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에게 산재보험은 ‘그림의 떡’
용역파견직 5명 중 2명 “해고 두려워 산재처리 못해”
매일노동뉴스 김미영 기자
“회사에서 인원을 정리할 때 산재보험을 적용받은 사람부터 자른다고 합니다. 우리 같은 비정규직들은 산재로 처리하고 싶어도 병원비는 각자 부담해요. 나중에 혹시 잘릴지 모르잖아요.”(ㅇ학교 급식담당 비정규직)
“일하다 손가락이 골절돼 유급병가를 쓰려고 했는데 학교 행정실에서 대체인력비가 20만원밖에 없다고 눈치를 주더라고요. 일손이 워낙 부족하니까 동료들한테도 미안하고…. 산재처리하면 돈 받으면서 쉴 수 있는데 어쩔 수 없이 일하면서 제가 병원비 다 내고 치료했죠.”(ㅇ학교 실험보조 비정규직)
‘산재보험이 적용되지만 무용지물인’ 현실은 비단 학교 비정규 노동자만의 문제는 아니다. 21일 노동부의 연구용역 의뢰로 한국노총 산업환경연구소가 실시한 ‘산재취약계층의 노동자보호를 위한 산재보험 개선방안 연구’에 따르면 임시계약직의 28.3%, 파트타임직의 67.9%, 용역파견직의 40%가 산재문제로 해고될까 두려워 산재보험으로 처리하지 못하고 있었다. 반면 정규직은 16.5%만이 해고가 두려워 산재보험 처리를 못했다고 답했다.
연구소는 한국노총 소속 사업장 노동자 74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정규직 316명, 임시계약직 199명, 파트타임직 30명, 파견용역직 192명이 조사대상에 포함됐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업무와 관련해 부상을 당하거나 질병이 발생한 경우 산재보험에 의해 치료와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가를 조사했을 때, 파트타임직(50%)을 제외하면 평균 91%가 알고 있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가장 최근에 발생한 부상이나 질병의 치료방법을 물었을 때 공상과 산재보험을 통해 처리했다는 응답의 경우 정규직은 65.1%였으나 임시계약직은 30.5%, 용역파견직은 33.4%에 그쳤다.
특히 비정규 노동자들은 산재발생 이후에도 고용불안 때문에 충분한 치료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재발생 이후 치료를 중단하고 업무에 복귀한 적이 있는지를 조사한 결과 정규직은 35%, 용역파견직과 임시계약직은 2명 중 1명이 ‘그렇다’고 응답했다.
조기 복귀한 이유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달랐다.
정규직은 25.9%가 경제적인 이유를 꼽았지만, 임시계약직(41.2%)과 용역파견직(54.5%)은 ‘고용불안’이 1순위였다. 연구소는 “이번 조사에서 비정규직이 산재보험의 사가지대에 놓여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산재보험 적용대상이라 하더라도 고용불안 등의 이유로 현실에서는 사실상 배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특히 “산재신청에 따른 산재보험료 구상과 정부의 제재조치 등으로 파견·용역·사내하청의 경우 은폐가 심각했다”며 “간접고용 노동자의 산재보험 적용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대책과 원청의 책임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비정규 노동자의 산재처리를 전담하는 원스톱 서비스 제도를 확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