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7월 2일 새벽 4시경 이마트 탄현점에서 제대로 된 보호구와 산업안전보건법에 명시된 안전조치 없이 냉동기 점검 및 보수작업을 하다가 4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습니다.
2. 4명의 노동자 중, 22세의 청년 노동자(서울시립대 휴학생 황승원씨)는 대학 등록금을 벌기위해 병역의무를 마치자마자 일용직으로 취업한 것이었다고 합니다. 생계를 위해, 대학 등록금을 벌기 위해, 가족과 미래를 위해 일터를 간 것이지, 죽으려고 간 것이 아닙니다.
3. 환영철강에서 녹아내린 청년노동자, 30분 배달정책으로 목숨을 내놓고 도로를 달리다 숨진 배달노동자, 그 어떤 안전조치도 없이 일터로 내몰리는 일용직, 영세사업장 노동자, 고용불안으로 산업재해 신청조자 못하는 노동자들. 첨단 전자산업에서 유해위험성이 확인 안된 화학물질과 전자파 및 방사선 등에 노출되어 직업성 암으로 세상을 떠난 전자산업 노동자들. 현시대 대다수 노동자들의 모습입니다.
4. 이런 죽음과 산업재해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만 있다면 해결 가능한 것입니다. 당장, 이마트 탄현점에서 발생한 중대재해는 산안법상 안전규정을 지키고 보호구만 착용했더라도 죽음을 예방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즉, 선진국에서 산재 사망을 기업에 의한 살인 행위로 보고, ‘기업살인법’을 제정하여 규제 및 감독하는 것은 ‘예방 가능’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5. 기업이 안전보건 의무를 지키게 하고 산업재해 발생시 벌금과 행정조치를 하는 정책과 규제가 없기 때문에, 노동자들의 알권리와 위험시 작업을 중지할 권리 등 권리가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산안법이 제정된지 30년이 지난 지금도 ‘산재사망 왕국’의 오명을 벗지 못하는 것입니다.
6. 이런 상황에서, 노동부와 산업안전보건공단은 ‘산업안전보건 강조 주간’을 정하고 7/4~8일까지 진행합니다. 안전동요를 부르고, 안전포스터를 그리고, 안전ucc에 안전다큐, 안전백일장을 통해 ‘근로자의 안전 의식’을 고취하기 전에. 기업의 산안법 위반 특별 점검부터 가야합니다. 산재 예방을 위해 필요한 것은, 기업의 살인행위에 대한 강력한 규제이지 동요와 백일장과 포스터를 잘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성명] 잘못된 행사 내용과 겉치레만 가득한 산업안전보건 강조주간 행사를 걷어치우라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7월 4일(월)부터 8일(금)까지 서울 코엑스(COEX)에서 ‘제44회 산업안전보건 강조주간 행사’를 개최한다. 산업안전보건 강조주간 주요행사로는 ‘산업안전보건의 날 기념식’, ‘안전보건 세미나’와 ‘안전보건활동 우수사례 발표대회’, ‘국제안전보건전시회’ 등이 열릴 예정이라고 한다.
OECD 국가 중 최상위권의 산재사망율을 자랑하는 한국에서 산업재해의 심각성을 다시금 일깨우고, 사회적으로 이에 대한 해법을 모색하는 자리를 가질 필요는 있을 것이다. 이것이 정부가 내세우는 이 행사의 취지요 목적이다. 하지만 그러한 목적 달성을 위한 방법이 틀렸다. 이와 같이 잘못된 행사 내용과 전시성, 홍보성 행사로 가득찬 1회성 이벤트로는 그러한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더구나 당사자인 대다수 노동자들을 배제한 채 몇몇 행정관료와 담당부서들 중심으로 진행해서는 노동자들의 안전보건 권리를 증진시키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와 정부의 책임을 노동자의 안전불감증으로 떠넘겨왔던 작태를 44년째 반복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2011년은 산업안전보건법이 제정된 지 30년이 되는 해이다. 노동자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독자적인 법이 있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지난 1981년 12월 31일 산업안전보건법이 제정되었다. 하지만 지난 30년간 노동자들의 지속적 투쟁에도 불구하고 법은 법대로 현실은 현실대로인 상황이 나아지지 않고 있다. 2010년 한 해에만 노동부 공식 통계상 2,200명의 노동자가 산재로 죽었다. 이는 여전히 OECD 국가 중 1위인 수준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정작 필요한 것은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홍보성, 전시성 행사가 아니다. 홍보나 의식 고취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부의 의지와 실천이며, 기업의 책임 강화다. 이번 행사의 면면을 보면, 정부가 산업재해 문제를 현재 어떻게 접근하고 있는지 단적으로 알 수 있다. 정부는 산업재해를 ‘의식’의 문제로 접근하여 사업주, 노동자, 일반 국민의 안전’의식’이 높아지면 산업재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리고 보다 근본적으로는 한국의 노동자들이 안전’의식’이 없어 위험한 행동을 하기 때문에 산업재해 문제가 지속된다고 여기는 듯하다. 안전문화포스터 그리기 대회, 안전문화 백일장, UCC Show, 안전동요제 등의 프로그램이 안전 ‘문화’를 강조하고 있고, 세미나 주제도 ‘선진 안전한국 건설위한 안전문화 조성 방안’ 등 구조나 제도보다는 문화와 행태, 보호구 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노동자의 안전 의식 혹은 작업장의 안전 문화가 아니다. 문제는 사업주이고 정부다. 사업주가 책임을 다하지 않고, 정부가 제도 개선과 법 집행 및 관리, 감독을 소홀히 하고 있기에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것이다.
사업주는 안전과 건강을 위한 최소한의 비용도 지출하려 들지 않고, 위험을 하청이나 중소기업에게 떠넘겨 책임을 회피하려고만 하고 있다. 최근 극심해진 외주화, 사내 하청화, 용역화의 경향 속에서 기업은 위험을 소규모 하청업체, 용역업체에게 전가하고 나몰라라 하고 있다. 문제는 점차 심화되어가는 다단계 하도급 구조와 불안정한 고용 형태인 것이다. 하청에 재하청으로 도급이 사슬을 이루고, 용역과 파견 노동으로 노동 인력이 대체되어 가는 현실 속에서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 수준은 나빠질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이와 같이 책임은 회피하고 과실은 따먹으려는 기업의 2중적 행태가 고쳐지지 않는 한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은 보장될 수 없다.
3시간마다 1명씩 죽고 5분에 한명씩 병들고 다치는 참혹한 현실에 사실상 손 놓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부족한 감독관 수와 지도 감독 회수로 기업의 산재 예방 노력을 이끌어내겠다는 정부의 정책 및 규제 실행 체계도 문제다. 이와 같은 상황이다 보니 ‘문화’나 ‘자율’ 타령을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많은 나라들의 예에서 확인되는 사실은 한결같다. ‘문화’나 ‘자율’로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지킬 수 없다. 정부의 강력한 법 집행과 지도감독이 사업장을 안전하고 건강하게 만드는 것이다.
우리는 요구한다. 산업안전보건 강조주간 행사를 걷어치우라. 이러한 형태의 행사는 돈 낭비일 뿐 산업재해의 심각성에 대해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키지도 못하고, 실제적인 대책이 수립될 기회도 못된다. 이 행사를 치를 돈으로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고 정부의 지도감독 횟수를 늘릴 방안을 모색하라. 정부는 실속 없이 겉치레만 요란한 행사 개최보다는 실제로 노동자를 살리고 노동자 건강을 보호할 제도 수립과 실천에 나서라.
2011. 7. 4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건강한노동세상, 노동건강연대, 마산창원거제 산재추방운동연합, 반도체노동자의건강과인권지킴이 반올림, 산업보건연구회, 산업재해노동자협의회, 울산 산재추방운동연합, 원진 노동안전보건교육센터, 인천 산업재해노동자협의회,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