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은폐 건수가 줄었다고? 과연…?
– 노동부는 부분적인 통계로 아전인수격 해석을 하려들지 말고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고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하기를 바란다 –
노동부는 지난 8월 4일 보도자료를 통해 금년 상반기에 산재를 은폐한 재해는 428건으로서 전년동기 790건보다 362건(45.8%) 감소하였다고 밝혔다. 또한 산재은폐 건수가 대폭 감소한 이유는 금년 3월 노동부가 시행한 ‘산재은폐 근절대책’ 등 강력한 행정지도 감독이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자평하였다.
현장에서 일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산재은폐는 심각한 문제이다. 사업주들은 산재 신고시에 발생하는 다양한 부담(산재보험료 인상, 근로감독관의 조사, 노사간의 갈등 등)을 회피하기 위하여, 당연히 산재로 처리해야 하는 많은 재해에 대하여 이른바 ‘공상’ 처리하고 있다는 사실은 익히 잘 알려진 사실이다. 사업주 측과 재해 당사자간에 합의에 따라 산재 등록을 하지 않는 대신 사업주가 재해 당사자의 치료비 및 요양비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형태로 이루어지는 산재은폐는 산재를 단순히 보상 차원에 머무르게 함으로써 산재의 구조적 원인을 발견하여 제거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하고, 산재의 정확한 규모를 알 수 없게 만들어버림으로 말미암아 산재와 관련된 정책을 입안하기 어렵게 하는 등 많은 문제점을 낳고 있다. 그러므로 노동부의 발표대로 실제로 산재은폐가 줄어들고 있다면 이는 쌍수를 들어 환영할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노동부의 발표 내용을 곰곰이 들여다보았을 때 마음 한구석에 석연치 않은 느낌이 드는 것을 피할 수 없었다. 그 이유는 과연 무엇인가?
첫째, 한 해 상반기 산재은폐건수로 적발된 건수가 너무 적다. 이는 물론 노동부의 해석대로 실제의 산재은폐가 줄어들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실제로 우리도 ‘노동부가 파악한’ 산재은폐 건수가 작년 대비 올해 그 수가 줄어들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우리가 제기하는 의문은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실제 산재은폐와 노동부가 인지하는 산재은폐와의 간극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노동부에 의해 인지조차되지 않는 산재은폐, 그것의 규모에 대한 문제이다. 몇몇 연구에 따르면, 실제 산재보험에 의해 요양받은 재해건수에 비해 이른바 ‘공상’ 등의 형태로 고의건 아니건 간에 공식적 통계에 잡히지 않는 산재의 규모는 5-10배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되어져 있다. 이러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노동부에 의해 적발된 산재은폐 건수란 것은 실제 규모에 비하여 역시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므로 빙산의 일각에 불과한 건수를 가지고 줄어들었네 늘었네 말하는 것 자체가 큰 의미를 지니지 못할 수 있다.
둘째는 사소한 문제일 수도 있으나 역시 마음에 걸리는 것인데, 노동부가 산재은폐의 건수가 줄어든 것을 금년 3월부터 시행한 ‘산재은폐 근절대책’ 등 강력한 행정지도 감독의 영향이라고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는 부분이다. 위에서 언급했던 바 실제 규모가 줄어들었는지도 의문이지만, 규모가 줄어들었다 해도 그것이 노동부의 강력한 행정지도 감독의 영향 때문이라고 확대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만약 실제로 줄어들었다면 그것은 현장에서 산재의 구조적 원인을 제거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비타협적 투쟁에 보다 빚지고 있는 것이지 노동부의 행정지도의 덕은 미미하다. 노동부의 보도자료 내용은 현재의 행정지도로 충분하다는 뉘앙스를 풍기기도 하는데, 그것은 우리의 기우이기를 바라고, 그런 의미에서 노동부의 행정지도, 감독이 보다 강화되기를 바란다.
산재은폐는 아직도 집단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그것에는 구조적 원인이 있다. 그러므로 노동부는 그것을 정말 문제로 느낀다면 피상적이고 부분적인 통계 수치로 혹세무민하려고 할 것이 아니라, 산재은폐의 실제 규모를 파악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 그 구조적 원인을 제거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슬프고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미안하게도 산재와 관련된 노동부의 통계를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것이 현실이다.
노동건강연대 사무국 이상윤
– 본 글의 내용은 노동건강연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