

4) 허용되는 업무를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그 외의 업무는 불허하는 방식

5) 허용되지 않는 업무를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그 외의 업무는 원칙적으로 허용하는 방식

6) 기간초과시 사용사업주의 근로자로 간주하는 것임. 그럴 경우 개별 근로자는 사용사업주에 대해 부당해고 진정과 구제신청 및 미지급 임금 차액분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음. 결국 개별근로자가 구체적 권리를 가지는 것임

7) 기간초과시 노동부가 사용사업주에게 고용의무를 부과하는 것임. 사용사업주가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가 부과됨. 과태료를 미납할 경우에는 강제집행 절차를 통해 강제로 징수하지만 과태료를 내거나 내지 않은 상태에서 고용의무를 불이행한 경우에는 다른 아무런 제재조치가 없음.

8) 현행법에 불법파견에 대한 제재조치가 마련되어 있는지에 대해서는 해석상 대립이 있다. 즉, 기간초과시의 제재조치가 불법파견의 경우에도 적용된다고 보는 입장과 그렇지 않다고 보는 입장이 대립하고 있는 것이다.

9) ①사업주는 동일한 사업내의 동일가치의 노동에 대하여는 동일한 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10) 대법원 2003. 3. 14. 선고 2002도3883 판결
“동일가치의 노동인지 여부는 같은 조 제2항 소정의, 직무수행에서 요구되는 기술․노력․책임 및 작업조건을 비롯하여 근로자의 학력․경력․근속연수 등의 기준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11) 열린우리당 안은 2년 초과시 무기계약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12) 1. 사업의 완료 또는 특정한 업무의 완성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경우
2. 휴직․파견 등으로 결원이 발생하여 당해 근로자가 복귀할 때까지 그 업무를 대신할 필요가 있는 경우
3. 근로자가 학업, 직업훈련 등을 이수함에 따라 그 이수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경우
4. 고령자고용촉진법 제2조제1호의 규정에 의한 고령자 또는 동법 제15조제1항의 규정에 의한 준고령자와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5. 전문적 지식․기술의 활용이 필요한 경우와 정부의 복지정책․실업대책 등에 의하여 일자리를 제공하는 경우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우
6. 그 밖에 제1호 내지 제5호에 준하는 합리적인 사유가 있는 경우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우

13) 제23조(계약기간) 근로계약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것과 △일정한 사업완료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것을 제외하고는 △그 기간은 1年을 초과하지 못한다.

14) 현행 규정에 대한 대법원 해석(1996. 8. 29. 선고 95다5783)
– 1년 초과 계약 체결도 유효하다.
– 다만, 노동자는 1년을 초과하는 한 언제라도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 계약기간이 종료되면(그것이 1년을 초과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근로관계는 당연히 종료된다.

15)
제23조(계약기간) ①근로계약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것으로 한다. 다만, 다음 각호의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
1. 출산·육아 또는 질병·부상 등으로 인하여 발생한 결원을 대체할 경우
2. 계절적 사업의 경우
3. 일정한 사업완료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경우. 다만, 사업자가 동일한 목적으로 수행하는 사업은 하나의 사업으로 본다.
4. 그 밖에 일시적․임시적 고용의 필요성이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경우

제4조(기간제근로자의 사용) ①근로계약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것으로 한다. 다만, 다음 각호의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
1. 출산·육아 또는 질병·부상 등으로 인하여 발생한 결원을 대체할 경우
2. 휴직․파견 등으로 결원이 발생하여 당해 근로자가 복귀할 때까지 그 업무를 대신할 필요가 있는 경우 2,3,6,7,8,9가 새로 포함된 내용임

3. 근로자가 학업, 직업훈련 등을 이수함에 따라 그 이수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경우
4. 계절적 사업의 경우
5. 사업의 완료 또는 특정한 업무의 완성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경우
6. 전문적 지식․기술의 활용이 필요한 경우와 정부의 복지정책․실업대책 등에 의하여 일자리를 제공하는 경우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우
7. 수출 주문의 예외적 급증이 발생한 경우
8. 기업의 일시적 업무량이 증가한 경우
9. 안전조치를 위한 긴급한 작업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
10. 그 밖에 일시적․임시적 고용의 필요성이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경우

16) 열린우리당은 2005. 2. 네거티브 방식을 포기한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천명하였다.

17) 열린우리당 안은 기간 초과시에는 고용을 의제하고, 불법파견시에는 2년 경과를 요하지 않고 바로 고용의무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18)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자라 하더라도 특정사용자의 사업에 편입되거나 상시적 업무를 위하여 노무를 제공하고 그 사용자 또는 노무수령자로부터 대가를 얻어 생활하는 자는 근로자로 본다.”
“근로계약의 체결 여부와 상관없이 당해 근로자의 근로조건 등의 결정에 대하여 실질적인 지배력 또는 영향력이 있는 자도 사용자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