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즈키의 일본 이야기
우정민영화 반대 국회 부결, 신자유주의 막는 계기 되나?
▲ 스즈키 아키라.
스즈키 아키라(44)씨는 지난 90년부터 일본에서 산재추방운동을 해 온 활동가다. 93년 과로사와 원진레이온 문제를 계기로 한국을 방문, 한국의 산재 및 노동안전단체와 교류하다가 97년부터 한국에 머물면서 어학연수를 했고 2002년부터 노동건강연대에서 상근활동가로 일하고 있다.
지난 8일, 일본 고이즈미 수상이 중의원을 해산했다. 중의원에서 5표 차이로 아슬아슬하게 통과된 ‘우정민영화법안’이 참의원에서 17표 차이로 부결된 상황을 본 고이즈미가 수상 권한인 중의원 해산권을 행사한 결과이다. 고이즈미는 이 법안이 참의원에 회부된 당초부터 “법안이 부결되면 중의원을 해산하겠다”고 민영화에 반대하는 여당 자민당 반대파를 견제해 왔다.
국회가 이원제인 일본에서는 중의원이 법안에 대한 우월권이 있고 해산이 되는 반면 참의원은 해산이 되지 않고 중의원을 체크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고이즈미 수상은 이번 참의원 법안 부결을 받아들여 중의원을 해산시켜 “우정민영화에 대한 국민 투표”로 중의원 선거를 하겠다고 한다.
고이즈미 정권의 흐름
“자민당을 부수다.”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고 수상이 된 고이즈미는 ‘구조개혁’을 주장하면서 그 핵심으로 우정민영화를 부르짖어 왔다.
2001년 4월에 탄생한 고이즈미 수상은 관료 주도 정치에 대해 ‘구조개혁’을 외치면서 등장할 당시 86%라는 내각 지지율을 얻었다. 관료가 주도하는 보조금 지급, 특수법인 지원, 낙하산 인사, 공공사업 발주, 그리고 국가예산 및 허가인가에 관한 강력한 권한을 줄이고 작은 정부를 만들겠다는 주장이 지지를 얻었던 것이다.
2003년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재선을 한 고이즈미는 2003년 10월 중의원을 해산시켜 선거를 실시한 바 있다. 소선거구 선거와 비례대표제로 이루어지는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은 소선거구에서 의석을 약간 잃었지만 과거 최고 득표수로 확보하고 자민당, 공명당 연립여당은 절대대수를 유지했다.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우정민영화’를 내세우면서 재선하고 고이즈미 정권의 신임을 묻는 것으로 중의원 해산-선거를 실시한 것이다. 그 때 공약도 역시 ‘우정민영화’였다.
우정민영화는 금융부문 민영화
일본 우정사업은 우편물 취급·배달 부문과 저금, 간이보험 등 금융부문이 있다. 우정민영화는 우정사업 중의 금융부문을 민영화하는 것이다.
거품경제가 터진 후 시중은행이 퇴출되면서 민간은행에 대한 신용이 떨어졌다. 거기에 저금리 시대가 오고 우체국에 맡기든 민간은행에 맡기든 금리는 차이가 없어졌다. 신용도에 대해 말하면 우체국은 도산하는 우려가 없기 때문에 우체국에 모이는 저금은 늘고 그 금액은 340조엔에 이른다.
은행이라면 윤택한 자금을 대출할 수 있는데 사용 용도가 한정된 우체국의 자금을 활용하지 않는 것이 아깝다. 그렇게 하면서 국내외 금융자본이 노리는 ‘우정민영화법안’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고이즈미는 말한다. “민간이 할 수 있는 것은 민간으로 맡기겠다.” 우정민영화의 논리구조이기도 한다.
저항세력 ‘우정족’
이러한 우정민영화에 대해 반대하는 사람들을 고이즈미는 ‘저항세력’이라고 부른다. ‘우정족’이라 불리는 우정사업과 관련된 국회의원들이다.
또 우정족 의원과 관계가 깊은 우체국장 모임이 있다. 우체국 영업소는 전국 2만4,700개에 달한다. 그 가운데 ‘특정우편국’이라는 우편제도 확산을 위해 만든 우체국이 1만8,000개를 넘는다. 이 우체국장 모임인 ‘전국특정우편국장회’는 원래 자민당의 표밭이었다.
우편국장은 외부임용제인 국가공무원이지만 임용과정이 투명하지 않았고 세습제라는 비난을 받아왔다. 특정우편국 국사(건물)는 국영과 자영이 있고 자영국사는 특정우편국장이 개인으로 토지, 국사를 소유하고 서류상 우정공사가 빌리는 방식이다. 그래서 ‘세습국’이라는 말도 있다.
노조의 움직임 – 우정사업에 관한 노조 정책협의회
일본 우정개혁은 일본우정공사법에 따라 2003년 4월에 일본우정공사가 출발했다. 공사화에 따라 독립채산제로 되고 민간적인 ‘경영개혁’이 진행되어 있다. 이 도요타식 경영개혁에 대해서는 다른 기회에 언급하고자 한다.
노조정책협의회는 공사에 있는 2개 노조가 만들었다. 하나는 일본우정공사노동조합(JPU, 14만명)이고, 또 하나는 전일본우정노동조합(전우정, 8만7천명)이다. JPU는 구 체신노조로, 총평에 가입돼 있었던 노조이고, 전우정은 동맹에 가입돼 있었던 노조다. 지금 양쪽 노조는 총평과 동맹이 합쳐진 일본노동조합총연합(RENGO)에 함께 가입돼 있다. 이 협의회는 “우정공사는 공공성과 기업성의 조화를 향하는 21세기 사회의 새로운 공공부문이며 국민생활의 안전망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민영화에 반대하고 있다.
8월 2일 RENGO은 우정민영화법안 반대집회(8·2緊急中央総決起集会)를 개최했다. 대회사에서 사사모리 회장은 “고이즈미 정권이 해 왔던 것은 세계기준이라지만 이름뿐이며 미국에 아첨하는 미국기준이다. 오늘 이 자리에서 ”고이즈미 정권 타도 선언을 하겠다“고 말했다.
신자유주의는 초점이 되지 않고 있다
전국에 구석구석까지 존재하는 우체국과 전국 균일 요금. 민영화 반대세력은 우정사업이 갖는 공공성을 주장한다. 고이즈미가 “민이 할 수 있는 것은 민으로”라고 말하는 것에 대해 “공이 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라고 묻는다. 그러나 신자유주의에 대한 명백한 반대 주장은 만나기가 어렵다.
이번 선거를 통해 정권을 장악하자고 하는 제1 야당인 민주당도 고이즈미 민영화법안에 반대하는 것이고 민영화에 대한 근본적인 반대가 아니다.
일본의 신자유주의 공격은 1987년 나카소네 정권이 강행한 국철 분할·민영화를 들 수 있다. 민영화된 국철은 JR로 이름을 바꾸면서 민영화 성공사례로 치켜세웠다. 노동현장에서는 반인간적인 노무관리가 횡행하면서 안전보다 이윤을 추구한 JR는 2005년 4월25일, 속도초과에 의한 탈선전복사고로 사망자 107명, 부상자 549명을 만들었다.
우정민영화를 국철민영화와 연관시켜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노총인 RENGO도 그렇다.
이번 선거에 대한 유권자의 관심에 관한 여론조사가 있었다. 1위는 사회복지-연금 문제, 2위가 경기 대책이다. 고이즈미 수상이 말하는 우정민영화는 유권자 관심사로부터 거리가 멀다. 선거 날은 9월11일다.
스즈키 아키라
2005-08-22 오전 8:02:58 입력 ⓒ매일노동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