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명 서
정부는 노동자의 건강권 확보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라!!!
– 산업보건전문가의 반성과 각성을 촉구 한다 –
우리는 이번 이주 노동자의 노말헥산으로 인한 집단 유기용제 직업병 발생에 대하여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는 역할을 수행하여야 할 산업보건전문가로서 충격과 함께 부끄러움을 금할 길이 없다.
그동안 수 많은 이주 노동자들이 작업환경이 열악한 상황에서 장시간 노동하고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었다. 그러나 정부와 산업보건전문가들은 이들의 어려운 상황에 대하여 그다지 귀를 기울이지 않은 것이 사실이며 따라서 이번 사태는 이미 예고된 것이다 다름없다.
한국산업안전공단에서 2003년 동안 고려대와 공동으로 수행한 “외국인 근로자 안전보건 실태조사 연구”에 따르면 일반 및 특수건강진단을 실시한 사업장은 전체의 27%에 불과했고 84.4%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대해 모른다고 응답했다. 또한, 조사대상 사업장에서 정기안전보건교육을 실시하지 않은 사업장은 42.6%에 달했으며, 44.9%가 물질안전보건자료를 비치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만약 이와 같은 결과를 바탕으로 좀더 일찍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했더라면 이번과 같은 최악의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주 노동자의 건강보호 및 산업보건 의무를 방치한 사업주를 강력히 처벌해야 함은 물론 지도・감독을 철저히 하지 못한 노동부에게 책임을 물어야할 것이다. 또한 이들을 직업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작업환경개선과 특수건강진단업무를 소홀히 한 산업보건전문가들도 깊이 반성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노동계에서는 형식적으로 수행하는 작업환경측정 및 특수건강진단기관에 대하여 불신하였다. 일부 언론보도의 제목에서도 “엉터리 작업환경측정이 산업재해 불러” 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노동자의 직업병 예방을 위한 작업환경측정과 특수건강진단이 오히려 노동자의 직업병을 은폐하는 수단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일부 사업장에서는 작업환경측정치가 기준치를 넘지 않도록 측정기관에 압력을 행사하고 허용기준 미만으로 측정결과를 내도록 요구하는가하면 위험물질 작업장에 대해 측정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사례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더구나 작업환경측정기관의 난립으로 인한 가격인하 경쟁으로 부실 작업환경측정을 초래하고 있다.
이번에 발생한 D사업장에서도 노말헥산을 사용하여 세척작업을 하는 이주 노동자들에 대해 특수건강검진도 실시하지 않았다고 한다.
물론 대부분의 산업보건전문가들은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는 일에 사명감을 갖고 묵묵히 자신의 일을 수행하고 있다. 그동안 작업환경측정 및 특수건강진단의 부실에 대하여 많은 산업보건전문가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냈었지만 이들 부실기관에 대하여 제제를 가하거나 스스로 정화하려는 노력은 매우 미비하였다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 산업보건전문가는 뼈를 깎는 반성과 함께 새로 거듭나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한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사업주의 부당한 압력에 굴복해서는 안된다.
그러기 위해선 몇 가지 제도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우선 현행 작업환경측정 및 특수건강진단제도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파악하고 개선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산업보건사업은 사회공익을 위한 일이다. 단순히 시장경제의 원리에 맡긴다면 이는 사회공익을 포기하는 것이다 다름없다.
그런데도 노동부는 작업환경측정 및 특수건강진단업무에 시장 경제의 원리를 도입하겠다고 한다. 시장 경제의 원리를 도입 했을 때 양질의 산업보건서비스가 노동자에게 제공될 수 있겠나?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는 일이 어떤 것인지 진지한 고민을 촉구한다.
산업보건전문가들 또한 전문가로서 제 역할을 수행하고 향후 부실 작업환경측정 및 특수건강검진기관이 발생할 시에는 강력히 자체적으로 정화하는 노력을 하여야 할 것이다.
전국산업보건분석협의회는 다시 한번 이번 집단 유기용제 직업병으로 고통 중에 있는 이주 노동자분들께 산업보건전문가로서 머리 숙여 사죄하며 앞으로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수호하는 업무에 더욱더 노력할 것을 약속한다.
2004년 1월 18일
전 국 산 업 보 건 분 석 협 의 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