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보험개혁공대위]

성 명 서

사전승인제 때문에 노동자 자살,
노무현 정권은 산재보험의 독소조항, 사전승인제를 당장 폐지하라!

산재를 입었으나 산재보상을 받을 수 없어 좌절한 노동자가 자살하였다.
울산의 설비업체에서 일하던 이종만씨(42세)는 지난 1월, 일을 하다 허리를 다쳐, 산재보상을 받고자 했으나 산재보험의 높은 벽을 넘을 수 없었다. 수술비와 치료비를 감당할 수 없었던 그는 생활고에 허덕이다 열네살, 열두살 두 아들을 남긴 채 세상을 떠났다.

이종만씨가 병원에 다니고, 수술을 받았으면서도 산재보상을 받을 수 없었던 이유는 산재보험의 가장 큰 독소조항, 사전승인제 때문이었다.
일을 하다 다쳤지만, 동료들이 이를 봤지만 산재보상을 받으려면 이를 입증하는 관문을 거쳐야만 했다.

이종만씨가 죽은 방에서는 산재인정을 받기 위해 모아둔 작업내용, 사고경위서, 병원진단서, 간병인영수증, 신경정신과 진료확인서가 모아져 있었다. 다쳐서 수술을 받은 노동자가, 돌봐줄 가족이 없어 간병인을 써야 했던 노동자가 이 모든 서류를 직접 준비해야 했다. 동료진술서를 더 받아야 했으나, 사장의 압력을 받은 동료들은 목격한 사실을 증언해주길 거부했고, ‘요양신청서’를 써서, 사장에게 확인을 요구했으나, 사장은 도장을 찍어주길 거부했다.

이것이 산재보험의 사전승인제도다.
다친 노동자가, 병에 걸린 노동자가 일곱 개, 여덟 개의 서류를 직접 만들어야 하고, 요양신청서를 쓰면 사장의 날인란이 기다리고 있다.
일하다 다쳤다는 걸 입증하라는 협박, 직업병이란 걸 입증하라는 협박, 노동자의 힘으로 그걸 못해내면 거짓말쟁이로 만들고, 꾀병환자로 만드는 게 사전승인제다.
사전승인제 때문에 산재보상을 포기하고, 병원비에 허덕이다 가족이 흩어지고, 삶이 파괴되는 고통의 악순환을 이제는 끝장내야 한다.

무엇을 더 입증해야 하는가. 하루 열두시간을 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다쳤다고, 병들었다고 산재보험을 신청하면 그가 노동자라는 사실 하나로 그의 산재, 그의 직업병은 입증되고도 남는다. 산재가 아닐 것 같으면, 직업병이 아닐 것 같으면 보험운영 기관이 그 반증을 대라.

건강보험으로 치료를 받으려면 감기가 어떻게 왔는지 입증해야 하는가? 사보험인 자동차보험조차 교통사고가 어떻게 났는지 피해자에게 입증하라고 하진 않는다.
전체노동자의 60%에 달하는 비정규노동자, 30만이 넘는 이주노동자에게 사전승인제는 산재보상을 받으려면 일자리를 잃을 각오를 하라는 협박과 같다.

참여복지라면서, 사회보험을 강화한다면서 보험진입에 장벽을, 그것도 태생적으로 수요자에게 불리한 장벽을 없애지 않는다면 그 복지란 허구다.
그러나 노무현 정권은 사전승인제를 없애라는 공대위의 요구에 대해, 산재가 아닌 경우 보험금 환수를 어떻게 하느냐는 사보험운영기관이나 할 소리를 하고 있다.
노무현 정권이 자본의 대리인으로 산재보험을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면 지금 당장 사전승인제를 폐지하라.
산재보험개혁공대위는 노동자의 산재보험진입을 가로막은 최대의 독소조항, 사전승인제가 없어질 때까지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다시 한번 정부의 결단을 촉구한다.

우리의 요구
1. 노동자의 산재보험진입 가로막는 사전승인제 당장 폐지하라!
1. 이종만 씨의 죽음을 산재로 인정하고, 유족급여를 지급하라!

2003. 6. 27 산재보험개혁공대위
건강한노동세상,경기남부산업보건연구회,광주노동건강상담소,노동건강연대,
노동안전보건교육센터,노동자의힘,대구산업보건연구회,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
민중의료연합,부산민중의료연합,산업보건학생연대회의,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
전국산재피해자단체연합(산재노동자협의회,원진산업재해자협회,
울산산재노동자협의회,인천산재노동자협의회,청주산재노동자협의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참고]
1. 이종만(42세)씨 자살경과
2003년 1월 18일 현대설비 근무 중 허리다침
산재신청서를 가져가 사장에게 싸인을 요구했으나 사장이 거부함.
울산노동청에 산재보상을 받을 수 있게 도와달라고 진정했으나 사장과 합의하라는 말만 들음.
개인돈으로 허리수술. 우울증으로 신경정신과 치료받음.
5월 29일 약먹고 자살
6월 25일 유족보상, 장의비 청구서 접수 – 근로복지공단 울산지사

2. 이종만씨가 남긴 유서

박O재 사장님 잘 읽어 보시오.
내가 1998년 훈이 가계부터 일을 해왔는데 지금까지 내가 뭐가 잘못하여 다쳐서 보상하나 안해주는 어떤 사람입니까. 내가 박사장님께 안여쮜어보고 근로복지공단 요양신청서를 가져가 싸인해 달라니깐
동강병원 소아과 과장 정O주씨한테 전화를 해 여쭤봐(봤)지요.
우리 사무실에 일하는 사람이 일하다 다쳐 요양신청서 싸인해 달라는데 하니깐 큰 불이익을 당하니 해주면 안됀다는 말 제가 들었습니다.
내하고 박사장님하고 일했지 그 사람은 무슨 관계가 있다고 작년만 해도 SK하청 동진기술 276-OOOO 이O구 소일 주는 것에 대해 제가 일처리 잘못한 것이 있습니까. 제힘 닫는 대까지 열심히 했다고 봅니다. 혹시나 제가 무슨 일이 있더라도 이글을 읽어 보시. 별 생각이 있는지 없는지.
박사장 모친 상 있어을때도 그 많큼 해주는 사람이 있던가요.
제가 사람 잘못 봤더군요.
제 형편이 이렇게 산다는 것 박사장님이 더 잘 알고 계시리라 믿어더니 무슨 큰 잘못이 있어 병원 퇴원하여 돈 한푼 없는 상태에서 사무실에 찾아가서면은 수고해다는 말 한마디 했습니까. 제가 수술하고 간병인 6일 1차 입원비도 100,000원 가량 안주고 천날 만날 노름 창고해가지고 당신 이익만 챙겼잖아요.
내끝까지 죽어서라도 당신 박O재 복수를 할겁니다.
수술후 당신은 이 고통 모를 것이다.
집에서 잠도 안오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오만 잡생각이 들고 머리 아프고 병원 물리치료 후 집세와 맛사지 3,4번씩 해 아프고 하여튼 잘 되게 죽어써라도 꼭, 꼭, 꼭 빌어 줄게 조심하시오.
발자국 한발한발 디딜때마다 조심해라.
박사장 보상금 150만원 줘 놓고 마음 후련 하제 내 목숨 다하는 날 하루전 날 이가 갈린다. 죽은목숨이라 생각하지 말고 옆에서 다닐 때고 누워 잘 때고 니 목숨 다하는 날까지 고통스러울끼다. 이만 글쓰기도 싫으니까 항상 조심해라.
(2003. 5. 28 쓴 유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