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의 만회』여섯 개의 장과 부록의 특수한 내용들
1장은 1960년대에 다른 나라들에서와 마찬가지로 이탈리아에서도 중심적이었던 케인즈주의적 발전계획의 이론 및 정치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다. 네그리의 공헌은 어떻게 (논문에서 그것의 가장 주요한 이론가인 케인즈를 통해 연구되는) ‘계획자국가’(stato-piano)가 임금변수(wage variable)를 통해 축적과정 내에서 노동계급적대를 인정하고 그것을 발전계획의 중심축으로서 역동적으로 조절하려고 하는지―따라서 노동계급은 계획자국가 내에서 ‘자본주의적 발전의 원동력’이 된다―를 보여준 것이었다. 이런 분석은 1) 기성좌파가 ‘계획’이라는 틀 내부에 놓여져 있으며, 계획적 발전 정책들을 무정부적 자본주의에 대한 하나의 진보적 대안으로 간주하면서 케인주의와 공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2) 계획의 외부에서 계획에 대항하는, 적대의 특정한 지형이자 노동계급 재구성으로서의 임금투쟁이 갖는 핵심적인 정치적 잠재력을 알려준다. 발전의 외부에서 그것에 대항하는 독립적 힘으로서의 계급 자율성이 소득의 임금노동으로부터의 분리라는 형태를 취하는 것으로 보는 이러한 관점은, 이후에 케인즈주의 체제를 세계적 차원에서 위기에 빠뜨리게 될 투쟁들의 충격과 그 성격을 이해하는 열쇠를 제공해 주었다.
2장은 발전과 위기의 자본주의적 순환에 대한 맑스주의적 재해석을 통해 경제적 범주들의 객관성에 대한 이러한 비판을 한층 높은 수준으로 발전시킨다. 가치와 잉여가치는 계급관계이며 따라서 정치적으로 결정된다는 주장 그리고 국가권력과 폭력이 케인즈주의적 체제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요구되는 핵심적 조건이라는 그의 주장은 여기에서 이 체제의 불안정성에 대한 그리고 그것이 위기로 향하는 경향에 대한 강조로 나아간다. 네그리에게 있어서 임금–노동 연계(nexus)에 대한 명령을 재구축하기 위해 위기를 발전의 조건으로 관리하는 ‘위기국가’(crisis-state)는 ‘계획자국가’의 보충적 맞짝(counterpart)이다.
3장은 첫째, 위기의 고유성(originality), 새로운 수준의 적대 그리고 새로운 계급주체를 분석하기 위한 맑스주의적 어휘의 ‘갱신’을 다루고 있다. 맑스는 『요강』에서 적대적 경향이라는 개념을 통해 자본주의의 성숙한 위기―가치형태의 위기, 욕구․임금노동의 폐지․코뮤니즘을 위한 투쟁―를 분석한다. 네그리는 이 논문의 준거틀일 뿐만 아니라 그의 이후 모든 저작들의 기본이 되는 텍스트인 『요강』의 (『자본』의 맑스와는) ‘다른’ 맑스에 주목한다. 둘째, 케인즈주의적 발전을 전제로 하지 않으며 ‘위기국가’(crisis-state)라는 용어에 의해 규정되는 새로운 국가형태를 다루고 있다. 셋째, 새로운 형태의 조직화 가능성에 대해 탐구한다. 네그리는 대중투쟁들로부터 유리된 엘리트주의적인 군사적 전위주의를 주창한 사람들을 반대하면서 봉기와 마찬가지로 조직화도 대중적 투쟁운동으로부터 발생하며 그것에 내재적인 과정으로 정의한다. 마지막으로 그는, 1968년 이후의 ‘운동주의적’(movementist) 이데올로기에 공통적으로 들어 있는 유토피아적인 ‘코뮤니즘의 선형상화’(prefiguration)라는 개인주의적인 형태들과, 근본적으로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으며 현존하는 정치적 매개형식이 노동자주의적 계급관점에서도 여전히 적절한 것일 수 있다고 믿는 ‘구제불능의 낙관주의자들’ 또한 비판한다.
4장에서 네그리는 맑스의 정치경제학 비판의 개요가 담긴 초고(1857~1858)인 『요강』이 현대의 ‘맑스주의의 위기’ 속에서 제기된 많은 문제들에 해답을 주고 있으며, 맑스의 중심적 저작이자 성취의 정점일 뿐만 아니라, 가장 완결적인 저작인 동시에 정치적으로 가장 현대적 의의를 가진 저작으로 분석한다. 『요강』은 『자본론』에 대한 객관주의적이고 논리적․과학적인 독해―네그리는 이것을 “방법의 마법”이라고 부른다―에 의해 가려져 왔지만, 네그리는 『요강』을 『자본론』을 정치적 텍스트로 이해하기 위한 중요한 열쇠로 이해한다. 이 단계에서 네그리는 1970년대 중반에 일어났던, 내핍국가에 맞선 (새로운 계급주체들, 즉 사회적 영역, 자본의 재생산 및 유통영역―즉 직접적인 생산을 넘어서는 영역―에서의 새로운 적대세력을 포함하는) ‘자율’의 대중적 저항운동들, 즉 “사회적 노동자”라는 새로운 주체성으로 초점을 이동한다. 내핍체제 외부에서 그것에 대항하여 계급적 소득과 삶-욕구의 자율성을 위해 싸우는 이 새로운 운동주체들―청년 실업자, 학생, 여성, 소득 삭감에 맞서 투쟁하는 모든 이들,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임시직 노동자들 등등―은 ‘위기국가’에 맞서 적대의 새로운 대중적인 생산적 힘, 즉 직접적으로 코뮤니즘적 대안을 제기하는 힘으로 표현된다.
5장은 1960년대 이래 이루어진 자본주의 위기에 대한 국가 대응의 발전, 특히 1970년대 “위기국가”―위기정치의 관리, 조작, 협박을 통한 명령에 기반하고 있는 국가―의 뚜렷한 부각을 추적한다. 네그리는 위기국가를 알 수 없는 미래까지 영구적으로 지속될 새로운 국가형태, 즉 노동에 대한 새로운 명령형태로 파악한다. 위기국가의 부각과 더불어서 사회주의의 급진 개량주의적 가능성들은 점점 더 비현실적인 것이 된다. 또한 네그리는 오늘날의 정치에 있어서의 ‘신우파’(new Right)에 관해 몇 가지 중요한 언급들을 한다. 신우파는 시장과 교환가치가 “생산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화폐, 에너지, 식량, 군사적 제재 등을 통해 국내적 층위에서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국제적 층위에서 이루어지는 국가의 억압적 중앙집중화를 증대시킨다. 이 강압적인 권력은 임금노동과 비임금노동 가릴 것 없이 모든 형태의 사회적 노동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네그리는 이 새로운 사회적 힘들, 이 새로운 ‘생산력’ 즉, ‘사회적 노동자’는 주변화(marginalisation)와 억압에 의해 제거되기는커녕, 계속해서 자신의 물질적 힘을 행사할 것이며 국가가 대면해야만 하는 하나의 힘으로 남아 있음을 논증한다.
6장은 선진 자본주의에서의 계급적대를 사회 및 사회적 노동 전체의 자본주의적 지배에의 실질적․총체적 포섭에 조응하는 수준에서 재정의하고, ‘노동계급’ 개념을 사회적 재생산 영역 전체의 모순과 적대로까지, 즉 직접적 생산 그 자체 너머까지 확장한다. 네그리는 1960년대 이탈리아 노동자주의의 초기 주창자들로부터 오늘날 계급운동의 재구성에 대한 분석에 제기된 새로운 문제들, 즉 사회적 적대의 현재 수준에서의 ‘노동계급의 재형성’에 이르기까지 계급구성의 분석과 방법을 추적한다.
이외에도 네그리의 투옥과 관련한, 그리고 아우또노미아를 이해함에 있어 극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 (1979년) ‘4월 7일’ 재판과 관련된 몇 개의 보충적인 자료들을 담고 있다. 「혁명을 기억하는가?」는 로마에서 있었던 “4월 7일”의 전시용 재판에서 신문(訊問)을 받았던, 노동자자율운동 출신의 열한 명의 피고인들(이들 중의 몇 사람은 21세기의 세계적 사상형성에서 매우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에 의해 감옥에서 작성된 것이다. 그들은 이탈리아에서의 10년간에 걸친 독립적인 코뮤니즘적 저항투쟁들을 (권력이 무장 테러리스트그룹들과 연결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한) 중앙집중화된 지도부 단독의 음모로 환원하려는 검찰 측의 시도에 맞서면서, 이 글에서 1968년 이후 변화하는 운동의 모습을 재구축해낸다. 「네그리와의 인터뷰」는 1980년 11월에 뜨라니 특별감옥(Trani Special Prison)에서 이루진 것이며, 「뜨라니 감옥의 반란」은 뜨라니 특별감옥에서 일어난 봉기에 대한 보고서로서 네그리를 비롯한 4월 7일 사태의 죄수들이 이 사건들에 연루되어 있었다. 수감 시 보낸 「네그리가 가따리에게 보낸 편지」에는 감옥과 기소에 대한 네그리의 날카로운 분석과 감옥 생활의 어려움이 진솔하게 쓰여져 있다. 그리고 「법정에 선 네그리」는 구체적 혐의들의 제시가 아닌, 일종의 물고기 잡기(fishing operation)식의 검찰의 기괴한 형사절차를 예증하고 있는 귀중한 자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