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피로 시달리는 현대차 판매·연구직 노동자

매일노동뉴스 김미영 기자

현대자동차 판매직 노동자 4명 중 1명은 중증도 이상의 우울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연구직 노동자는 사회심리적 스트레스 조사에서 2.63%만 건강한 상태고, 67.11%가 잠재적 스트레스군, 30.39%는 고위험 스트레스군으로 조사됐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소장 김은아)가 9일 발표한 ‘현대자동차 판매·남양연구소 직무스트레스 실태조사’ 에 따르면 지난해 10월17일부터 11월12일까지 판매직 1천568명, 남양연구소 2천746명을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그동안 현대자동차 생산직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직무스트레스조사나 건강영향평가는 비교적 활발하게 진행됐지만, 판매·연구직에 대한 조사는 매우 드문 편이다. 연구소는 “98년 구조조정 이후 크게 높아진 노동강도가 노동자의 신체·정신적 건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실천적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연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오로지 ‘실적’, 4명 중 1명 심각한 우울증=조사대상 판매직 노동자들의 평균 연령은 39.3세. 평균 3.2명의 가족을 부양하고 월평균 340만원을 생활비로 지출했다. 2006년 기준 급여총액은 평균 4천960만원이지만 최저 1천500만원에서 최고 9천936만원까지 편차가 컸다. 기본급의 비중이 낮고 판매수당이 높은 영업직의 임금구조 때문이다.
판매직 노동자 10명 중 6명은 현재 수입으로 생활하기 힘들다고 답했는데, 달력부터 내비게이션까지 고객관리용으로 지출하는 비용을 개인이 부담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응답자들의 1일 노동시간은 평균 8.7시간, 주 평균 43.8시간으로 조사됐다. 출근하지 않는 날에는 주로 스포츠·레저생활(40.7%)을 하거나 TV시청(39.8%), 수면(20.9%)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복수응답)
노동강도에 대한 의견을 물어본 결과 53.5%가 강하다고 했고, 육체적이거나 정신적으로 지치는 경우가 자주 있다는 응답이 각각 44.1%, 79%에 달했다. 노동강도 강화의 원인으로는 △대리점과의 경쟁 △기본급으로 생활하기 어려운 임금체계 △지점 통폐합 및 광역딜러화 추진 등을 꼽았다. 최근 몇 년 간 노동조건의 변화로는 고객만족·친절운동 등 현장관리와 통제가 강화됐다(53%)는 응답이 가장 많았으며, 10명 중 4명은 업무가 늘었다고 답했다. 실제로 판매직 노동자들은 차를 파는 것뿐만 아니라 현대카드를 모집하고, 중고차를 글로비스로 넘기도록 권유하는 등의 업무까지 하고 있었다.
연구소는 노동강도 강화로 판매직 노동자의 56.5%가 만성피로를 호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27.4%는 중증도 이상의 우울상태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로와 스트레스는 신체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데 현대차 판매직 노동자들은 우리나라 국민평균에 비해 만성질환 유병률(평생·의사진단)에서 간암이 3배, 고지혈증과 위십이지장궤양이 각각 2배 이상 높았다. 치질·알레르기성 비염·축농증 유병률도 높았다.

◇30세 연구직이 40세 생산직보다 건강 나빠=남양연구소 연구직 노동자들도 건강상태가 좋지 않았다. 남양연구소에는 연구업무 직종과 생산업무 직종 노동자들이 팀을 이뤄 일하고 있는데 연구직의 평균연령은 30세, 생산직은 40.7세다. 연구직이 10년 젊지만 건강지표는 더 나빴다. 연구직의 60.24%가 고도의 피로도를 느끼고 있었고(생산직 42.34%) 사회심리적 스트레스 고위험군도 30.39%(생산직 28.92%)에 달했다.
공유정옥 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산업의학의)는 “2002년 남양·울산·기아소하리 연구소가 하나로 통합된 이후 신차 개발기간이 3년에서 2년으로 대폭 단축돼 다품종화되면서 연구직의 노동강도와 직무스트레스가 대단히 높아졌다”며 “건강하게 일하기 위해서는 현재보다 평균 31.5%의 업무량을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