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라서, 비정규직이라서…
“비정규직법으로 유통서비스업 고용차별 고착화”
국가인권위 유통업 여성비정규직 토론회
매일노동뉴스 김미영 기자
제조업에 비해 서비스산업은 가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내총생산(GDP)에서 서비스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90년 48.2%에서 2002년 55.5%로 10여년 동안 7.3% 증가했다. 고용비중 역시 같은 기간 46.7%에서 63.3%로, 약 16.6% 증가했다. 그러나 노동시장은 거꾸로 가고 있다. 유통서비스 노동자의 고용은 점점 불안해지고 임금은 낮아지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15일 유통업 여성비정규직 차별 및 노동권침해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정책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원은 “통계청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서비스산업 노동자들의 임금상승률은 제조업에 비해 2배가량 낮다”며 “제조업의 경우 2005년 168만원에서 2007년 190만원으로 22만원 증가한 반면 서비스산업은 같은 기간 158만원에서 171만원으로 13만원 정도밖에 오르지 않았다”고 밝혔다.
특히 여성 비정규직의 25.8%(15만4000명)는 법정 최저임금인 시간당 3천480원이 되지 않는 고용 상태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제조업 노동자 10명 중 8명은 사회보험에 가입돼 있지만 서비스산업은 10명 중 6명에 그쳤으며, 서비스산업 노동자들의 고용보험 가입률은 절반(49.5%)에 불과했다.
김 연구원은 “최근 2년 동안 유통서비스산업의 전반적인 노동조건은 개선되지 않았다”며 “개인서비스나 유통서비스부문 노동조건은 상대적으로 너무나 열악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서비스산업의 전체 비정규직 비율(57.6%)과 유통서비스산업의 비정규직 비율(56.9%)은 비슷하지만 유통서비스부문 내에서도 소매업의 비정규직 비율은 80.8%로 매우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유통서비스부문의 노동자 평균 근속기간(2년)은 서비스산업 전체 평균(4.6년)의 절반에 불과하며 평균임금(161만원)도 서비스산업 노동자들의 전체 평균 임금(171만원)보다 10만원가량 낮다.
비정규직법 이후 여성비정규직 저임금 구조 고착
이같은 이유는 여성비정규직의 저임금구조 때문이다. 소매업 노동자 110만명 가운데 여성 비정규직은 60만명으로 절반이 넘는다. 소매업 여성 비정규직 임금은 93만원으로 남성 비정규직 임금(216만원)의 48.3%에 그친다.
김종진 연구원이 현대백화점·이랜드 홈에버·피자헛 등 22개 유통업체 여성노동자를 설문조사해 1천434개 사례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서비스산업에서 남녀 간 직무 칸막이는 매우 견고한 편이며 여성이 위주로 고용된 직무에서 비정규직 활용이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태별로는 할인점에서 비정규직법 시행 이후 외주화와 간접고용화가 상당히 진행되고 있으며, 대체로 유통업 업태 전반에 걸쳐 정규직과 동일한 업무를 담당하는 비정규직이 상당수 같은 매장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여성비정규직들은 5명 중 1명은 ‘재계약을 위해 성희롱을 참는다’고 답했고, 할인점 여성 비정규직은 39%가 일을 계속하려고 성희롱을 참는 것으로 조사됐다. 성과 고용형태별 건강불평등 수준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우선 여성 노동자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가리지 않고 남성보다 건강수준이 나빴는데 간장질환을 제외한 거의 모든 질병을 여성이 더 많이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부인과 질환·위장질환·요통 및 디스크질환·근육질환·비뇨기질환·호흡기계통질환·무릎 및 관절질환·정신 스트레스 질환 등의 여성 발병률은 50%를 넘었다. 김 연구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성노동자보다 산재처리 비율이 10% 이상 낮았으며, 대부분 참고 견디고 있어 질병상태가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유통업의 여성 비정규 노동자는 비정규직이기 이전에 여성노동자로서 다양한 고용상의 차별에 노출돼 있다”며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라 간접차별 실태에 대한 명확한 판정과 시정요구가 선결돼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