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노동자 산재, 전산업 평균의 10배
산재적용 대산에서 제외돼 대부분 자비해결
매일노동뉴스 김미영 기자
화물운송업 노동자의 산업재해가 매우 심각한 수준인데도 산재보험 적용을 받지 못하는 특수고용노동자들이 대부분이어서 대책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재해율, 전산업 평균의 10배=27일 원진노동환경연구소에 따르면 화물노동자의 안전보건 수준은 매우 열악하다. 연구소가 지난 2006년 덤프·레미콘·화물에 종사하는 운수업 특수고용노동자 48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운반물의 상·하차와 같은 운행업무 외에 작업에서의 재해율(요양 4일 이상)은 8%로 우리나라 평균 재해율(산재보상자료)인 0.8% 비해 10배 이상 높았다.
또 화물노동자 가운데 운송회사 소속 노동자들만 가입돼 있는 산재보상통계에서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1997~2004년까지 전산업 재해율(1천명당)은 약 6.7~8.5명인데 반해 화물노동자의 경우 약 16.5~31.5명으로 3~4배 가까이 높았다. 심각한 것은 타 업종은 매년 재해율이 일정하지만 화물운수업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다는 점이다.
연구소의 윤간우 산업의학 과장은 “운수업 특수고용노동자의 높은 재해율과 사망률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보호대책이 없다”며 “대부분 사고를 당해도 개인 수준에서 처리되고 있어 어려운 생활고를 더욱 가중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산재보험 대상 10분의 1로 축소=IMF 이후 지입차주제가 일반화되면서 화물노동자 대다수가 산재보험의 사각지대에 처했다. 97년 화물노동자 15만명 가운데 10만4천여명은 산재보험에 가입돼 혜택을 누렸다. 그런데 2004년에 이르러 화물노동자수는 35만명으로 크게 늘었지만 산재보험 가입자수는 1만7천명으로 오히려 10분의 1로 축소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현재 화물노동자의 5%만이 산재보험의 적용을 받고 있는 셈이다.
정부가 산재보험 적용대상 사업장과 노동자를 꾸준히 늘려왔던 정책과도 정면으로 대치된다. 노동부는 2003년 산재보험법을 개정하면서 중소기업 사업주에 대한 특례를 부여했다. 이를 통해 노동자뿐 아니라 중소기업 사업주에게도 업무상재해에 대해 산재보험을 확대·적용했다. 그러나 단서조항을 통해 화물운송사업을 제외시킴으로써 특수고용직 화물노동자는 어떠한 경우라도 산재보험 적용을 받을 수 없게 만들었다.
◇’오락가락’ 노동부=특수고용 화물노동자의 산재보험 적용은 3~4년을 주기로 매번 달라졌다. 94년 노동부는 행정해석을 통해 ‘지입차주겸 운전자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했다. 그런데 97년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이 제정되고 경영위탁이라는 명목으로 지입제가 합법화되면서 근로기준법 행정해석도 달라졌다. 노동부는 ‘화물·여객운송지입차주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다’라고 밝히며 98년 1월부터 지입차주를 산재보험 적용에서 제외시켰다.
그러나 법원은 2007년 12월 운송 중 사망한 화물노동자의 뇌출혈을 업무상재해로 인정하는 등 노동부의 행정해석과 판이한 판결을 내렸다. 화물노동자의 산재적용을 놓고 오락가락하는 노동부의 조치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노동부는 이번 산재보험법 개정안을 통해 특수고용노동자 가운데 레미콘 기사는 산재보험 특례적용 대상에 포함시켰다.
이와 관련, 노동부 산재보험혁신팀 관계자는 “특수고용노동자의 산재특례 적용대상 기준이 어떤 기준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지난 2006년 정부가 발표한 특수고용노동자 보호방안에 따랐을 뿐이라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운수노조는 “산재보험은 사회적보험으로 누구나 동일하게 적용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다”며 화물노동자의 산재보험 적용을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