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노동자들의 생활 변화
이주노동자 40% ‘산재 인생’
경남 외국인상담소 실태조사
절반이 생활비 30만원 ‘최저보다 바닥’
평균 11시간 중노동 `여전히 고단한 삶’
경남 창원시 한 병원에 입원 중인 왕차오(28)는 왼쪽 손을 가누지 못한다. 지난 1월 톱밥 생산공장에서 일하다 왼팔과 가슴 부위까지 나무 파쇄기에 빨려들었다. 갈비뼈가 4개 부러지고 신경이 크게 손상됐지만, 업체 쪽은 입원 이틀 만에 “괜찮으니 통원치료를 하라”고 권했다. 겁이 난 왕차오가 외국인노동자 상담소에 도움을 요청한 뒤에야 산재처리가 됐다. 하지만 월급의 70%를 주는 휴업급여 처리는 여전히 미뤄지고 있다. 왕차오는 “이제 통장에 1만7천원밖에 남아 있지 않다. 제대로 치료도 못받고 쫓겨날까봐 무섭다”고 말했다.
한국의 이주노동자들은 하루 평균 11.4시간 일하고 월 126여만원의 임금을 받아 88만원 가량을 자국으로 송금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남 외국인노동자 상담소가 창립 10주년을 맞아 7일 발표한 ‘이주노동자 노동 실태의 현황’ 자료를 보면, 여전히 ‘더럽고, 어렵고, 힘든’ 일에 시달리는 이주노동자들의 현주소가 잘 드러난다.
상담소가 이주노동자 200여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한달 평균 생활비가 ‘30만원을 밑돈다’는 응답이 전체의 49.5%에 이르렀다. 지난 2005년 57%에 견주면 약간 줄었지만, 여전히 절반 가량의 이주노동자가 1인 가구 최저생계비(43만5921원)에 미치지 못하는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월평균 임금은 2005년 117만원에서 2007년 128만원으로 2년새 9%남짓 올랐다. 그러나 같은 기간 최저임금 기준이 시간당 3100원에서 3700원으로 19% 오른 것을 감안하면 이주노동자의 평균 임금증가율은 그 절반에도 못미친 셈이다. 하루 평균 근로시간은 2005년 11.1시간에서 2007년 11.4시간으로 약간 더 늘었고, 산업재해 경험자는 40%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임금 불만은 23.1%에서 50.3%로, 작업량 불만은 18.9%에서 40.1%로 크게 높아졌다. 외출 빈도와 노동시간에 대한 불만도 2~3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남 외국인근로자 상담소의 이철승 소장은 “2003년 산업연수생의 폐해를 막고자 고용허가제를 도입하고 인권실태에 대한 논의가 계속됐지만, 여전히 이들의 삶은 고단하다”며 “노동 조건 역시 이제 겨우 노예 단계를 벗어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여권 회수나 인격 모독 등 기본적인 인권 침해는 조금씩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 업체가 여권(외국인등록증)을 회수하는 비율은 2005년 47.9%(16.4%)에서 2007년에는 27.1%(6.8%)로 크게 줄었다. 또 고충처리, 의료혜택, 인격적 대우 등의 불만족도(복수응답)도 3년 전에 견줘 모두 낮아졌다. 이 상담소 김광호 팀장은 “이주노동자의 권리 문제가 공론화되면서 폭행, 임금체불 등 기본적인 권리 부분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