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6.15공동선언이 있고부터 8.15가 되면 설, 추석에 보태 ‘범민족대회’라는 또 하나의 거대한 민족(?) 대이동을 봅니다. 혹자는 이러한 현상을 6.25동란 이후 지속돼온 남/북간 대결과 적대의 관계가 공존과 상생의 방향으로 질적 전환을 꾀하기 시작했다고 해석하기도 하고, 이는 분단구조 극복을 위한 남북 민중들의 끈질긴 투쟁의 결과라고 단정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조금만 더 객관적으로 보면 현실이 그렇게 낙관적이지만 않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북핵문제 협상을 위한 6자회담이 난항을 거듭하는 것이 그러하고, 이를 빌미로 진행되는 일본 정부의 유사입법, 자위대법 개정 등이 또한 그러합니다. 나아가 미국 정부의 동북아 군사전략 역시 우려할 만합니다. 결국 남/북 간, 제국주의 간 대립구도를 원점에서 다시 볼 수밖에 없습니다. 속칭 대처리즘으로 표현되는 세계시장주의 기도는 소비에트의 몰락과 동구 사회주의권 해체에 힘입어 새로운 자유무역주의 즉, 신자유주의를 기치로 자본에 의한 국가 간 무한경쟁과 약육강식의 이윤수탈을 일반적인 생존방식으로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이참에 미/영/일 등의 제국주의 국가들은 시장 독점에 걸림돌이 되는 국가체제는 무력으로라도 굴복시키며 자국의 시장패권을 관철하려 합니다. 이들은 최근 이라크를 최전선으로 하는 중동 걸프지역 뿐만 아니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접경지역과 한반도를 중심으로 하는 동북아시아에 이르기까지 자국 자본가들의 이윤추구를 위해 군사적 긴장을 적절히 기획하고 있는 것입니다. 한반도의 긴장 고조와 완화는 전적으로 이들의 패권전략에 좌지우지 되고 있 는 형편입니다.
전쟁은 생산과 노동의 성격을 바꿔 놓습니다. 먹고-먹이고, 입고-입히는 노동이 아니라 죽이고-빼앗기 위한 살육과 착취의 노동으로 바꿔 놓습니다. 따라서 반전 운동은 막연하고 관념적인 평화운동이 아니라 노동대중의 절박한 생존 운동이며 반자본주의 운동 일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반전운동은 몰 계급적 반미 민족대단결운동이 아니라 생산대중의 계급해체, 인간해방운동이며 세계노동대중들의 반자본주의 국제연대 투쟁의 핵심과제임을 명확히 할 때 올바른 방향을 향해 갈 것입니다.
87년 노동자 대투쟁과 함께 피땀으로 전취하기 시작한 노동대중의 투쟁의 성과들을 남김없이 내주고 있습니다. 거리에는 실직자와 노숙자가 나날이 늘어나고 구조조정에 내몰린 해고자들은 장기간 복직투쟁에 지쳐 이제 시간제 아르바이트 자리라도 기웃 거려야 입에 풀칠이나마 가능한 형편이 돼가고 있습니다. 비정규직이 일반적인 노동형태로 변한 건 오래전의 일입니다. 생산현장은 희망이 없는데 조합은 관료주의와 대리주의가 뒤엉켜 조합원들의 해고를 합의하며 무쟁의를 선언하는 정치주의 집행 관료들이 늘어 갑니다. 이른바 사회적 교섭 운운하며 노/사 직 교섭을 내동이 치고 뜬금없는 민주시민의 책임을 논합니다.
이게 올바른 답이 아니라면 이대로 주저 않을 수만은 없는 노릇입니다. 이것이 서울로, 서울로를 외치며 민족 대이동을 촉구하는 범민족 대회를 마다하고 우리가 울산에서 노동대중의 반전대회를 치루고자 하는 이유입니다. 함께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