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김동남] 빨리빨리? 안전만큼은

[국민일보 2006-04-13 18:42]

건설 현장에서의 ‘빨리빨리’ 관행은 종종 돌이킬 수 없는 참사로 이어진다. 작년 10월 경기도 이천의 물류창고 신축 현장에서 콘크리트 슬래브가 무너져 9명의 근로자가 숨지는 대형 사고가 일어났다. 아래층에 작업자가 있을 때에는 크레인 자재인양 같은 위험 작업을 동시에 해서는 안된다는 기초적인 안전수칙을 무시한 결과였다.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2005년에만 525명의 건설 근로자가 사망하였는데 이는 사고성 산재 사망자 수의 52.9%에 해당한다. 건설 현장은 위험 작업이 많고 자동화에도 일정한 한계가 있어 직접 인력을 투입해야 하므로 자연히 재해자도 많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를 감안하더라도 우리의 재해 수준은 심각하다. 일본이나 미국보다 사망자 수 비율이 배 이상 높다.

그동안 정부는 건설 현장의 재해 예방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펼쳐 왔다. 공사 금액이 4000만원 이상인 현장은 공사 금액의 약 2%를 안전관리비로 지출토록 의무화하고 있고,사망 재해가 많은 10대 작업장의 안전규칙 준수를 중점 점검하는 ‘사망재해 예방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또 사업장별로 가장 위험하다고 생각되는 작업을 스스로 선정해 안전관리 활동을 벌이는 ‘5대 안전작업(High-Five) 운동’도 전개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이 성과로 나타나 건설 현장 사망재해율을 전년보다 20% 정도 줄일 수 있었다. 금년에는 특히 안전조치 소홀로 사망 재해가 났을 때에는 가중 처벌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했다.

그러나 당국의 감독과 사업주의 규정 준수만으로 산업 재해가 줄지는 않는다. 근로자도 자신의 생명을 온전히 지켜줄 수 있는 사람은 자신뿐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다소 불편하다고 생명줄인 안전모 착용을 소홀히 하는 근로자에게 안전은 남의 일에 불과하다. 작년부터 안전장비를 착용하지 않은 근로자에게는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건설재해 예방을 위해서는 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사업주는 하루 하루 작업 현장을 달리하는 근로자들에 대한 교육투자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고,근로자도 일용직이 많다 보니 교육받을 시간이면 일당을 더 벌겠다는 현실적 계산 때문에 교육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이제 우리는 국민소득 2만달러를 바라보는 OECD 회원국이다. 그러나 산업 현장의 재해를 놓고 보면 우리의 갈 길은 아직 멀다. 잘 살기 위해 일하는데 일하다 죽는 것처럼 안타까운 아이러니가 또 있을까. 특히 건설 현장에서의 ‘빨리빨리’가 ‘대충대충’이라면 하루 빨리 치유해야 할 병폐일 뿐이다. 호주 근로자들이 작업에 임하는 자세는 우리 모두 새겨볼 만하다 하겠다. ‘집 나설 때 웃는 얼굴 그대로 귀가하자’.

김동남(노동부 산업안전보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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