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병 진단회의의 근로복지공단 이전을 반대한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현재 산업안전공단내의 직업병 연구센터는 근로복지공단이나 기업, 노동조합에서 의뢰하는 직업병 조사 및 역학조사를 시행하여 직업병 진단회의를 통해 결론을 내리고 있다. 직업병 진단회의는 그간 새로운 직업병의 발굴과 사회적 확산에 일정정도 기여한 바가 있다. 진폐증이나 소음성 난청과 같은 전통적 직업병이 아닌 근골격계질환, 뇌심혈관계질환, 그리고 최근의 정신질환같은 신종 직업병의 최초 승인은 이러한 진단회의를 통해 이루어진 경우가 많다.
그런데 국회에서 직업병 연구센터가 있는데 왜 직업병이 줄지 않고 있냐는 무식한 질책 후 산업안전공단에서는 그동안 근로복지공단에서 의뢰되는 직업병 조사 건수가 늘어서 한정된 인력으로는 예방을 위한 사업을 진행하지 못하고 이미 발생원인이 규명된 직업병에 있어서는 근로복지공단에서 자체 처리하도록 유도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번 기회에 직업병 진단회의를 없애고 예방중심의 역학조사평가 위원회를 신설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직업병 연구센터의 업무가 직업병 심의에 집중되어 예방을 위한 연구사업이 부족하다는 비판은 일리가 있지만 직업병 조사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타 기관으로 직업병 심의를 이전시키는 것은 잘못된 처방이다. 더군다나 이전을 시키려는 기관이 근로복지공단이라니 더욱 어이가 없다. 근로복지공단은 산재보험료를 지불하는 기관이다. 돈을 지불하는 기관이 심사를 맡는다면 그 심사가 과연 공정하다고 할 수가 있겠는가? 그동안 근로복지공단은 어처구니 없는 불승인과 조기종결, 강제종결을 마다하지 않았으며 심지어는 병원에 입원해 있는 환자를 감시하는 작태를 보여 왔다. 이러한 근로복지공단에 의한 노동자들의 피해사례가 속출하고 불만이 하늘을 찌르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이런 기관에 새로운 직업병의 심의를 맡기겠다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다.
또한 산업안전공단에서는 원인이 규명된 직업병의 경우 근로복지공단에서 자체처리하도록 유도해왔다고 하는데 노동현장은 똑같은 물질에 폭로가 된다고 하더라도 현장상황이나 작업조건은 천차만별인데 그것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산업안전공단에서 인력부족을 이유로 삼는다면 그것 때문에 업무를 근로복지공단으로 이전하는 것이 아니라 직업병 연구센터 내에 산업보건 전문가를 늘려서 업무를 제대로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른 처방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