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6/10] 일터의 건강나침반

갈등 치유하는 ‘파업의 건강학’

이상윤/ 노동건강연대 사무국장 ` 건강연구공동체 상임연구원

지난 주말에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72시간 촛불집회가 열렸다. 이어 1987년 6·10 항쟁을 기념하는 대규모 촛불집회도 10일로 예정돼 있다. 중·고생들이 불을 지피고 주부 등이 적극적으로 나선 데 견줘, 상대적으로 참여가 낮았던 노동자들의 집단 참여 여부가 관심이 되고 있다. 노동계는 이번 촛불집회 참여를 시작으로 정부의 ‘사유화’ 정책에 반대하는 집단투쟁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동자의 집단행동에 대해서는 나쁜 이미지가 많다. 생산에 차질을 빚어 경제에 타격을 준다는 게 주된 이유다. 공공서비스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집단행동은 시민에게 불편을 준다는 이유로 더 원성을 산다. 하지만 노동자 처지에서 집단행동은 최후의 선택일 때가 많다. 노동자들이 사용자보다 약자이고, 사용자에 대한 대항 수단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헌법도 노동자들의 집단행동권을 보장하고 있다.

노동자 집단행동과 관련해 재밌는 연구 결과가 있다. 노동자 집단행동이 노동자 건강에 끼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다. 영국의 한 대학에서 이뤄진 연구를 보면, 노동자들의 파업과 태업 등 집단행동은 노동자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파업이나 태업을 한 회사의 노동자들이 그렇지 않은 노동자에 견줘 건강 수준이 높다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이런 결과를 두고 몇 가지 해석을 내놨다. 먼저 파업이나 태업 기간에 일을 하지 않거나 줄인 것 자체가 휴식의 효과를 냈을 가능성이다. 보통 노동자들이 파업이나 태업을 하는 회사의 노동 강도는 센 경향이 있어 파업 등을 하는 기간 높은 노동 강도가 건강에 끼치는 악영향이 완화된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파업 등을 할 때 노동자들의 집단적 공동 행동이 이른바 ‘축제 효과’를 낸다는 것이다. 축제 효과란 일상에서 벗어난 휴식과 일탈이 가져다주는 심리적 효과로, 건강에 긍정적 영향을 끼친다. 또 해당 공동체 안에 있는 갈등과 모순을 치료하는 효과도 있다. 노동자들이 파업 등을 하면서 공동의 정서를 공유하는 과정이 축제와도 같은 모습을 띠어 개인과 집단 모두에 치유 효과를 낳는다는 것이다.

최근 지속되고 있는 촛불시위를 두고도 이런저런 해석이 많다. 많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촛불시위의 유쾌함과 발랄함이다. 이는 이전의 시위 문화와 구분되는 점이기도 하다. 촛불시위에 참여한 이들도 이 시위가 흡사 ‘축제’와 같다고 말하고 있다.

축제는 그 자체로 일상적이지 않은 것이다. 그 안에 일탈과 혼란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이 일시적 일탈과 혼란을 허용함으로써 아픔이 치유되기도 하고 더 큰 에너지가 생성되기도 한다. 시위나 파업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