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한 임원에 ‘산재’ 인정

[한겨레 2006-06-03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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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회사 채무를 연대보증해 수억원대의 빚을 떠안게 되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임원에게 산업재해가 인정됐다.

인테리어 내장 공사를 하는 ㄷ회사의 건축설계 담당 이사이던 이아무개씨는 2001년 1월 사장으로부터 회사 채무를 연대보증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이를 거절하지 못하고 이씨는 사장, 부사장과 함께 2004년 5월까지 회사가 공사와 관련해 서울보증보험과 맺은 보증보험계약 등 모두 38건에 대해 연대보증을 했다.

하지만 회사는 2004년 7월 갑자기 정리해고를 통보해 이씨는 직장을 옮겼다. 그러다 두달 뒤 옛 회사 동료로부터 “회사가 부도났다”는 전화를 받았다. 사장은 일부러 부도를 내고 잠적해버렸다.

이씨는 회사로 찾아가 부사장에게 따졌다. 부사장은 “나도 10억원 손해를 봤고 내 앞으로 된 재산이 하나도 없다”고 했다. 다음날 서울보증보험을 찾아간 이씨는 더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보증보험 직원은 “아파트가 이미 가압류됐고 연대보증채무 5억원 외에 회사가 시행한 공사와 관련해 2년 안에 발생하는 하자담보 책임도 져야 한다”고 말했다. 24년 직장생활 끝에 모은 전 재산인 3억여원짜리 아파트를 잃게 된 것이다. 이씨는 다시 ㄷ회사를 찾아갔다. 그리고 6년 동안 일했던 3층 사무실 창밖으로 몸을 던졌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재판장 김상준)는 2일 이씨의 부인 최아무개(49)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등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업무와 정신상태, 그에 이은 자살은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되므로 업무상 재해”라며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고나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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