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 사망을 막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
[연속기고](3) 현장중심 의료지원체계 구축과 의료지원 확대를 통해
주영수(인의협) / 2009년12월18일
매해 수백 명의 노숙인이 거리와 병상에서 쓸쓸한 죽음을 맞고 있다. 그동안 수집된 자료를 분석해 보면, 1999년에 서울지역에서만 103명의 노숙인이 사망하였고, 2003년 이후에는 서울지역에서만 매해 300명 이상의 노숙인들이 지속적으로 사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게다가 성별과 연령을 표준화한 노숙인 사망률은 일반인보다 3.1배나 높았다. 이는 그동안 정부와 서울시가 내놓은 노숙인 의료지원 대책과 의료구호제도가 사실상 노숙인의 사망을 예방하고 줄여나가는 데 효과가 없었음을 말해준다.
노숙생활의 참담함은 노숙인 생존률에서도 드러나는데, 노숙생활 1년이 경과되면 1.30%가 사망을 하고, 5년이 경과되면 8.63%가 사망하는 것으로 추산되는 등, 노숙시작 후 5~6년 사이에 전체의 10% 정도가 사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통계는 노숙인에 대한 응급의료 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건강관리 또한 매우 중요함을 말해 주고 있다. 노숙인의 사망원인 중 ‘손상, 중독 등 외인성 질환’과 ‘간질환, 감염성질환 등’과 같이 예방 가능한 경우가 전체의 절반을 차지하는데, 이는 이런 구체적 상황에 대한 집중적인 대책 마련도 매우 절실함을 보여준다고 하겠다.
현실이 이러함에도 오히려 정부와 서울시의 노숙인 의료대책은 더욱 역진적으로 흐르고 있다. 그동안 서울시는 의료구호비 적자예산 편성을 통해 매년 의료기관에 진료비를 연체시키더니, 급기야는 건강보험이 유지되고 있는 노숙인들에 대해서 의료구호비 지급을 중단하기까지 하였다. 사실 건강보험을 가지고 있는 노숙인들은 그나마 가족관계가 피상적으로나마 유지되고 있는 지역가입자인 경우나, 노숙 생활을 벗어나기 위해 이제 막 취업한 경우들에 불과하다.
따라서 건강보험 가입여부가 노숙 종결 여부의 기준이 될 수 없음이 자명한데, 정부는 노숙인에 대해 도덕적 해이라는 차별적인 선입견을 갖고 지원축소를 합리화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행려환자에 대해 부양의무자 기준을 적용한 것은 노숙인 뿐만 아니라 우리사회의 가장 어려운 처지에 떨어져 있는 행려자들에게 정부가 지어야할 최소한의 책임마저 방기하는 행태라 할 수 있으며, 의료급여 대상자를 축소한 부분에서는 노숙인은 물론 빈곤층 전반에 대한 의료지원을 정부가 외면하겠다는 의도를 보여주었다고 생각된다.
노숙인의 생존률과 사망원인에서 보여지듯이, 시간이 갈수록 필수적인 만성질환 관리대책 수립이 시급한 상황인데, 이는 이들에 대한 공공의료서비스가 확대되어 의료접근권이 높여져야 함을 의미한다. 노숙인의 사망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현장보호를 중심으로 의료정책의 방향이 설정되어야 한다. 즉, 보다 거리현장에 밀착해서 노숙인들의 건강상태를 평가.조절할 수 있는 방식으로의 정책적 고려가 있어야 한다.
또한 건강과 생명을 위협 받는 노숙인의 현실을 조금이라도 개선하기 위해서라면 정부는 부족한 노숙인 의료구호비를 당장 증액해야 하며, 기초생활보장 수급권자 선정기준의 유연한 적용을 통해 기초의료보장 틀을 더욱 확대해야 할 것이다. 더 나아가서 노숙인에 대한 응급 의료서비스 제공은 물론, 알코올 중독 질환 관리, 정신 질환 관리, 결핵 질환 관리 등 주제별 관리체계도 적극적으로 구축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