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으로 인한 쇼크 사망 산재 인정

[레이버투데이 2006-06-14 11:41]

산재로 인해 희귀병인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을 얻은 노동자가 통증으로 인한 쇼크로 사망한 것이 국내 최초로 산재로 인정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안산시 반월공단 내 한 피혁업체에 다니던 최아무개(47)씨가 지난 2000년 4월 버쿰드라이기를 설치하다가 굴림대 역할을 하던 쇠파이프에 발목을 맞아 다쳐 산재요양을 했다. 그러나 그는 2002년 이것이 극심한 통증을 유발하는 복합부위통증증후군으로 발전해 추가요양을 받아오다가, 지난 2월 자택에서 갑자기 극심한 통증이 발생, 의식을 잃고 무호흡 상태가 됐다가 사망했다.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은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희귀병으로 신체에 손상을 입은 뒤 불로 지지는 듯한 타는 듯한 통증이나 물체가 피부에 닿아도 극심한 통증을 일으키는 등의 증상을 보이는 질환이다. 이 통증은 임신부의 산통의 2배 가량 되는 것으로 알려질 정도로 심각하며, 통증이 전신으로 발전해 근육위축, 관절의 운동 제한 및 강직, 뼈의 탈골화 등을 유발하고 있다. 특히 작업장에서 다친 뒤 복합부위통증증후군으로 발전하는 경우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같이 최씨는 산재로 인한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을 앓아오다가 1차 요양을 마치고 2004년 2차 요양 신청을 하고 이의 심사를 받고 있는 와중에 통증으로 인한 쇼크로 사망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유족들은 산재사고와 고인의 사망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명백하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를 신청, 근로복지공단은 최근 이를 산재로 인한 사망임을 인정하고 유족급여를 지급키로 했다.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이 산재로 인정받기 시작한 것도 불과 2~3년 전부터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복합부위통증증후군 산재환자가 통증으로 인해 사망에 이르렀다는 것이 인정된 것은 획기적인 결정이라는 설명이다.

이번 사건을 담당한 서상수 변호사는 “이 질병에 대한 의식과 의학지식이 부족한 상황에서 산재 처리가 극히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통증이 아주 심해 결국 사망에 이른 것이 산재로 인정받았다는 것은 이 질환에 대한 인식 제고와 장해보상을 받는 데 도움이 된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복합부위통증증후군’ 산재보험 배제 심각”
“산재 인정 못 받고 사망한 환자도 있어”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가 국내에 알려진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희귀성 질환으로 주로 사고로 인해 신체 손상 뒤 발병한다. 때문에 산재사고로 인해 발병하는 경우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리가 갈기갈기 잘려나가는 듯한 고통에서 단 한 시간만이라도 자유롭고 싶다. 아픈 부위를 차라리 도려내고 싶을 만큼 극심한 고통에 자살도 여러차례 기도했다.”(서울신문 2004.8.25자) 한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을 앓고 있는 환자의 고통스런 신음소리다.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은 산재로 인정받기도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2~3년 전부터 산재로 인정받는 경우가 생겼지만 아직도 지방에서는 여전히 산재로 인정받지 못하고 투병 중 사망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고 알려지고 있다.

이용우 복합부위통증증후군환우회 회장은 “이 질환에 노출되면 척수자극기라는 기계를 삽입해 통증을 경감시켜야 하는데 그 비용이 만만치 않다”며 “그러나 산재로 인정받지 못해 비급여로 수술 받아야 하는 등 산재 환우들의 고통이 크다”고 전했다. 이 회장은 아직 이 질환에 대한 인식과 의학지식이 부족한 상태에서 산재 인정 여부에 대한 판단이 각 공단 지사마다 달라 시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환우회 회원 중 한 명은 산재인정을 위해 싸우다가 사망하기도 했다”며 “또다른 회원은 지금도 산재인정을 위해 투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상황에서 이번 근로복지공단의 통증으로 인한 쇼크 사망을 산재로 인정한 것은 큰 의미라고 볼 수 있다. 이제는 국내에서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의 정확한 실상이 알려지면서 산재사고로 발생할 수 있다는 인식 제고와 산재보험의 사각지대를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주요한 결정이라는 설명이다.

미국의 경우 복합부위통증증후군 환자는 26만여명 가량이며 이들의 자살률이 평균 자살률의 2배에 이르는 등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국내에는 약 2만명 가량의 환자가 있고 이 가운데 산재환자가 2천~3천명 가량 될 것이란 추정치만 있을 뿐 정확한 통계가 없는 실정이어서 산재로 인한 복합부위통증증후군 환자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용우 회장은 “산재로 다쳐 복합부위통증증후군으로 고생하는 노동자의 경우 산재 인정을 받지 못하면 비용 부담 때문에 가정(경제) 파탄 등이 불가피하다”며 “정말 필요하고 오래 치료받아야 할 이들에게 산재보험 확대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연윤정 yon@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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