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경총은 현실을 왜곡하고 노사갈등을 부르고 있다
– 경총 기업안전보건위원회의 결의문 을 보고

1. 경총 기업안전보건위원회는 지난 5월 17일 정기총회를 갖고, ‘산재 추가 보상금의 합리적 조정, 산재인정 기준의 합리적 개선 촉구, 산재예방 및 산재근로자의 체계적인 지원방안 강구’등을 내용으로 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2. 우리는 이번 경총 기업안전보건위원회의 결의문을 보면서, 기업의 경영진들이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근골격계질환에 대하여 잘못된 이해를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아전인수격 해석에 근거해 부당한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위원회의 결의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덮어버리고 이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겠다는 의도의 발현이다.

3. 경총은 최근 근골격계질환이 급증하는 상황을 ‘노동계의 집단 공세에 편승한 직업병 판정이 남발되는’ 현실로 파악하고 있다. 이는 현실을 왜곡하는 것이다. 최근 근골격계질환이 증가하는 것은 IMF 이후 지속되어 온 노동강도 강화, 직무 불안정성 증가 등 주로 기업측의 경영, 관리 방식의 문제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을 노동계의 ‘집단 공세’로, 직업병 판정이‘남발’되고 있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경총의 인식 수준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

4. 경총은 왜곡된 현실 인식에 근거해 문제의 원인을 ‘근골격계 질환에 대한 객관적인 업무 관련성 평가 시스템의 부재, 온정주의에 입각한 산재심사 결정, 법정 산재보험급여의 상향조정에도 불구하고 사업주의 추가 보상금 지급관행 등 그릇된 노사관행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마디로 말해, 현재 직업병 인정 제도 및 산재보험 제도에 문제가 있어서 직업병 환자도 아닌 이들이 직업병으로 인정받고, 직업병 환자도 아닌 이들이 직업병 신청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거꾸로 된 주장이다. 오히려 현재 직업병 환자들은 산재보험의 복잡한 절차가 때문에 산재 신청을 하지 못하고, 근로복지공단의 관료적 행정 처리로 말미암아 직업병임에도 직업병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더욱 많다.

5. 이러한 왜곡된 현실 인식에 따라 경총은 근골격계질환을 둘러싼 노사갈등을 최소화하고 도덕적 해이로 야기되는 사회적 낭비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하여 ‘산재 추가 보상금의 합리적 조정, 산재인정 기준의 합리적 개선 촉구, 산재예방 및 산재근로자의 체계적인 지원방안 강구’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도 노동자에 대한 보호기능을 하지 못하는 산재보험제도에 대한 개혁은커녕 모든 노동자를 잠재적 꾀병환자로 몰고 있는 경총이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키는 것이다.
근골격계질환을 둘러싼 노사갈등을 유도하고 악화시키는 것은 경총이라는 것을 자인하는 꼴이다.

이는 잘못된 현실 인식에 따른 귀결을 넘어, 노동계에 대한 선전포고가 아닌가. 경총이 진정으로 노사갈등을 최소화하고 ‘경영자의’ 도덕적 해이로 야기되는 사회적 낭비를 미연에 방지하기를 원한다면, 근골격계질환 문제에 대한 제대로 된 현실 인식부터 갖추기를 권고한다. 그리고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기를 바란다.
이를 외면한다면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에 대한 무책임한 경영으로, 매년 3천여명의 노동자들을 죽이고 있는 기업 경영자들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사회적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2004. 5. 18
노동건강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