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의 건강나침반
여름휴가 기간이 다가왔다. 유급휴가는 법적으로 보장된 노동자의 권리일 뿐 아니라, 노동자의 건강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기간이다. 많은 연구 결과들을 보면 휴가를 적절히 활용한 노동자들이 그렇지 못한 이들에 견줘 사망률도 낮고 삶의 질도 높다. 특히 흔히 ‘과로사’로 이르는 심장과 혈관계 질환과 뇌출혈 등 뇌혈관계 질환 때문에 생기는 사망이 줄어든다.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로 생기는 수면 장애, 만성피로 등도 휴가를 보내면 상당 부분 개선된다.
하지만 단순히 휴가를 가는 것만으로 이런 건강 증진 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라는 연구도 있다. 휴가를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휴가를 ‘어떻게’ 가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연구들의 결과를 보면 휴가의 기간과 질에 따라 그 효과가 다르다고 하는데, 휴가가 실제적으로 쉼의 효과를 내려면 일과 관련된 것을 모두 잊을 만큼의 기간이 필요하다. 더불어 그 기간만이라도 방해받지 않고 온전히 자신이 시간을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휴가 기간에 휴대전화 등을 통해 일과 관련된 연락을 받는다면 휴가 효과는 크게 줄어든다. 때문에 휴가는 그 기간이 길수록, 휴가 장소가 직장과 멀수록 효과가 크다고 한다. 이 연구들은 휴가가 건강에 도움이 되려면 최소한 4주가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실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의 법정 휴가일을 보면, 대부분의 나라가 4주 또는 30일을 보장하고 있다. 예외가 있다면 미국· 일본·캐나다 등이다. 미국은 법정 휴가 기간이 없고, 일본이나 캐나다 등은 2주 안팎이다. 물론 주요 나라 노동자들도 법적으로 휴가 기간이 보장돼 있다고 해서 그 휴가를 다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휴가 기간은 직장의 인력 수준, 노동자의 고용 형태, 개인의 경제적 상태 등에 따라 차이가 난다. 당연하게도 인력이 부족한 직장이나, 비정규직으로 고용됐거나, 개인의 경제적 상태가 넉넉지 못하면 휴가 기간은 짧아지는 양상을 보인다.
한국의 법정 휴가일은 15일이다. 그러나 이 법정 휴가와 실제 여름휴가는 차이가 있다. 2007년 7월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전국 100인 이상 228개 기업체를 대상으로 여름휴가 실태조사를 한 결과, 그해 여름휴가 일수는 평균 3.9일로 전년보다 0.1일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여름휴가 일수는 지속적으로 줄고 있는 경향인데, 이는 주 40시간 근무제가 도입된 효과라고 한다. 한편 여름휴가 계획이 없는 기업도 30.5%나 됐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평균에 견줘 법정 휴가 기간은 짧은 편이다. 그조차도 없는 이들이 적지 않고, 가더라도 너무 짧게 간다. 한국의 노동자들은 건강을 위해 더 많은 휴가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