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이 많은 것은 ‘국민’이 아니라 노동자, 민중,
자본가와 기득권자들은 오히려 현재보다 더 부담해야
– 재정경제부의 국민부담률 증가 발표에 대하여

재정경제부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최근 제출한 국민부담률 실적과 예산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국민부담금은 136조3553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6.4%에 달했고 이는 97년 이후 4년 연속 최고치를 나타낸 것이라고 한다. 국민부담금은 지방세와 국세 등 각종 세금에다 연금과 보험료 등 사회보장 기여금 등을 합친 것으로 이 수치가 높을수록 국민들이 낸 세금과 보험료, 연금 등의 사회보장 기여금이 많다는 뜻이다.

우리는 이 통계 자료와 관련하여, 언론 및 일부 정당에서 이것을 근거로 사회보장을 위한 국민의 부담이 너무 높다는 목소리를 높여 가는 것에 대하여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물론 우리도 사회보장을 위한 국민의 부담이 이미 높다는 사실에 그리 반대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노동자, 민중들은 세금과 더불어 각종 보험료와 연금 등의 부담이 이미 그리 만만치 않다. 더군다나 노동자, 민중이 내는 돈에 비하여 제공받는 각종 사회보장 서비스의 양과 질조차 그리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 그러므로 앞서 언급한 통계수치에도 불구하고, OECD 국가 중에는 이 수준이 멕시코 다음으로 낮은 것이라며 선진국에 비해서는 아직도 우리나라의 국민부담률은 그리 높지 못하다고 설명하는 재정경제부 관리의 말은 일면의 진실을 담고 있지만, 그 수치를 선진국과 단순 비교하는 것에 무리가 있음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노동자, 민중들은 이미 부담이 높다고 느낌에도 불구하고, ‘국민부담률’이 OECD 국가와 비교해서는 그리 높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그 괴리는 어떻게 설명될 수 있을까? 사실 이 대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우문에 대한 현답은 “국민이라고 다 같은 국민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회보장 기금에 대해 이미 노동자, 민중은 충분히 내고 있다. 문제는 자본가들과 기득권자들이다. 다른 OECD 국가들에 비하여 우리나라에서 자본가들이 노동자들의 건강을 위하여 내는 돈이 얼마 되지 않음은 이미 지난 건강보험 재정 문제가 불거졌을 때 적지 않게 이야기되었던 내용이다. 또한 우리나라의 여러 기득권자들의 경우 교묘한 수법을 사용하여 자신의 경제적 능력에 비추어 말도 안 되는 수준의 세금 및 사회보장 기금을 내고 있다는 것 역시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해가 갈수록 국민부담률이 높아지는 것에 대하여 이렇게 말해야 한다. “해마다 노동자, 민중이 사회보장 서비스를 위하여 내는 돈은 점점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자본가와 기득권자들의 경우 여전히 부담이 적다. 더군다나 우리가 내는 돈에 비하여 서비스의 양과 질은 너무나 형편없다!” 문제는 불특정 다수로서의 ‘국민’의 부담이 아닌 노동자, 민중, 그리고 자본가, 기득권자의 부담이 불균형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와 관련하여 제기되고 있는 문제 한가지는 꼭 짚고 넘어가야겠다. 국민부담률이 이처럼 증가세를 이어가는 것은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각종 복지 정책을 늘린 것이 큰 원인이라는 분석이 있다. 이러한 분석은 최근의 각종 복지 정책으로 인하여 국민의 부담이 늘어났으니 이제는 쓸데없이 복지 정책에 돈을 쓰지 말자는 뉘앙스를 풍기는데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물론 최근 들어 몇 가지 복지 정책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을 가지고 뭐 크나큰 복지 정책을 행한 양 떠들며 이제는 쓸데없는 데에 돈 쓰는 것 좀 줄이자고 말한다면 이것이야 말로 적반하장격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우리는 사회적 연대의 정신으로, 우리의 부담이 약간 더 늘어나더라도 우리나라의 사회보장의 수준이 향상된다면 그러한 부담을 충분히 같이 짊어질 용의가 있다. 그러나 문제는 앞서 언급하였듯이 자본가와 기득권자들이다. 그들은 지금도 가진 것에 비하여 형편없는 수준의 부담을 지고 있으면서도 기회가 날 때마다 ‘국민’을 언급하며 자신 이외의 이들을 위하여 자신의 돈을 지불하는 것을 아까와하고 있다. 자본가와 기득권자들은 한 푼이라도 더 내어주기를 배아파하며 떠는 자신의 손을 ‘국민’이라는 말 뒤에 숨기려 들지 말라. 자본가와 기득권자들이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것에 걸맞는 역할을 한다면 우리나라의 복지 정책은 더욱더 늘려도 하등의 문제될 것이 없고 아니 오히려 늘려야 한다.

책임은 정부에도 있다. 정부는 자신들의 목소리만을 높이며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려는 시도를 보이는 자본가들과 기득권자들에게 부화뇌동할 것이 아니라, 조세 및 사회보장 기금의 징수가 소득에 따라 형평성 있게 되도록 최대한 노력하여야 하며, 각종 사회보장 기금의 운용에 있어 부실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사회보장을 위한 재정이 제대로 소득누진적으로 마련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국민’의 부담이 높다는 말에 얼씨구나 장단을 맞추며 복지 정책을 후퇴시키려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되고, 현재로서는 너무나 낮은 자본가와 기득권자들의 부담을 더 늘려 아직도 너무나 열악한 우리나라의 사회보장 수준을 향상시켜야 한다.

노동건강연대 사무국 선전부

– 이 글의 논지는 노동건강연대 전체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