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법 코치] 산재사건과 보험급여

[헤럴드 생생뉴스 2006-05-02 17:02]

홍길동은 PVC 파이프를 만드는 중소기업 총무과 과장이다.
홍길동은 평소 술, 담배를 즐겨하는 편이었지만 평소 조금 피곤한 것 이외에는 별다른 이상 징후는 없었다. 홍길동은 지난 4월 중순 경 갑자기 회사의 일감이 밀려드는 바람에 꼬박 이틀간 야간 밤샘근무를 하고, 다음날 쉬지도 못하고 출근했다.

마침 그날 같은 부서 부하직원이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에 누워있는 부하직원의 병문안을 갔는데 병원에 갔다가, 병원 근처 술집에서 부하직원들과 술자리에 어울렸다.

그런데, 홍길동은 부하직원들과 술을 돌리다가 갑자기 술상에 ‘퍽’하고 쓰러졌고 부하직원들은 놀라서 홍길동을 업고 인근 병원으로 긴급하게 옮겼는데, 홍길동은 정신을 잃고 깨어나지 못했다.

홍길동의 병명은 “뇌동맥류”로 밝혀졌는데 뇌동맥류는 “뇌혈관 벽의 일부분이 허물어지면서 대뇌동맥이 갈라지는 부분에 풍선모양으로 기형적인 부풀어 오름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대부분 40대나 50대에서 나타나는 질병이다. 홍길동은 병원에서 바로 뇌동맥류 수술을 받았지만, 수술이후에도 왼쪽 팔다리가 마비되고 기억력감퇴, 실어증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에 홍길동은 자신의 회사와 근로복지공단에 보험급여신청을 했다.

현재 1인 이상 사업장은 모두 산재보험가입이 의무화돼 있고 심지어 각 지역의 소규모 편의점들까지도 모두 산재보험가입을 하도록 근로복지공단에서 가입을 독촉하고 있기 때문에 거의 모든 사업장들이 산재보험 가입대상이다. 사업장에서 일하는 대부분의 근로자들은 산업재해를 당했을 때 근로복지공단에 보험급여를 청구할 수 있다.

보험급여 청구절차는 청구서에 일단 사업주와 의료기관의 확인을 받아서 근로복지공단 해당 지역본부나 지사에 제출해야 하는데, 이때 사업주는 각종 신청서 또는 청구서에 해당 근로자의 근로계약관계, 고용종속관계, 재해발생상황, 임금관계 등을 확인하여야 하고, 의료기관에서는 상병상태, 요양기간, 장해정도, 사망원인등에 대해 확인해야 한다.

근로복지공단이 근로자로부터 청구서를 받으면 보험급여를 지급할 것인지, 어떤 급여를 지급할 것인지에 대하여 결정하여 근로자에게 알려주고 결정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도록 돼 있다.

이런 절차를 거쳐서 홍길동은 보험급여 신청을 하였는데, 근로복지공단측에서는 보험금 지급을 할 수 없다며 거부했다.

보험급여를 거부한 가장 큰 이유는 이 “뇌동맥류”라는 병의 특성때문인데 뇌동맥류는 선천적인 병이지 후천적인 병이 아니기 때문이다. 뇌동맥류에 걸리는 사람들은 타고날때부터 동맥의 발달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고 여기에 술과 담배등 후천적인 요인이 겹쳐서 혈관벽이 얇아지면서 뇌동맥류의 혈관벽이 터진 것이기 때문에 홍길동 본인의 유전적인 결함이 없었다면 뇌동맥류는 처음부터 발생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홍길동이 뇌동맥류로 쓰러진 것도 평소 업무와는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없고, 다만 “홍길동의 유전적인 혈관 결함과 술,담배등 나쁜 습관들이 이에 일조하여 생긴 것이므로 회사측에서는 산재처리를 해 줄 수 없다” 라는 것이었다.

홍길동은 이에 불복, 행정소송을 제기하면 보험금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 이유는 뇌동맥류라는 질병이 선천적으로 동맥이 얇은 사람들에게 많이 발생하는 질병이기는 하지만,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 같은 것이 직접적인 발병원인은 아니라도 뇌동맥류파열에 대한 간접적인 발병원인이 될 수는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 판례도 어떤 질병에 뚜렷한 발생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육체적 과로나 스트레스는 혈압상승에 의한 뇌동맥류파열의 간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하여서 홍길동의 보험금 청구를 인정하여 주고 있다.

대법원 판례는 사업 중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서 술접대를 하다가 사망한 경우와 출장 중에 사망한 경우는 원칙적으로 산재처리를 해주고 있다. 그렇지만 출장 중에 일반적으로 업무와 관련없는 개인적인 행위를 한 경우에는 산재처리를 해주지 않는다. 홍길동의 경우에는 업무와 직접 관련성은 없지만, 부하직원의 간병차 병원에 들러 다른 부하 직원들과 회식중에 쓰러졌기 때문에 어느 정도 업무와 연관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

김병철 변호사(bprint21@hanmail.net, 법무법인 해미르 536-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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