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KTX 승무지부 노동자 고용 문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KTX 승무지부 노동자들의 투쟁이 100일째 지속되고 있다. 한국철도공사의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벌인 이들의 파업 투쟁에 한국철도공사는 무관심으로 일관하였고, 지난 5월 15일 간접고용주인 한국철도유통은 계약을 해지하여, 결과적으로 280여 명에 달하는 승무지부 노동자가 대량해고 된 상태에서 투쟁은 지속되고 있다.
우리는 한국철도공사가 KTX 승무지부 노동자 전원을 정규직으로 직접고용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열차의 안전과 질 높은 서비스 제공을 위하여 KTX 열차 승무원의 존재는 필수적이다. 열차 승무원의 감소는 안전사고 발생 시 대응 능력을 떨어뜨리고 그 결과 크나큰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그리고 장애인과 노약자 등 적극적 서비스가 필요한 시민들에게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하여 승무원의 존재는 필수적이다. 그런데 이와 같이 필수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를 간접고용 하겠다는 한국철도공사의 발상은 잘못된 것이다. 간접고용 된 상태에서 제대로 된 안전대응 수칙 등을 교육받기란 불가능하고, 그에 따라 그 위험은 고스란히 시민이 짊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한국철도공사도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 일이 있기 전부터 사실상 업무의 지도, 감독은 한국철도공사로부터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러므로 그간에도 법적 고용주는 한국철도유통일지 몰라도 사실상의 사용자는 한국철도공사였던 것이다. 이와 같이 사실상 사용자이면서도 필수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를 간접고용 형태로 고용하여, 저임금과 고용 불안정에 시달리게 하는 것은 비윤리적이다.
한편, 한국철도공사는 여성 노동자들이 다수인 업무이기에 이들을 비정규직화했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KTX 승무지부 노동자가 여성이기에 이들의 노동을 저평가하고 정당한 댓가를 지불하지 않으려 했다는 비판은 설득력이 있다. 그러므로 한국철도공사는 이들을 비정규직화한 근저에 이와 같은 성차별적 판단이 개입되어 있었는지 여부를 반성하고 이들에 대한 차별을 시정해야 한다.
그러나 승무지부 노동자들의 투쟁이 100일을 맞이하고 지도부의 단식이 지속되고 있는 와중에서도 한국철도공사는 대화의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고, 사회적 갈등을 조정하고 중재해야 할 정부는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지금 여기 한국에서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를 둘러싼 사회적 논의와 문제 해결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는 우리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징후적 사건이다. 이 사건에는 간접고용을 비롯한 비정규직 문제, 여성 노동에 대한 저평가 경향, 그리고 그로 인한 여성 노동의 비정규직화 경향 등 다양한 문제들이 중첩되어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이 여러 가지 복잡한 모순과 이해가 얽혀 있다고 해서 문제 해결을 포기해서는 안된다. 한국철도공사는 이 문제 해결의 한 주체임을 깨닫고 자신의 책무를 다해야 한다. 정부는 이 사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사회적 중재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그래서 이 문제로부터 우리 사회의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는 단초를 마련해야 한다. (끝)
2006. 6. 8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 노동건강연대 ․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