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면 피해 입었다” 소송 ‘봇물’
부산 J사 상대 노동자 유족 주민 잇달아 제기
사측 “피해 입증 안 돼 손해배상 불가” 주장
시민단체 사례수집 소송지원 유사사례 늘듯

국내 최초로 지난해 12월 석면에 노출돼 숨진 석면공장 노동자 유가족에 대한 손해배상 판결이 내려진 이후 부산지역 등에서 석면 피해자와 유가족들의 소송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석면 공장 노동자 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 피해 주민들도 이례적으로 소송을 준비중이어서 소송이 이뤄질 경우 법원의 판단이 주목된다.

25일 부산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부산 연제구 연산동에 위치했던 석면공장 J사에 근무한 노동자와 유족, 인근 지역 주민들을 중심으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이 줄을 잇고 있다.

지난 60년대와 70년대에 J사에 근무했던 노동자 정모씨와 남편 자녀 등 3명은 J사를 상대로 모두 2억2천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최근 부산지법에 제출했다.

정씨는 대구지법 승소 대상 노동자였던 원모씨와 마찬가지로 지난해 10월 동아대병원 조직검사 결과 악성중피종양 진단을 받고 투병 중이다.

70년대 J사에서 노동자로 근무한 후 지난 93년 석면폐증 진단을 받고 95년 사망한 하모씨의 남편과 자녀 등 3명도 최근 모두 2억원 가량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부산지법에 제출했다.

같은 공장 노동자 예모씨 등의 유족 6명도 최근 대구지법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대해 J사측은 산업재해에 만전을 기한 모범작업장이었으며 해당 노동자들의 근무 사실은 있으나 그것만으로 석면으로 인한 피해를 증명할 수 없어 손해배상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J사에서 2㎞ 이내에 위치한 주택에 살았던 주민 김모씨와 원모씨도 부산지법에 소송을 준비중이어서 노동자에 이어 주민들에게까지 손해배상 판결이 내려질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씨의 경우 부인이, 원씨는 부친이 악성중피종양으로 숨졌다.

이밖에 석면피해모임전국추진위원회와 전국석면네트워크가 전국적으로 석면피해 사례 수집과 소송 지원 등을 추진하고 있어 향후 유사소송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부산환경운동연합 서토덕 연구원은 “미국은 현재 6만여건의 석면 관련 소송이 진행되고 있으며 일본도 사회적 문제가 된 지 오래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연간 300여명의 석면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석면 피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미미한 상황이어서 지금까지 묻혀져 왔다”고 밝혔다. 강윤경 기자 kyk93@busa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