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한미FTA는 농어업인의 공공적 재해보상 제도를 불가능하게 한다

지난 5월 25일 공개된 한미FTA 협정문 분석 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분석 결과, 정부의 주장과는 달리 한미FTA 협정으로 인한 국민 건강 피해가 막대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농어업인의 건강 피해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협정문을 자체 분석한 결과, 한미FTA 협정문에는 농업인과 어업인의 직업 관련 재해 보상을 위해 준(准)사회보험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농협의 ‘농업인 재해공제’ 보험과 수협의 ‘어업인 상해공제’ 보험을 완전히 민영화하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었다.

직업인의 안전과 건강이라는 측면에서 농협의 ‘농업인 재해공제’ 보험과 수협의 ‘어업인 상해공제’ 보험이 사회보험적 성격을 잃게 될 가능성이 많아졌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이 보험은 농업인의 농업 관련 사고나 어업인의 어업 관련 사고를 보상해 주기 위하여 마련된 것이다. 현재는 농림부, 해양수산부가 재정의 일부를 부담하고 농협, 수협이 운영하는 형식이어서 사회보험적 성격을 일부 가진 민간보험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농업인들과 어업인들은 농업과 어업의 공공적 기능을 고려해서 이 제도의 공공성을 강화하든지, 아니면 이 제도를 흡수하여 독자적인 사회보험을 만들 것을 요구해 왔다. 물론 왜 농어업인의 직업 관련 재해를 사회보험 형태로 보상해 주어야 하는가에 대한 논란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선진국에서는 농어업인에게 재해가 빈발한다는 사실과 농업과 어업의 공공적 기능을 고려하여 농어업인의 재해도 사회보험 형태로 보상해 주고 있는 나라가 많다. 그래서 한국에서도 이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그런데 한미FTA 협정문 부속서 13-나의 제6절 1항에는 “분야별 협동조합이 제공하는 보험서비스에 관한 규정은 그 협동조합에게 동종 보험서비스의 민간 공급자보다 경쟁상의 혜택을 주어서는 아니된다.”고 명시되어 있다. 다시 말해 농협, 수협 등이 운영하는 보험에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현재의 ‘농업인 재해공제’ 보험과 수협의 ‘어업인 상해공제’ 보험은 유명무실해질 수밖에 없다. 지금은 정부 보조가 있었기에 상대적으로 보험료를 적게 내고도 보험료 대비 보상 수준이 높았지만, 정부 보조가 없어지면 보험료가 오르게 되고, 그 오른 보험료를 감당할 수 있는 농업인이나 어업인은 극소수에 불과할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의 농업인 재해공제나 어업인 상해공제의 보험료 대비 급여 수준이 그리 만족할 만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나마 정부 보조가 있었기에 아쉬운대로 이용하려는 농어업인이 있었지만, 이제 그나마 없어질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농업인이나 어업인의 직업 관련 재해 보상을 위한 독자적인 사회보험을 만들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럴 경우 그것은 투자자-국가 소송 제도에 의해 분쟁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한미FTA가 체결되고 비준되면, 농업과 어업의 공공적 기능을 고려하여 농업인과 어업인을 위한 공공적 재해보상보험을 구축하려는 시도가 어려워질 것이다. 우리 사회의 취약계층 중 하나인 농업인과 어업인의 재해 보상을 사회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이 물거품이 되고 마는 것이다. 이와 같이 못 가진 자, 힘 없는 자에게 재앙인 한미FTA 체결과 비준은 적극 막아내야 한다.

2007. 6.4
노동건강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