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산재/자동차/건강보험 의료비 심사일원화 입법추진에 대한 논평
– 산재보험개혁 외면한 법안추진은 갈등만 부른다
1. 열린우리당의 김영춘, 유시민, 장복심 의원은 지난 3월 2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국민 의료이용 편리성, 보험료 인하 및 보상 강화를 위한 산재/자동차/건강보험 의료비심사 일원화 입법공청회’를 개최하려 하였으나, 산재노동자들의 실력 행사로 공청회를 진행하지 못하였다.
2. 세 의원이 발간한 자료집에 의하면, 세 의원이 추진하고자 하는 입법안의 핵심은, 산재보험, 자동차보험, 건강보험 등의 진료비 심사를 하나의 심사기관에서 통합 심사함으로써, 환자의 편익을 증대하고, 요양기관의 행정부담을 줄이며, 진료비 누수 방지 등 재정 절감을 도모하고, 이를 보험료 인하, 재활 치료 강화 등을 위해 쓰이게 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심사기관은 현재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아닌 별도의 통합심사기구를 구성하겠다는 것이다.
3. 우리는 산재보험 제도 개혁이라는 측면에서, 이 입법안이 부정적인 내용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근로복지공단에서 행하고 있는 산재보험 급여 심사를 독립적 기구에서 행함으로써, 산재보험 급여 심사 체계를 합리화하는 것은 필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이 제도가 현재의 산재보험 제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얼마나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오히려 현재의 시스템 내에서 이 제도는, 산재보험 급여 확대는 이루어지지 않고, 산재보험료 절감을 통하여 기업의 사회적 임금은 축소되는 신자유주의적 정책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가지고 있다.
4. 현재의 산재보험 제도는 광범위한 산재 은폐, 신청 후 인정까지의 과도한 시간 소요, 협소한 산재 인정 기준, 낮은 급여 문제 등, 시급히 개혁되어야 할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그러나 세 의원이 제출한 법안은 오로지 산재 환자와 요양기관의 ‘이른바’ 도덕적 해이를 줄임으로써 보험 재정을 절감하는 데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 산재보험 제도 해결을 위한 근본적 대안과는 거리가 멀 뿐 아니라, 오용의 가능성까지 내포하고 있다.
5. 장복심 의원 측은 ‘산재보험제도 개혁을 위한 공대위(이하 공대위)’에서도 ‘산재보험의 진료비 심사 업무를 독립적인 심사 기구로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하면서, 마치 공대위가 세 의원의 입법안을 찬성하고 있는 듯이 말하였으나, 이는 공대위의 주장을 오해한 것이다.
공대위의 의견은 ‘산재보험 급여 제공에서의 사전승인절차 폐지와 사후심사제도의 도입’, ‘산재보험료 인하 없는 급여 확대’, ‘산재노동자 재활 서비스 확대를 통한 원직장 복귀 제도 정착’ 등을 전제로 하였을 때, 독립적인 심사 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앞의 세 가지 전제가 충족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독립적 심사 기구로의 심사 이전에 대해서는 공대위는 그 어떠한 의견도 가지고 있지 않다.
6. 세 의원은 이 입법안을 이번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산재보험 개혁이라는 측면에서 파급 효과가 적지 않을 이 입법안을 이번 임시국회에 처리한다는 것은 무리이다. 그러므로 보다 신중한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친 후 법안 제정여부를 검토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산재보험의 근본적 개혁이라는 조건이 충족되지 않은 현실에서, 이러한 법안제정의 추진은 문제의 본질을 흐리고, 사회적 갈등만을 유발한다는 점을 세 의원은 명심하기 바란다.
2005. 3. 7
노동건강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