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안 믿는 산업재해통계
실제 재해율, 공식 통계보다 2~4배 이상 높아
매일노동뉴스 김미영 기자 08-03-31
1년6개월 사이 노동자 15명이 잇따라 사망해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킨 한국타이어. 이 회사 공식 산재발생 건수는 지난 2004년 간 96건에 불가하다. 동종업체인 금호타이어(1천380건)와 비교하면 6.9%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나 노동부가 지난해 한국타이어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한 결과 183건의 산재사고 은폐사실이 적발됐다.
우리나라 공식 산업재해율은 정부기관에서조차 신뢰하지 않는다. 지난 21일 노동부 주최로 열린 ‘산재통계 제도개선 토론회’에서 이경용 산업안전공단 조사통계팀장은 “현행 산재통계는 산재발생 규모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어 산재예방정책을 수립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산재통계가 불신을 받는 것은 산업재해율 산출방식에 허점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산업재해율은 0.72%. 전체 노동자 100명당 산업재해자수가 0.72명이라는 뜻이다. 여기서 말하는 산업재해자수는 산재보험을 신청해 승인된 사람에 국한된다.
김광일 한국노총 산업환경연구소 국장은 “산재보험 가입 사업장에서 요양신청한 산재만 통계에 반영하기 때문에 전체 노동자를 대상으로 하는 재해율은 애초에 산출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산재보험 적용대상에서 제외된 특수고용노동자는 재해를 당해도 산업재해율에 반영되지 않는다. 공무원, 교사는 별도의 연금을 통해 보상받고 있으므로 산업재해율에서 빠진다.
택시나 버스 같은 운수업도 마찬가지다. 운행 중 운전자가 사고를 당하면 산재보험이 아닌 공제조합의 부조를 이용하기 때문에 통계에 포함되지 않는다.
우려스러운 것은 산재를 은폐할수록 산업재해율이 낮아진다는 점이다. 김 국장은 “사업장에서 산재가 발생해도 공식적으로 산재처리를 하지 않고 숨기면 재해율에 반영되지 않는다”며 “결국 정부가 아무도 믿지 않는 오류투성이 통계를 발표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실제 산업재해율은 얼마나 될까. 산업재해 발생현황에 대한 연구나 조사는 매우 빈약하다. 금속노조는 지난해 산재와 공상 등 재해발생자료가 수집 가능한 79개 지회 4만4천132명의 조합원을 대상으로 산재발생률 파악을 시도했다.
그 결과 금속노조 조합원의 재해율은 6.32%로 노동부가 발표한 제조업 평균 재해율 1.18%(2006년)보다 4배가량 높게 나왔다. 금속노조 조사에서 눈에 띄는 것은 산재환자보다 공상환자가 두 배나 많았다는 점이다. 공식 산업재해율이 낮아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연세대의대 예방의학교실 원종욱 교수팀의 연구결과도 금속노조와 비슷하다. 원 교수팀이 경인지역 한 특수건강진단기관에서 99~2001년 건강검진을 받은 노동자 6만1천999명을 대상으로 건강보험에 청구된 업무상질병 가운데 산재보험에 보고되지 않은 규모를 추정한 결과 산업재해율이 공식 통계치보다 2~3배가량 높게 나왔다.
정부도 산재통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고 있다. 노동부는 2005년 2월 산재통계개선위원회를 구성, 같은해 10월 표본조사를 통한 산재발생 규모 파악을 뼈대로 하는 ‘산재통계 제도개선 추진계획’을 수립했다. 2년 간 시험 표본조사를 실시한 노동부는 지난해 10월 산업재해통계를 사업장표본조사 방식으로 전환해 오는 2012년부터 적용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