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선언문] 산재사망은 기업의 살인이다. 살인 기업을 보다 강력히 처벌하라.
– 세계산재사망노동자추모의날을 앞두고 살인 기업 명단을 공표하며
전세계적으로 매년 220만 명, 하루에 5,000명 이상의 노동자들이 기업의 이윤 추구 행위에 의해 희생되고 있다. 이는 그 어느 전쟁에 의한 희생자수보다 많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전세계적으로 이러한 처참한 현실에 대한 정당한 인식과 평가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노동부의 공식 통계에 의한 것만도 매년 2500여 명, 하루에 7명 이상의 노동자가 기업의 무책임한 이윤 추구 행위 때문에 희생되고 있다. 그러나 이 통계수치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노동부의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는 산재사망자수를 포함한다면, 한국의 산재사망자수는 만여 명에 이를 것으로 국제노동기구는 추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산재사고사망자수는 다른 선진국의 3배 수준으로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을 자랑하고 있고, 국제노동기구가 평가한 국가별 노동안전보건 수준으로는 겨우 세계 47위에 올라있다.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달성을 앞두고 있고, GNP 규모로 세계 10위권인 OECD 가입국가 한국의 이면에는 노동자들의 죽음이 드리워져 있는 것이다.
이토록 한국의 산재사망 문제가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산재사망에 대한 사회적 대응은 너무나 더디고 미미하다. 산재사망 예방을 위하여 투입되는 정부의 자원은 한정되어, 정부 행정에 의한 예방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산재사망 예방을 위하여 가장 중요한 요소로 알려진 노동조합의 참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려는 노력은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그리고 반복적으로 비슷한 산재사망을 일으키는 사업주에 대한 처벌 수준이 너무나 미미하여 일벌백계의 효과를 거두고 있지 못하다.
요즘 한국의 대기업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들먹이며 다양한 사회 공헌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지만, 정작 윤리적 기업이 되기 위하여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알려진 노동자들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는 것에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우리는 노동자를 죽음의 자리로 내몰면서 사회에 몇천 억을 기부하는 기업이 결코 윤리적 기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한 기업은 오히려 몇 푼의 기부금으로 노동자를 죽인 대가를 치르려는 비윤리적 기업일 뿐이다.
산재사망을 효과적으로 예방하기 위하여 서구의 여러 나라들에서는 사업주의 태만과 부주의로 노동자를 죽인 기업을 살인 기업으로 규정하여, 그 기업과 사업주를 엄격히 처벌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에 우리는 2005년 한 해 동안 산재사망이 다발한 사업장을 ‘살인 기업’으로 간주, 강력히 처벌할 것을 요구하며 그 명단을 발표한다. 이는 우리 사회에 산재사망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것이고, 한국의 기업이 산재사망에 대한 책임 의식을 지니도록 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이다. 살인기업으로 선정된 기업은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에 대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되돌아보아야 한다. 그리고 정부는 상습적으로 산재사망을 일으키는 기업의 사업주를 강력하게 처벌하는 제도를 마련하여, 더 이상 억울한 죽음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2006. 4. 26
산재사망 대책 마련을 위한 공동캠페인단
(노동건강연대, 매일노동뉴스, 민주노동당,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한국노동조합총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