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여성노동자의 외모와 노동능력손실률의 관계는?
재판부, “공무원은 외모 영향 받지 않아”…노동능력상실률 40%만 인정

매일노동뉴스 김미영 기자 08-04-22

업무상재해로 손실된 여성노동자의 노동능력에 대한 법원의 이례적인 판결이 나왔다.

21일 서울중앙지법 민사15부(재판장 김용빈 부장판사)는 업무 중 얼굴에 화상을 입은 미혼 여성공무원 배아무개(27)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공무원인 점을 미뤄봤을 때 직업이 외모에 크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노동능력상실률의 40%만 인정했다. 재판부는 국가가 배씨에게 1억2천여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배씨는 지난 2005년부터 기상대에서 약 35킬로미터 고도의 기온. 습도. 기압을 측정하는 고층기상관측을 담당했다. 배씨는 동료직원이 기구에 수소가스를 주입하는 과정을 지켜보다 잠시 이동한 사이 누출된 수소가스가 폭발해 심부 2도 화염화상을 입고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배씨가 사고 당시 27세의 미혼여성이었던 점을 보면 치료 후에도 남게 되는 장해로 인해 전직을 하거나 사회생활을 하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면서도 “배씨가 공무원인 점을 미뤄봤을 때 직업이 외모에 크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국가배상법 시행령에서 최대로 인정하는 노동능력상실률은 60%이지만 배씨의 경우는 40%만 인정된다”며 “불법행위로 인한 후유장해로 말미암아 외모에 추상이 생긴 경우 추상의 부위 및 정도나 피해자의 성별과 나이 등과 관련해 그 추상이 장래에 취직. 직종선택. 승진 등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고려해 노동능력상실률을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그러나 “배씨가 공무원이기 때문에 장해로 인해 정년. 보수. 승진 등이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보장되고 전직의 가능성도 낮아 수익상실이 전혀 없다는 국가의 주장은 이유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같은 법원 민사합의17부(재판장 김영혜 부장판사)는 지난 15일 화보촬영 도중 사망한 패션모델 ㄱ씨의 부모가 소속사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여성패션모델 직종의 직업수명은 35세”라고 판결했다. ㄱ씨는 2004년 인천 강화군 한 선착장에서 화보촬영을 하던 중 미끄러져 뒤로 넘어지면서 수심 8~10미터의 바다에 빠져 숨졌다. ㄱ씨의 부모는 “딸이 살아 있었다면 60세까지 모델활동을 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1억8000만원의 손해배상을 하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모델의 가동연한은 60세까지라는 주장은 이유가 없다”며 “한국모델협회에 등록된 여성 모델의 연령별 분포에 비춰 보면 ㄱ씨가 종사하고 있는 패션모델 직종의 가동연한은 만 35세가 될 때 까지로 봐야 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어 “소속사는 ㄱ씨의 부모에게 1억600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