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4대보험 통합 은 졸속”

[레이버투데이 2006-08-17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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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 등 4대 사회보험의 부과·징수 업무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 알려지자 관련 노조들이 ‘졸속’ 추진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국민연금관리공단(국민연금)의 사회연대연금노조, 국민건강보험관리공단(건강보험)의 전국사회보험노조와 직장노조, 근로복지공단(고용보험, 산재보험)의 근로복지공단노조 등 4개 노조는 17일 비상대책회의를 소집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였다. 18일 오전에는 4개 노조 정책담당자회의가 소집돼 공동대응책을 논의한 후 대표자회의 등을 통해 공식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통합’ 추진의 파장이 거세지자 17일 정부는 “통합해도 인력감축은 없을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상급단체들까지 4개 노조의 입장정리를 기다리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어 통합과 별도 징수기관 설립까지는 한바탕 진통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노조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무엇보다도 통폐합으로 인한 인력감축 등 구조조정 압력이다. 현재 각 공단의 징수업무 종사자 비율은 40%선. 당장 이들 중 상당수는 감축될 수밖에 없고, 여파가 공단 전체에 미칠 것이란 게 노조의 판단이다. 최동운 근로복지공단노조 사무처장은 “통합이 된다고 하더라도 인력조정이 수반되는 것이라면 조합원들 중 동의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인력감축을 가장 우려하며 이 부분에 대한 정부 대책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근본적으로는 통합의 효과에 대한 불신이다. 그동안 4대 보험이 별도로 각각 운영돼 나타난 비효율성을 조직통합으로 극복해야 한다는 게 정부의 논리지만 통합이 꼭 효율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시각이다.

징수업무와 정책업무 이원화로 걷는 곳과 쓰는 곳이 달라져 또 다른 행정비용이 발생하고, 통합고지할 경우 부담액이 커져서 연체율이 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재 징수율이 차이가 나는 각각의 보험료를 통합징수할 경우 징수율이 동반하락할 것이란 예측도 있다. 곽태형 건강보험직장노조 정책위원은 “징수율이 90%가 넘는 건강보험과 60%대인 국민연금을 통합고지하면 두개를 한꺼번에 내지 못할 경우 하나도 걷지 못해 전체 징수율이 급감할 것”이라며 “이것은 또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져 국민부담이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통합하기에는 현실적 여건이 아직 미비하다는 ‘시기상조론’도 있다. 각각의 특성을 가지고 있고, 아직까지 보험체계가 정립되지 않은 사회보험들이 통합될 경우 더 큰 혼란을 가지고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진낙천 사회보험노조 정책실장은 “선진국에서는 사회보험이 복지제도로 자리를 잡았지만 우리나라는 연금개혁 등 과제가 산적해 있다”며 “사회보험 각각이 추구하는 목적과 급여수준이 국민들이 만족할 만한 수준에 이르기까지 징수 업무 일원화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대호 ho@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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