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당한 것도 억울한데…”
‘불안정노동과 빈곤에 저항하는 공동행동 인권선언주간’ 일정 마쳐

최하은(참세상뉴스)

지난 3일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시작되었던 ‘불안정노동과 빈곤에 저항하는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 인권선언주간이 5일 마무리되었다. 당초 3,4,5일 3일 동안 진행될 일정이었던 선언주간은 3일 선포식 이후 5일 집중 진정으로 이루어졌다. 이 기간동안 총 260여명의 불안정노동자들과 빈민들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집단진정서를 제출했다.

참가자들은 오늘(5일) ▲이주노동자 강제단속 및 연행의 인권침해 ▲외국인보호소 내 인권침해 ▲사업장 이동 금지, 1년 단위 재계약을 규정하고 있는 이주노동자 고용허가제의 인권침해 ▲산업연수제의 인권침해 ▲강제요양종결과 산재 불승인의 노동자 건강권과 생존권 침해 ▲평균임금의 30%인 최저임금의 생존권 침해 ▲동일노동 에 대한 차별적 임금의 인권침해 ▲중간착취와 간접고용을 합법화한 파견법의 인권침해 ▲특수고용자에 대한 노동자성 부정의 인권침해에 대한 국가인권위의 시정권고를 촉구했다.

3일간의 선언운동을 진행하며 공동행동 선언단이 애초에 목표로 삼았던 것은 최대한 많은 사람과 선언운동을 진행하는 부분이었다. 그러나 실무 준비기간도 짧았고 홍보도 다소 미흡했던 까닭에 당초 애상보다 적은 인원이 선언운동에 동참했다. 이에 대해 이종훈(공동행동 선언단 팀장)씨는 “진정 며칠 전에 소식을 접한 비정규직 노동자에게서 연락이 오기도 해서 안타까웠다”고 말하고 “그러나 이런 시도들을 통해 현재 일단의 비정규직 노조에서 집단진정을 시도하는 움직임도 시작되었다”며 선언운동의 성과를 밝혔다. 이씨는 “내부 평가를 통해 2차 집단진정을 시도할 것인지 의논할 생각”이라고 이후 계획을 전했다.

또한 공동행동에서는 각 부분 진정자들의 주체화에 대해 주되게 고려할 것을 밝힌바 있다. 공동행동 선언단은 진정인 모집 당시부터 진정서 작성에 함께 한 인권단체를 통해 직접 진정인을 조직하고 상담과 교육을 통해 불안정노동자와 빈곤자의 ‘기본권’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데 주력해왔다. 그러나 막상 공동행동이 시작되자 일정에 쫓겨 설명의 과정이 많이 생략되기도 한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이씨는 이에 대해 “7월초 에 진정인 총회를 통해 인권선언과 인권보고서를 작성하고 활동 총화와 평가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하며 “그 과정에서 다시 한번 공동행동의 주취지인 ‘기본소득 보장과 안정적 일자리”의 요구의 권리에 대한 공유를 이루어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인권선언주간 마지막 날 대표 진정에는 산재노동자 박영일씨와 시설관리 노동자 박현길씨가 진정자로 나섰다. 또한 고려대 불철주야(불안정노동철폐를 주도할거야) 회원 박장준씨가 학내에서 ‘최저임금실질화’를 위한 집단 진정서 110여명분을 작성해 참석하여 눈길을 끌었다. 진정서 제출 후 집단 1인 시위가 진행되는 동안 이들과 짧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산재노동자 박영일씨
98년 2월 방위산업체에 밀링공(쇠깎는 공정)으로 취업했다. 그해 3월 회사측에서 일방적으로 프레스반으로 공정을 변경했다. 생전 처음 만져보는 프레스 기계를 맡기며 “조심하라”는 말 외에 어떤 안전교육도 받지 못했고 한달 뒤 산재를 당해 왼쪽 손가락 네 마디가 단절되었다.

“특례병이었고 산재노협에서 처음부터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산재인정 자체는 어렵지 않았지만, 당시 방산 일당 1만 6000여원의 월급에 70%를 휴업급여로 받았기 때문에 30만원 조금 넘는 액수가 전부였다. 산재당한 것도 억울한데 임금의 70%를 급여로 지급한다는 것이 말이되는가?

그러나 실제 대부분의 산재노동자들은 산재를 당해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몰라 공상으로 처리되는 경우가 많다. 일례로 건설일용직 노동자들의 경우 공사대금 200만원이상, 100평 이상 면적의 사업장에만 산재적용이 되는 기준 때문에 산재혜택을 못받은 분들도 많다. 그뿐인가, 치료를 더 요한다는 주치의의 소견이 있어도 근로복지공단측은 자문의의 소견이라는 핑계로 강제요양중단 결정을 남발하고 있다.

이러한 공단의 산재불인정과 강제요양중단은 산재노동자들의 삶을 더욱 나락으로 내몰고 심지어 가정 파탄에 이르게 까지 하는 심각한 생존권 침해이기 때문에 진정에 나섰다.

시설관리노동자 박현길씨
시설관리공단에서 간접고용 형태로 7년차 일하고 있다.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정규직과 달리 1년에 한번씩 계약 갱신을 하기 때문에 고용이 불안정하다. 동일한 현장에서 정규직 노동자들과 똑같은 업무를 수행하지만 임금수준은 정규직의 60%정도이다. 그러나 실제 대부분의 비정규직의 임금이 정규직 대비 50% 안팍인 것으로 알고 있다. 임금 뿐만이 아니다. 복지부분에서는 전혀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시설관리노동자들의 경우 노조가 결성되어 있기 때문에 임금협상을 통해 다소간의 임금 인상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노조 결성 이전에는 임금이 계속 동결 상태였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경우 노조가 없는 곳도 많고 그런 현장의 노동자들은 아무리 오래 근속을 해도 임금이 인상되거나 처우가 개선될 수가 없다. 애초에 회사의 임의적 기준으로 동일노동에 대해 차별적 임금과 처우를 구분하는 것은 너무나 부당한 침해라고 보기 때문에 진정에 나섰다.

고려대 불철주야 회원 박장준씨
인권운동 사랑방을 통해 공동행동 집단진정에 대한 소식을 접하고 ‘최저임금실질화’를 위한 진정서 서명을 학내에서 받아왔다. 미화원분들 110여분이 진정서에 서명하셨다.

선언행사 자리에 함께 한 인원이 생각보다 적지만, 참석 인원이나 진정서 제출 인원의 수가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자신의 권리에 대해 목소리조차 낼 수 없었던 분들이 이렇게 ‘권리’로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려 시도하는 과정 자체가 더 중요하고 소중한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불철주야는 그간 학내 비정규직 노동자 분들과 꾸준히 연대를 모색해 왔고, 이번 공동행동 인권선언 참가가 연대를 돈독히 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후에도 이 경험을 안고 학내에서 더욱 실천적인 연대를 모색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