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일하다 죽지 않게…

지난 일주일 동안 일하다 숨져 간 노동자들 살펴봅니다.

노동건강연대와 KBS가 집계한 사망 노동자, 14명입니다.

38명이라는 소중한 생명을 앗아간 이천 물류창고 화재가 난 지 석 달도 안돼서, 또 비슷한 사고로 5명을 떠나 보내야 했습니다.

같은 날 밤 인천. 갑작스런 폭발로 구겨져버린 탱크로리 차량.

여기선 40대 노동자가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역시 누군가의 아버지, 누군가의 아들이었을 겁니다.

이런 사고들, KBS가 분석해보니 직원 수 쉰 명도 안되는 소규모 사업장에 집중됐고, 그 비율도 해마다 커지고 있었습니다.

영세한 사업장일수록 노동자들은 더 큰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송락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경기도의 한 코팅 처리업체.

지난해 6월 이곳에서 작업하던 50대 김 모 씨가 ‘트리클로로에틸렌’이라는 유해물질에 노출돼 숨졌습니다.

[김○○/산재 사망 노동자 유족/음성변조 : “갑자기 목숨이 위험하다 그런 소리를 들으니까…전화로 운명하실지 모른다, 이런 얘기를 들으니까 황당했죠.”]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 특수 마스크 등 안전 장비 미착용과 화학물질 관리 미흡 등 안전 수칙 위반이 다수 적발됐습니다.

사고가 난 곳은 10인 미만 영세사업장이었습니다.

이곳에서 가공된 나사는 협력업체를 거쳐 대기업 반도체 공장으로 납품됩니다.

업체 사장은 산재 사고로 대기업 눈 밖에 나 회사가 도산 위기에 처했다고 하소연합니다.

[산재 사고 업체 사장/음성변조 : “사고 여파가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특히 (대기업) 모 업체에서 ‘야 거기서 안전사고가 났는데 왜 거기다 꼭 해야 하냐. 업체가 거기밖에 없냐’….”]

사정이 이렇다 보니 유족들은 합의금은커녕 밀린 임금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김○○/산재 사망 노동자 유족/음성변조 : “체납된 급여도 자기(업체 사장)가 분납해서 월별로 해서 주겠다 했는데 그게 한 번인가 입금되고 그 뒤로는 전혀 입금되지 않고 있고….”]

2년 전 인천의 한 영세업체에서도 ‘시안화수소’에 노출돼 20대 노동자가 숨졌습니다.

당시 이곳에서 도금된 부품도 협력업체를 거쳐 대기업 가전제품에 쓰였습니다.

지난해 일터에서 사고로 숨진 노동자는 855명으로 통계 작성 이래로 최저치로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이 가운데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 비율은 77%.

그 비율은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원청 대기업의 경우는 하청이나 재하청 업체에서 사람이 죽어도 별개의 사업장이라는 이유로 책임에서 면제됩니다.

산재가 줄었다는 이유로 상위 10대 제조업·건설 분야 대기업들이 감면받는 산재보험료도 연평균 2천억 원이나 됩니다.

그러나 해가 갈수록 위험의 외주화 추세는 심화되는 상황.

현대중공업 노조 조사 결과 중대재해로 사망한 노동자는 1990년대는 원청이 하청보다 4배 이상 많았지만, 2010년대는 반대로 하청이 원청보다 배 이상 많았습니다.

[강은미/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 : “(대기업에 주는) 이 돈을 감면해주지 않고 오히려 산업재해를 예방하는 비용으로 쓰는 것 등 산재 보험과 관련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노동계는 원청 대기업에도 산재 책임을 묻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하루속히 제정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KBS 뉴스 송락규입니다.

촬영기자:유용규 류재현/영상편집:김종선/그래픽:강민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