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혈증 은행노동자, 업무 중 심근경색 ‘산재’
서울고법, “업무량 변동 없지만 승진스트레스 컸다”
매일노동뉴스 김미영 기자
평소 고지혈증을 앓던 노동자가 업무량의 변동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심근경색으로 쓰러졌다. 법원은 새 업무에 대한 부담과 승진스트레스가 컸다는 사실을 인정, 업무상재해라는 판결을 내렸다. 뇌심혈관계질환에 대한 기존 판례가 급격한 업무량의 변화와 갑작스런 작업환경의 변화가 수반될 때에 한정됐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다소 이례적인 판결이다.
서울고등법원(행정3부 재판장 유승정 부장판사)은 7일 은행에 근무하는 김아무개(37)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불승인처분 취소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1심을 뒤집고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김씨가 고지혈증이라는 질병을 가지고 있었으나, 업무에 익숙해지기까지 통상 8개월 이상 걸리는 복잡한 외환업무를 처음 맡게 됐다“며 ”홀로 업무를 익히면서 처리한 데다 동료의 절반 이상이 이미 승진을 한 상태에서 승진심사를 앞두고 탈락에 대한 불안감이 상당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사고 당일에도 김씨가 당직자로 제일 먼저 출근해 업무준비를 하다가 사무실에서 쓰러진 점 등을 종합해보면 승진탈락 등에 대한 불안감으로 스트레스를 받아오던 중 당직근무와 추워진 날씨가 겹쳐 고지혈증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악화돼 급성심근경색증을 유발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2005년 8월 새로운 지점에 발령돼 근무하던 중 2005년 12월 아침 추운날씨에 업무준비를 하다 갑자기 쓰러져 공단에 요양승인신청을 했으나 거부당하자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