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캐슬? 현대하이페리온? ‘환경’도 좀 생각하시죠”

[프레시안 2006-05-03 15:53]

[프레시안 강양구/기자] 환경 파괴의 주범으로 꼽혀 온 국내 건설업체들이 역시 환경문제에 대해 사회책임(환경책임)을 지는 데는 인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시공 능력이 높은 대기업일수록 이런 경향은 두드러졌다.

환경정의 57개 건설업체 대상으로 환경책임 평가결과 공개

환경정의(www.eco.or.kr)는 3일 2005년 7월부터 2006년 3월까지 9개월에 걸쳐 국내 57개 건설업체를 대상으로 환경책임을 얼마나 지는지를 평가해 그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평가는 ‘환경경영’, ‘환경성과’, ‘사회책임’ 등 세 영역에 걸쳐 이뤄졌으며 해당 건설업체들과 연관된 5년간의 환경 관련 언론, 정부, 업계 자료가 활용됐다.

이 단체는 “건설업은 다른 업종과 비교했을 때 환경을 크게 파괴하는데에도 불구하고 정작 자체적인 ‘환경보고서’나 ‘지속가능보고서’의 발간에는 아주 소극적이었다”며 “현재 우리나라에서 환경보고서나 지속가능보고서를 자발적으로 발행하고 있는 기업은 총 48개에 달하는데 이중 건설업에 속하는 기업은 한화국토개발 1개뿐이었다”고 지적해다.

이 단체는 “이밖에도 이번 평가를 위해 업체별 건설 폐기물 배출량과 같은 환경 관련 정보를 요구했으나 소극적으로 임했다”며 “상호 평가를 위한 설문조사에서도 강한 거부감을 보였다”고 이번 평가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 단체는 “이런 사실은 건설업 전반에 걸쳐 환경책임에 대한 의식이 매우 취약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고 덧붙였다.

이 단체는 이번 평가 기업 중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기업을 대상으로 해당 기업을 집중 해부하는 ‘초록보고서’를 발간할 계획이다. 실제로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지구의 벗(Friends of the Earth)’과 ‘그린피스(Greenpeace)’는 각각 석유 메이저 쉘(Shell)과 엑손모빌(ExxonMobil)을 대상으로 이런 보고서를 내 큰 파장을 일으켰었다.

현대·롯데·현대산업개발 등 하위권…특히 롯데·현대는 한심해

국내 57개 건설업체에 대한 평가 결과 시공 능력에 비해서 환경책임을 지고 있지 않은 기업으로는 현대건설, 현대산업개발, 롯데건설 등이 꼽혔다. 특히 현대건설, 롯데건설은 세 가지 평가 영역 모두에서 하위 수준에 머물러 환경책임을 다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현대건설은 시공 능력 1조 원 이상의 16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종합 평가에서 시공 능력 면에서는 2위였음에도 불구하고 환경책임 순위는 공동 11위로 평가됐다. 현대산업개발 역시 시공 능력 면에서는 6위였음에도 불구하고 환경책임 순위는 공동 11위로 낮았다. 롯데건설은 시공 능력 면에서는 8위를 기록했지만 환경책임 순위는 16위로 가장 낮았다.

특히 롯데건설은 환경경영(13위), 환경성과(14위), 사회책임(15위) 등 모든 분야에서 최하위를 기록해 건설업이 가져야 하는 기본적인 환경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현대건설 역시 환경경영(7위), 사회책임(10위) 등 국내를 대표하는 건설업체라는 위상에 걸맞지 않게 환경책임에 소극적인 모습을 나타냈다.

반면에 대형 건설업체들 중에서는 오히려 일부 중견기업들이 시공 능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환경책임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대림산업(시공 능력 4위)은 삼성물산(1위), 현대건설(2위), 대우건설(3위)을 제치고 환경책임 순위는 1위를 차지했다. 두산중공업(13위)과 태영(16위)도 각각 공동 4위, 8위를 차지해 시공 능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시공 능력 5000억~1조 원의 16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평가에서는 동부건설, 한화건설이 각각 1, 2위를, 극동건설이 최하위인 16위를 차지했다. 시공 능력 5000억 원 미만의 25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평가에서는 삼성에버랜드, 한국전력기술이 1, 2위를, 범양건영이 최하위인 25위를 차지했다.

덩치 클수록 사회책임 다 못해…환경단체의 기업감시 운동 본격화될 듯

환경정의는 “규모가 큰 건설업체일수록 환경경영, 환경성과 영역에서는 양호한 성적을 나타냈지만 사회책임 영역에서 부정적 평가를 받았다”며 “사회책임 영역에서는 지역의 환경문제 민원에 대한 예방·처리, 건설 현장 주변 거주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장애인 고용 정도, 산업재해 발생 정도, 부당 경영 행위 등을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환경정의는 “이번 조사를 하면서 여전히 기업이 각종 환경 관련 정보를 기업의 내부 정보로 간주하는 태도를 취하는 것을 절감했다”며 “기업 활동으로 발생하는 각종 환경문제는 그 자체로 공공성을 띄고 있기 때문에 해당 기업은 관련 정보를 정확하고 신속하게 공개하고 책임을 져야 할 일이 있다면 책임을 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환경정의는 “앞으로도 기업이 친환경적이고 환경적으로 정의로운 사회를 구현하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모든 수단을 동원해 기업을 감시할 것”이라며 ‘초록 기업 만들기’ 운동을 전개할 뜻을 밝혔다. 환경정의는 1992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서 태동한 뒤 1999년 독립한 이후 바른 먹을거리 운동, 기업 감시 운동 등 새로운 환경운동의 과제를 개척하고 있는 단체다.

강양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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