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공정하지 못한 한국타이어 역학조사 결과, 객관적이고 공정한 재조사가 필요하다.

한국타이어 노동자 집단 사망에 대해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는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1월 8일 역학조사 중간발표를 했다. 2006년 5월부터 2007년까지 한국타이어에서 심장질환으로 인한 돌연사라는 형태로 집단발병이 발생한 것은 명확하나, 그 원인은 찾지 못했다는 것이 중간발표의 요지다.

우리는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사실상 ‘아픈 사람들이 우연히 한국타이어라는 특정공장에 모여 집단발병을 했다’는 식의 비과학적인 조사결과에 대해 실로 무책임하고 피상적인 조사결과라고 판단한다. 연구원측은 한국타이어 노동자의 심장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일반 인구보다 5.6배나 높고, 협심증 유병률도 2.6배나 높은 것으로 밝히고도 그 원인에 대해 아무런 설명을 하지 못했다. 죽은 사람은 있으되 그 원인은 모르겠다는 것이다. 오직 유일하게 밝힌 것은 그간 문제가 되었던 유기용제 등 물리 화학적 작업 환경 요인이 기여했을 가능성은 적다는 것뿐이다. 연구원측의 중간발표는 집단발병은 있으되 기업주의 책임은 없다는 기업에 대한 면죄부 일뿐 과학적이거나 공정한 조사와는 거리가 멀다.

우리는 정부측의 이번 조사가 공장의 물리 화학적 작업 요인을 평가함에 있어 그 한계가 명확하다는 점을 여러차례 지적하였다. 이번 조사에서 평가를 한 공장 환경은 이미 집단발병시의 공장 환경이 아니었다. 그러므로 우리는 사업주의 개입이 없는 상태에서의 공장 환경을 평가할 수 있는 방안들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역학조사단은 이러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조사자체가 과학적 조사로는 치명적 약점을 가진 것이었고 그 결론은 기업주가 책임이 없다는 면책선언이다. 그렇다면 노동자들이 집단적으로 잘못해서 집단사망과 집단발병사태가 발생했다는 말인가?

정부는 역학조사는 앞으로 물리화학적 작업 환경 요인의 가능성은 배제하고, 향후 노동강도, 노동시간, 직무 스트레스 등에 대한 평가를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사업주의 개입과 왜곡을 피할 수 있는 공정한 조사가 진행되지 않는다면 향후 어떤 조사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

우리는 이번 역학조사 결과가 회사측의 개입을 차단하는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유족 측 추천 전문가들의 참여와 노동자들의 증언 등이 배제된 채 진행되어 공정하고 과학적인 조사가 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누차 지적하여 왔다. 이번 중간 결과 발표는 이러한 우리의 지적이 현실이 되어가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한계가 많은 이번 역학조사 결과로 한국타이어 문제를 종결하려 하면 안된다. 정부는 지금까지의 역학조사로서는 집단사망사태의 해결과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할 수 없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유족측이 추천하는 사회단체의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공정한 역학조사를 다시 실시하여야 한다. 대통령 당선자의 사돈 기업이라는 이유로 문제를 서둘러 덮으려 한다면 문제를 더욱 키우는 것이 될 뿐이다.

2008. 1. 9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된의료실현을위한청년한의사회), 한국타이어 노동자 사망 유족대책위 자문의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