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사망은 살인…’기업살인법’으로 처벌해야

건강권 쟁취의 달 공동기획 (3)이젠 ‘기업살인’이라 부르자

 이서치경 산재보험 공투위 선전팀 

사망사고 OECD 최고수준…캐나다, 호주 등은 이미 제정

“안전장치? 그거 제대로 놓고 일하면 작업속도가 좀 늦지. 그러니까 사장이 풀고 하라 하는거야. 여기 들어올 때부터 그랬어. 어디가도 마찬가지거든.”(A공장에서 만난 한 노동자)

“…작업 후 내려오던 중 사망. 현장에는 기본 안전장치인 안전망 설치조차 없었으며, 이날 오전 시공사에 안전망 설치를 요구했으나 현장소장이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B공장 신축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 기사. 2005년1월20일자)

막을 수 있었던 죽음이었다면?


산재로 인한 사망자는 2003년 2천923명, 2004년 2천825명. 하루 평균 8~9명이 죽어가는 셈이다. 세계적으로 해마다 220만명(하루 6천명)이 죽고 있다. 우리나라는 OECD국가 중에서도 최고수위를 다투고있다. 

이런 죽음은 예방이 가능했다. 안전장치를 풀어놓고 일하지 않았다면, 기계에 대한 사전점검과 교육만 제대로 됐었다면, 높은 곳에 올라가 일할 때 안전한 발판을 확보했더라면 막을 수 있는 사고였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알고도 지켜지지 않는 것이 안전수칙이다. 여기에는 비용절감을 위해 노동자들이 죽을 수도 있는 상황을 고의적으로 방치한 기업주와 정부가 있었다. 결국 산재사망은 기업에 의한 살인인 것이다.
그래서 기업주를 강력히 처벌할 ‘기업살인법’ 제정이 필요하다. ㅎ중공업은 창사 이래 업무로 사망한 노동자가 330명, 다치거나 병든 노동자가 1만7천명을 넘는다. 지난해에도 중대사고를 일으켰지만 가벼운 처벌을 받았을 뿐이다.

산안법 위반사례는 한해 9천건에 달하지만 이중 구속된 경우는 단 5건. 그나마 3년 이상 구형된 경우는 2건에 불과했다.(2000년기준)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죽어가도 아무도 처벌받지 않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기업주가 책임을 방기했을 때 이를 처벌할 더욱 강력한 법으로 ‘기업살인법’이 필요하다. 기업살인법이란 “산재사망사고는 기업에 의한 살인이며, 산재사망에 대해 기업의 처벌을 강화하는 새로운 형사정책의 도입”을 말한다. 기업주가 얄팍한 행정규제를 피해 노동자를 죽음의 현장으로 내모는 것을 막기 위해 법제도를 만들자는 것이다.

법제정운동, 이미 3, 4년전부터 시작돼

이미 해외에서는 기업살인법 제도를 추진하고 있다. 캐나다에서는 ‘기업의 형사적 책임에 관한 법’을 제정해 노동자의 안전을 위해한 사고가 생기면 기업을 처벌하는 법제도를 만들었다. 이어 호주에서는 산업살인법을 제정해 기업뿐만 아니라 사업주 등 최고임원 개인에게도 같은 책임을 물을 수 있게 했다. 또한 영국에서도 비슷한 법제정 운동을 펼쳐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3, 4년 전부터 기업살인법 제정 필요성을 인식하고 꾸준히 제기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소수의 이윤을 위해 노동자 다수가 생명을 빼앗기는 것을 막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노동자의 죽음에 대해 사회적으로 관심을 갖고 대책을 마련한 적이 없었지만 더 이상 방치되어선 안될 문제인 것이다.

2005.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