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하이텍노동자의 산재승인을 촉구하는 평화적 합법집회를 경찰특공대까지 동원해 살인적으로 폭력진압하는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다. 살인진압이 벌어진 곳은 산재노동자의 치료를 보장해야 할 근로복지공단 앞이었고, 이날 폭력진압의 주범 역시 근로복지공단이어서 그 충격은 더하다. 천만다행으로 죽은 사람은 없었지만, 이날의 만행으로 근로복지공단과 경찰은 ‘산재노동자를 겨냥한 살인미수’라는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되었다.
8월 17일 낮 2시 40분경 산재노동자인 하이텍알씨디코리아지회 여성조합원을 비롯한 200여명의 노동자, 학생들은 결의대회 시작을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합법적으로 신고된, 미처 시작도 못한 결의대회 장소에 사전경고도 없이 전투경찰이 난입해 집회무대를 에워싸며 대회 참가자들을 밀어냈다. 집회도 시작 안했을 뿐더러 사전에 충돌이 일어날 기미가 전혀 없었고, 사전경고조차 없었던 터라 참가자들은 속수무책으로 전경에 밀려났다. 순식간에 대회장소인 근로복지공단 본부 앞은 사람들의 비명으로 아수라장이 되었다. 이 과정에서 2명이 크게 다쳐 병원에 후송되고 수 십 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놀라고 신변에 위협을 느낀 하이텍알씨디코리아지회 김혜진 지회장, 금속노조 윤종선 산안부장, 산업재해노동자협의회 김재천회장,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이훈구 소장 등 4명이 높이 5미터의 집회무대 위로 쫓겨 올라갔다. 경찰은 올라가는 사람들의 발목을 잡으려는 위험천만한 행동을 하는가 하면, 불안정한 무대를 흔드는 등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는 짓을 저질렀다. 결국 20여명의 경찰특공대까지 투입해 철탑위의 사람들을 연행해가는 과정은 사람이 죽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불안정한 무대 위에서 벌어진 경찰특공대의 폭력연행에서 발한번 잘못 디디면 사람이 떨어지거나 무대가 무너져 내려 대형사고까지 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폭력연행으로 끌려 내려온 4명은 이미 탈진상태였고, 하이텍 김혜진 지회장은 연행과정에서 실신할 정도로 무자비한 폭력이 벌어졌다. 참가자들은 ‘산재환자다, 여성이다’를 호소했지만, 경찰은 ‘환자인거 안다, 여성인거 안다’고 답하며 그대로 영등포경찰서로 연행해가는 뻔뻔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경찰은 연행자의 부상정도를 확인하러 간 의사의 경찰서 출입마저 막으며 진료마저 거부하다 하이텍지회 김혜진 지회장과 금속노조 윤종선 산안부장의 부상이 심각하자 1시간이나 시간을 끌다 그제서야 여의도성모병원으로 후송하는 비인간적인 작태를 보여줬다.
경찰의 무자비한 과잉대응과 함께 이날의 살인진압의 근본적인 책임은 근로복지공단에 있다. 폭력침탈때문에 높이 5미터의 무대 위로 쫓겨 올라간 사람들이 죽든 말든 상관하지 않겠으니 산재승인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을 쓸어버리겠다는 근로복지공단의 치밀한 작전이 없었다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킬 것이 뻔한 살인진압은 있을 수 없다. 하이텍노동자에 대한 산재불승인 결정이 부당함을 알고, 재심의 요구를 거부할 수 없음을 깨달은 근로복지공단이 산재승인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을 무력으로 싹쓸이해버리려 한 것이다. 수 십 명이 다치고, 산재환자인 하이텍지회 김혜진 지회장을 폭력연행해 결국 병원으로 후송되도록 만든 살인진압의 주범은 바로 근로복지공단이다. 산재노동자가 죽는 한이 있어도 산재승인하지 않겠다는 근로복지공단의 앞잡이 노릇을 하며 경찰은 ‘노동자 살인진압작전’을 펼친 것이다.
게다가 이날 폭력침탈 당시 근로복지공단 건물 안에서는 산재승인을 요구하는 면담단과 근로복지공단의 면담이 한창이었다. 근로복지공단은 안에서는 면담을 하면서 바깥의 집회는 폭력침탈하는 기만적인 만행을 저지른 것이다. 또한 이날의 상황을 취재하려는 기자들의 출입마저 제지하고, 취재하던 기자들도 쫓아내는 등 충격적인 상황을 숨기기 위한 치밀함마저 보였다. 산재승인을 요구하는 집회는 시작되지도 못했고, 70일째 노숙농성장소의 모든 선전물 역시 하나도 남김없이 철거해버렸다.
근로복지공단과 경찰은 산재노동자의 단식농성마저 폭력으로 가로 막으려 했지만, 우리는 끊임없이 폭력진압을 반복하던 경찰과 맞서 싸우며 17일 ‘하이텍노동자 전원산재승인을 위한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민주노총 서울본부, 금속노조 서울지부 등 노동사회단체 대표와 학생, 그리고 연행된 하이텍지회 김혜진 지회장, 산업재해노동자협의회 김재천 회장,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이훈구 소장을 포함해 15명이 무기한 및 동조단식농성에 돌입한 것이다.
우리는 17일 사태를 근로복지공단의 산재노동자 살인미수행위로 규정한다. 근로복지공단은 부당한 산재불승인 결정을 고집하기 위해서라면 사람이 죽어나가도 상관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분명히 보여줬다. 이날 보여준 근로복지공단의 만행은 산재환자인 하이텍여성노동자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안겨줬다. 또한 이날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참가자는 물론 전국에서 이 소식을 접한 모든 노동자가 근로복지공단의 만행에 크나큰 충격을 받았다.
우리는 정당한 산재승인요구에 살인진압으로 맞서는 근로복지공단의 위협에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근로복지공단의 살인미수행위는 오히려 더 큰 투쟁을 불러일으키는 점화선이 될 것이다. 이제 우리는 하이텍노동자 전원산재승인을 위한 무기한 단식농성은 물론 매일매일 계속되는 투쟁으로 근로복지공단과 그 앞잡이인 폭력경찰을 응징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투쟁으로 하이텍노동자 전원산재승인쟁취, 노동자건강권 쟁취를 해낼 것이다.
우리의 요구
감시와 차별로 인한 하이텍노동자의 정신질환 전원산업재해 인정하라
살인진압 폭력연행 근로복지공단과 경찰은 공식사과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라
무자비한 폭력으로 연행해간 산재노동자를 비롯한 4명을 당장 석방하라
2005. 8. 18.
하이텍알씨디코리아 집단정신질환 해결 공대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