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다중의 활력과 지성 그리고 희망을 담아내는 [도서출판 갈무리]입니다. 『혁명의 만회』 출간 안내와 관련 정보를 담았습니다. 더 상세한 정보가 필요하시면 02)325-1485로 연락주세요. 감사합니다.

『혁명의 만회』는 맑스의 발본적 충동을 약화시키고 신비화하려고 했던 사람들의 손아귀로부터 ‘혁명적인’ 맑스를 구출해 내려는 네그리의 시도이다. 우리는 이 책이 이러한 간극을 메우고, 오늘날 우리가 직면해 있는 계급상황의 독특성에 대해 맑스주의적․코뮤니즘적 관점에서 새로운 수준의 분석과 논쟁을 자극하기를 바란다.

– 레드 노츠(Red Notes)

우리는 아무것도 발명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단지 맑스를 독해하는 사람들일 뿐이며, 우리 시대의 혁명적인 정치적 선동가들일 뿐입니다.

– 안또니오 네그리

□ 도서명 : 『혁명의 만회』
□ 지은이 : 안또니오 네그리(Antonio Negri)
□ 옮긴이 : 영광
□ 판형 : 변형신국판(145×215) | 쪽수 : 504쪽 | 정가 : 18,500원
□ 발행일 : 2005년 11월 11일 | ISBN : 89-86114-83-6 04300
□ 도서분류 : 아우또노미아 총서 9

『혁명의 만회』의 간략한 소개

★『혁명의 만회』는 안또니오 네그리가 1960년대 이래로 이탈리아의 혁명적 좌파에 깊이 관여했던 시기 전반에 걸쳐 집필한 핵심적인 정치적․이론적 논문들의 선집이다.

★『혁명의 만회』에 실린 글들은 이탈리아의 아우또노미아 운동-이 운동은 1970년대 유럽에서 내핍정치(austerity politics) 체제와 그 체제 내부에서 기성좌파가 담당했던 역할에 대한 가장 강력하고 일관된 도전들 중 하나를 전개하였다-의 정치적 전망을 이해하는 데에 필수적이다.

★네그리의 논문들은 (1960년대 ‘노동자주의’에서 발생하여 1970년대 ‘자율’운동에까지 이르는) 욕구의 해방과 자본주의적 노동체제에 대한 거부에 기초를 두고 있는 이 새로운 코뮤니즘적 계급정치의 발전 속에서 계속되고 있는 논쟁들을 위한 하나의 이론적․비판적 준거점을 제공해 주었다. 그러한 이유에서 이 논문들은 혁명적인 계급적 관점에서 오늘날의 문제들을 이해하는 데에 있어서도 매우 결정적이다.

네그리에게 있어서 현대의 항구적 위기상태는 생산에서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재생산과 순환에서까지 자본주의적 노동관계에 도전하는, 소득을 위한 그리고 프롤레타리아의 삶-욕구(life-needs)의 해방을 위한 투쟁들의 자율성으로 인해 야기된 것이다. 계급적대는 코뮤니즘적 내용을 직접적으로 제시하는 투쟁의 새로운 주체성들을 둘러싼 사회화의 한층 높은 수준에서 재구성되어 왔다. 위기는 무엇보다도 임금노동 관계의 위기, 가치형태 자체의 일반적 위기이다. 이는 처음으로부터, 즉 1960년대 후반 이래 케인즈주의 시스템의 토대를 허물었던 투쟁들의 거대한 국제적 물결을 ‘대중노동자’가 구성했던 때부터 해당되는 말이다.

이에 이어서 1970년대 중반 이래 자본주의 (그리고 사회주의) 세계 전반에 걸쳐 발생했던, 내핍체제에 맞선 다양한 봉기들은 낡은 맑스주의적 도식에서 말하는 것과는 달리 결코 ‘주변인들’ 혹은 ‘예비군’(reserve army)의 봉기가 아니었다. 그것들은 생산성 강제와 노동시장의 훈육에 맞서 욕구의 자기가치화를 주장한 운동들이었다. 그러므로 계급적대에 대한 맑스주의적 분석의 새로운 문제들과 관점들이 제기된다. 그리고 또한 여전히 노동생산성과 계획이라는 가치들에 매어 있는 사회주의의 전통적 관점과 어휘들로는 넘어설 수 없는 문제들이 도출된다.

결국 위기는 반자본주의적 대안으로서의 사회주의의 결정적 위기이기도 하다. 네그리는 현대의 위기와 발전이 더 이상 조절되지 않는 자본주의의 그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가 ‘계획자국가’(planner state)라고 규정한 케인즈주의적 국가와 포스트케인즈주의적 ‘위기국가’ 모두 역사적으로 새로운 수준의 정치적․화폐적 통제, 즉 새로운 수준의 계급도전을 봉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국가형태의 재규정들로 구성된다. 이것들은 오직 오늘날의 조건에 적합한 반자본주의적 관점을 발전시키는 데 무력해지는 대가를 감수하고서만 무시될 수 있는 것들이다.

요약하면, 네그리를 우리 시대의 가장 신뢰할 만한 맑스주의자들 중 하나로 돋보이게 만드는 것은 바로 ‘노동계급의 견지’에서 경제적 범주들을 정치화하고 역사화하려는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관심이다.

『혁명의 만회』여섯 개의 장과 부록의 특수한 내용들


1장은 1960년대에 다른 나라들에서와 마찬가지로 이탈리아에서도 중심적이었던 케인즈주의적 발전계획의 이론 및 정치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다.
네그리의 공헌은 어떻게 (논문에서 그것의 가장 주요한 이론가인 케인즈를 통해 연구되는) ‘계획자국가’(stato-piano)가 임금변수(wage variable)를 통해 축적과정 내에서 노동계급적대를 인정하고 그것을 발전계획의 중심축으로서 역동적으로 조절하려고 하는지―따라서 노동계급은 계획자국가 내에서 ‘자본주의적 발전의 원동력’이 된다―를 보여준 것이었다. 이런 분석은 1) 기성좌파가 ‘계획’이라는 틀 내부에 놓여져 있으며, 계획적 발전 정책들을 무정부적 자본주의에 대한 하나의 진보적 대안으로 간주하면서 케인주의와 공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2) 계획의 외부에서 계획에 대항하는, 적대의 특정한 지형이자 노동계급 재구성으로서의 임금투쟁이 갖는 핵심적인 정치적 잠재력을 알려준다. 발전의 외부에서 그것에 대항하는 독립적 힘으로서의 계급 자율성이 소득의 임금노동으로부터의 분리라는 형태를 취하는 것으로 보는 이러한 관점은, 이후에 케인즈주의 체제를 세계적 차원에서 위기에 빠뜨리게 될 투쟁들의 충격과 그 성격을 이해하는 열쇠를 제공해 주었다.

2장은 발전과 위기의 자본주의적 순환에 대한 맑스주의적 재해석을 통해 경제적 범주들의 객관성에 대한 이러한 비판을 한층 높은 수준으로 발전시킨다. 가치와 잉여가치는 계급관계이며 따라서 정치적으로 결정된다는 주장 그리고 국가권력과 폭력이 케인즈주의적 체제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요구되는 핵심적 조건이라는 그의 주장은 여기에서 이 체제의 불안정성에 대한 그리고 그것이 위기로 향하는 경향에 대한 강조로 나아간다. 네그리에게 있어서 임금–노동 연계(nexus)에 대한 명령을 재구축하기 위해 위기를 발전의 조건으로 관리하는 ‘위기국가’(crisis-state)는 ‘계획자국가’의 보충적 맞짝(counterpart)이다.

3장은 첫째, 위기의 고유성(originality), 새로운 수준의 적대 그리고 새로운 계급주체를 분석하기 위한 맑스주의적 어휘의 ‘갱신’을 다루고 있다. 맑스는 『요강』에서 적대적 경향이라는 개념을 통해 자본주의의 성숙한 위기―가치형태의 위기, 욕구․임금노동의 폐지․코뮤니즘을 위한 투쟁―를 분석한다. 네그리는 이 논문의 준거틀일 뿐만 아니라 그의 이후 모든 저작들의 기본이 되는 텍스트인 『요강』의 (『자본』의 맑스와는) ‘다른’ 맑스에 주목한다. 둘째, 케인즈주의적 발전을 전제로 하지 않으며 ‘위기국가’(crisis-state)라는 용어에 의해 규정되는 새로운 국가형태를 다루고 있다. 셋째, 새로운 형태의 조직화 가능성에 대해 탐구한다. 네그리는 대중투쟁들로부터 유리된 엘리트주의적인 군사적 전위주의를 주창한 사람들을 반대하면서 봉기와 마찬가지로 조직화도 대중적 투쟁운동으로부터 발생하며 그것에 내재적인 과정으로 정의한다. 마지막으로 그는, 1968년 이후의 ‘운동주의적’(movementist) 이데올로기에 공통적으로 들어 있는 유토피아적인 ‘코뮤니즘의 선형상화’(prefiguration)라는 개인주의적인 형태들과, 근본적으로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으며 현존하는 정치적 매개형식이 노동자주의적 계급관점에서도 여전히 적절한 것일 수 있다고 믿는 ‘구제불능의 낙관주의자들’ 또한 비판한다.

4장에서 네그리는 맑스의 정치경제학 비판의 개요가 담긴 초고(1857~1858)인 『요강』이 현대의 ‘맑스주의의 위기’ 속에서 제기된 많은 문제들에 해답을 주고 있으며, 맑스의 중심적 저작이자 성취의 정점일 뿐만 아니라, 가장 완결적인 저작인 동시에 정치적으로 가장 현대적 의의를 가진 저작으로 분석한다. 『요강』은 『자본론』에 대한 객관주의적이고 논리적․과학적인 독해―네그리는 이것을 “방법의 마법”이라고 부른다―에 의해 가려져 왔지만, 네그리는 『요강』을 『자본론』을 정치적 텍스트로 이해하기 위한 중요한 열쇠로 이해한다. 이 단계에서 네그리는 1970년대 중반에 일어났던, 내핍국가에 맞선 (새로운 계급주체들, 즉 사회적 영역, 자본의 재생산 및 유통영역―즉 직접적인 생산을 넘어서는 영역―에서의 새로운 적대세력을 포함하는) ‘자율’의 대중적 저항운동들, 즉 “사회적 노동자”라는 새로운 주체성으로 초점을 이동한다. 내핍체제 외부에서 그것에 대항하여 계급적 소득과 삶-욕구의 자율성을 위해 싸우는 이 새로운 운동주체들―청년 실업자, 학생, 여성, 소득 삭감에 맞서 투쟁하는 모든 이들,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임시직 노동자들 등등―은 ‘위기국가’에 맞서 적대의 새로운 대중적인 생산적 힘, 즉 직접적으로 코뮤니즘적 대안을 제기하는 힘으로 표현된다.


5장은 1960년대 이래 이루어진 자본주의 위기에 대한 국가 대응의 발전, 특히 1970년대 “위기국가”―위기정치의 관리, 조작, 협박을 통한 명령에 기반하고 있는 국가―의 뚜렷한 부각을 추적한다.
네그리는 위기국가를 알 수 없는 미래까지 영구적으로 지속될 새로운 국가형태, 즉 노동에 대한 새로운 명령형태로 파악한다. 위기국가의 부각과 더불어서 사회주의의 급진 개량주의적 가능성들은 점점 더 비현실적인 것이 된다. 또한 네그리는 오늘날의 정치에 있어서의 ‘신우파’(new Right)에 관해 몇 가지 중요한 언급들을 한다. 신우파는 시장과 교환가치가 “생산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화폐, 에너지, 식량, 군사적 제재 등을 통해 국내적 층위에서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국제적 층위에서 이루어지는 국가의 억압적 중앙집중화를 증대시킨다. 이 강압적인 권력은 임금노동과 비임금노동 가릴 것 없이 모든 형태의 사회적 노동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네그리는 이 새로운 사회적 힘들, 이 새로운 ‘생산력’ 즉, ‘사회적 노동자’는 주변화(marginalisation)와 억압에 의해 제거되기는커녕, 계속해서 자신의 물질적 힘을 행사할 것이며 국가가 대면해야만 하는 하나의 힘으로 남아 있음을 논증한다.

6장은 선진 자본주의에서의 계급적대를 사회 및 사회적 노동 전체의 자본주의적 지배에의 실질적․총체적 포섭에 조응하는 수준에서 재정의하고, ‘노동계급’ 개념을 사회적 재생산 영역 전체의 모순과 적대로까지, 즉 직접적 생산 그 자체 너머까지 확장한다. 네그리는 1960년대 이탈리아 노동자주의의 초기 주창자들로부터 오늘날 계급운동의 재구성에 대한 분석에 제기된 새로운 문제들, 즉 사회적 적대의 현재 수준에서의 ‘노동계급의 재형성’에 이르기까지 계급구성의 분석과 방법을 추적한다.

이외에도 네그리의 투옥과 관련한, 그리고 아우또노미아를 이해함에 있어 극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 (1979년) ‘4월 7일’ 재판과 관련된 몇 개의 보충적인 자료들을 담고 있다.
「혁명을 기억하는가?」는 로마에서 있었던 “4월 7일”의 전시용 재판에서 신문(訊問)을 받았던, 노동자자율운동 출신의 열한 명의 피고인들(이들 중의 몇 사람은 21세기의 세계적 사상형성에서 매우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에 의해 감옥에서 작성된 것이다. 그들은 이탈리아에서의 10년간에 걸친 독립적인 코뮤니즘적 저항투쟁들을 (권력이 무장 테러리스트그룹들과 연결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한) 중앙집중화된 지도부 단독의 음모로 환원하려는 검찰 측의 시도에 맞서면서, 이 글에서 1968년 이후 변화하는 운동의 모습을 재구축해낸다. 「네그리와의 인터뷰」는 1980년 11월에 뜨라니 특별감옥(Trani Special Prison)에서 이루진 것이며, 「뜨라니 감옥의 반란」은 뜨라니 특별감옥에서 일어난 봉기에 대한 보고서로서 네그리를 비롯한 4월 7일 사태의 죄수들이 이 사건들에 연루되어 있었다. 수감 시 보낸 「네그리가 가따리에게 보낸 편지」에는 감옥과 기소에 대한 네그리의 날카로운 분석과 감옥 생활의 어려움이 진솔하게 쓰여져 있다. 그리고 「법정에 선 네그리」는 구체적 혐의들의 제시가 아닌, 일종의 물고기 잡기(fishing operation)식의 검찰의 기괴한 형사절차를 예증하고 있는 귀중한 자료이다.

『혁명의 만회』출간의 의미


네그리는 2000년 『제국』의 출간으로 새로운 세기를 이끌 사상가로 저명해졌지만 그 전에는 1979년에 내란음모죄로 다른 많은 사람들과 함께 체포․구금된 것과 관련하여 전 세계적으로 ‘악명’이 높았다. 그것이 권력에 의해 부여된 ‘악명’이었음은 분명하다. ‘4월 7일 재판’이 처음으로부터 끝까지, 기성정치체제의 외부에서 그것에 반대하는 운동들에 죄를 덮어씌우기 위해 ‘테러리스트’라는 딱지를 사용한 정치적 마녀사냥이었음은 이제 널리 인정되고 있다. 즉 네그리는 ‘역사적 타협’(Historic Compromise)으로 알려진 좌우파 정당의 협정을 강화하기 위한 정치적 희생양으로 이용되었던 것이다. 네그리의 재판과정은 그가 공헌했던 운동 전체의 사상들과 기억을 범죄시하고 파괴하려는 시도였다. 이 책의 출간 목적 중 한 가지는 이 사상들에게 가해졌던 일반적인 왜곡에 맞서, 노동자주의(오뻬라이스모)와 자율운동(아우또노미아)의 사상적 정치적 조직적 모색이 달성한 위대한 성과들을 우리 시대의 운동을 전진시키기 위한 논의의 중심으로 가져오는 것이다.

또한 이 책의 중요성은 논문들이 쓰여진 시기 내내, 현대의 변화들에 비추어 맑스를 재해석함으로써 계급분석의 범주들을 갱신하는 방법들을 찾으려 했던 네그리의 한결같은 노력에 있다. 그는 위기 속에서의 자본-노동관계와 계급 재구성에 대한 역동적인 독해를 부단히 참조함으로써 변화하는 국가형태에 대한 분석을 발전시킨다. 그의 방법은 맑스, 특히 『정치경제학 비판 요강』(Grundrisse:이하 『요강』)―네그리는 이 텍스트를 코뮤니즘을 향한 계급투쟁의 전반적인 경향에 관한 흥미로운 새로운 통찰들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해석한다―의 저평가된 맑스에 대한 재독해에 기초하고 있다.

오늘날 맑스주의의 개념적 어휘가 (현재 위기의 시기에 나타난) 노동에 대한 자본주의적 통제의 발본적 변화, 국가권력의 새로운 형태, 계급적대의 새로운 형태들―노동계급에 대한 전통적인 규정들을 넘어서는 새로운 계급주체성 및 주체들의 발전―을 파악할 수 있도록 ‘갱신’되어야 한다면, 네그리의 저작들은 그 핵심적인 준거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분명히 오늘날 우리가 직면해 있는 계급상황의 독특성에 비추어 맑스주의적이고․ 코뮤니즘적인 관점에서 새로운 수준의 분석을 하도록 자극하고 진지한 논쟁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계급분석의 현존하는 어휘들이 이미 위기에 처해 있다는 점, 그리고 그것들이 오늘날 국가권력과 계급주체들의 새로운 적대에 직면하여 점점 무력해져가고 있으며 미래에 대한 어떠한 새로운 지침도 제공해 줄 수 없다는 점이 널리 확인되고 있는 지금, 네그리의 저작들을 담은 이 책은 이 ‘지성적 무력의 시대’를 ‘능력과 활력의 시대’로 전환시킬 수 있는 매우 유효한 지적 계기들을 제공해 줄 것이다.

옮긴이 후기 : 혁명적인 맑스를 구출하기

이 책을 편역한 레드 노츠(Red Notes)는 “맑스의 발본적 충동을 약화시키고 신비화하려고 했던 사람들의 손아귀로부터 ‘혁명적인’ 맑스를 구출해내려는 네그리의 시도들을 표현”하기 위해 ‘Revolution Retrieved’라는 제목을 선택했다고 말한다. 그들의 말처럼 『혁명의 만회』에서 네그리는 맑스를 만회하고, 억압 속에서도 매번 더욱 강력한 모습으로 다시 나타나는 새로운 주체들을 만회하고, 그들과 함께 국가폭력에 의해 짓눌렸던 자신의 삶을 만회하며, 그리하여 결국 혁명을 만회하려 한다. 나는 그러한 시도들을 담은 이 책의 한국어판 발간이 ‘혁명적인’ 네그리를 만회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소망한다.

여기 실린 글들은 모두 1967년부터 1983년 사이에 씌어진 것들이다. 때문에 저 치열한 ‘만회’의 시도들이 지금 이 자리에서 ‘만회’되려면 20~30년의 시간적 간격을 뛰어넘어야 한다. 그러한 ‘만회’의 방법으로 가장 흔한 것은 이 책에 실린 글들을 네그리의 사상적 발전에 있어서의 한 단계로 위치짓는 것이다. 그럴 경우 『혁명의 만회』는 『제국』이나 『다중』이라는 목적지를 향해가는 징검다리 중 하나로 인식되기 쉬울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요강』과 『자본론』의 관계에 대해서 그렇게 생각했던 것처럼 말이다. 실질적 포섭에 대한 강조는 제국 개념을 예비하는 것이고, 위기국가의 위기 활용 문제는 『제국』의 ‘부패’ 개념으로 이어지고, 사회적 노동자 개념은 다중 개념의 전단계이다 등등. 이처럼 이론적 연속성을 탐구하는 작업은, 불필요하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새로운 것을 말해주지는 않는다. 목적지와의 관련 속에서 제기되는 과정이란 언제나 목적지에 대해 종속적일 수밖에 없으며, 그러한 한에서 (목적지 이전에 오는 것으로 파악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결국 낡은 것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네그리가 『요강』을 읽는 방식으로, 즉 텍스트가 가진 발본적인 충동을 억제하지 않는 방식으로 『혁명의 만회』를 읽었을 때 가장 새롭게 눈에 띄는 것은 ‘투사’로서의 네그리이다. 사실 어떤 의미에서건 네그리는 언제나 투사였다는 점에서 위의 말은 어폐가 있는 것이지만, 이전에 한국에 소개된 저작들에서 직접적으로 자신을 “혁명적인 정치적 선동가”로 규정하는 네그리를 발견하기 힘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요컨대 『혁명의 만회』에서 네그리는 직접적인 정치적 현실에 발을 담그고, “이론상에서건 실천상에서건 자유와 예속은 오직 경향의 운동 내부로부터만, 체제의 파괴를 위한 지형을 준비하는 계급투쟁의 구체적 형태 내부로부터만 결정될 수 있을 뿐이다”라고 이야기하는 정치적 조직가이자 혁명가로서 스스로를 드러낸다. 예컨대 다음과 같은 구절에서 나타나는 단호함은 (이러한 구분이 허용될 수 있다면) 이론가-맑시스트의 것이라기보다는 레닌과 모택동의 전통을 잇는 실천가-맑시스트의 것이다.

처음으로부터 주어지는 객관적 진리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진리는 투쟁 속에서, 투쟁을 통하여, 실천의 변형을 통하여 구축되어야 한다. 맑스주의적 분석은 처음에서부터 계급적 관점을 부과함으로써 자신이 관여하는 현실을 규정한다. 이것이 맑스주의적 분석의 작업이 이루어지는 테두리이다. 그것은 노동계급 편에 서며, 그것의 목표는 혁명적이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현실과 관련하여 실천적 도전―힘의 행사―을 전제한다. 그것의 진리는 결과 속에 존재한다. 분석은 욕구하는 정치적 결과를 자신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따라서 “인간의 신체구조는 원숭이의 신체구조에 대한 열쇠를 쥐고 있다.” 오직 단호한 실천만이 우리에게 의미 있는 객관성을 구성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단호함과 혁명적 태도의 밑에 흐르고 있는 근원적인 힘은 노동계급의 관점에서 세계와 범주들을 비판적으로 재구성해내려는 한결같은 노력이다. 이 책에서 네그리는 시종일관 역사의 주도권을 쥐고, 계급투쟁을 통해 자본의 변화를 강제하는 것은 바로 노동계급이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이처럼 모든 범주를 계급투쟁에 회부하는 노동계급의 관점을 취한다는 점에서 네그리와 그의 책 ꡔ혁명의 만회ꡕ는 철저하게 ‘맑스’적이고(‘맑스주의’적이 아니라), 또 그렇기 때문에 강력하다. “충분히 사회화된 자본의 수준에서, 자본주의적 발전은 노동계급의 투쟁에 종속되며 그것의 뒤를 따른다”는 뜨론띠의 저 유명한 ‘역전’ 테제는 “영구적 이중권력 모델”을 주장한 뜨론띠 본인이 아닌 네그리에게서 그것의 가장 완전한 표현을 얻는다. 그리고 특히 기억해야 할 것은 이처럼 ‘아래로부터’(미묘한 문제지만, 조금 거칠게 이야기한다면 ‘아래’의 이름은 노동계급일 수도, 프롤레타리아일 수도, 다중일 수도 있다) 역사와 사회를 바라보는 네그리의 이론적․실천적 태도가 이후의 저작 전반에 걸쳐, 특히 『제국』, 『다중』과 같은 최근의 저작들에까지도 그의 이론구조의 가장 근본적인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혁명의 만회』의 투사, 즉 언제나 노동계급의 관점에서 사유하고 활동하는 혁명가로서의 네그리가 『제국』과 『다중』 속에서 살아 숨 쉬고 있음을 인식하는 것이 바로 네그리의 ‘연속성’을 발견하는 유일하게 적합한 방법이다.

인간의 다른 모든 활동과 마찬가지로 이 책의 번역․출간도 공통적인 것을 구축하려는 여러 사람들의 협력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었을 것이다. 서창현, 조정환 두 분의 초역작업과 정남영님의 조언이 없었더라면 이 책의 번역은 훨씬 더 지난하면서도 많은 오류를 낳는 과정을 거쳤을 것이다. 초역본을 함께 읽고 검토해준 강서진 님과 진성철 님이 이 책이 좀 더 나아지는 데에 큰 힘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또한 과 의 여러 구성원들과의 직간접적인 지적․실천적 소통이 없었더라면 이 책의 번역은 아예 시작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번역기간이 기약 없이 길어지는 와중에도 인내를 갖고 기다려준 갈무리 출판사 여러분들과 번역기간 내내 역자에게 큰 힘이 되었던 관심과 격려를 보내준 강지아, 김경민, 김지환, 권무석, 류현석님도 이 책의 탄생에 함께 하신 분들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혁명의 만회』는 치열한 삶 속에서 그만큼 치열한 글들을 생산해낸 네그리와 그의 작업의 근본적인 힘인 ‘우리, 다중’에게 헌정되어야 할 것 같다.

2005년 9월 19일
영광

글쓴이와 옮긴이 소개

[글쓴이]

★ 안또니오 네그리(Antonio Negri, 1933~)

이탈리아 빠도바 출생, 1957년 23세에 독일 역사주의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1959년에 법철학 교수자격, 1967년에 국가론 교수자격을 취득한 후 빠도바 대학에서 정치학을 가르쳤다. 1960년대에 『노동자의 힘』, 『붉은 노트』, 『노동자계급』 등의 잡지에 관여하였으며, 이후 빠도바대학 사회정치과학연구소를 중심으로 오뻬라이스모와 아우또노미아 사상을 발전시켰다. 1979년 4월 대탄압 당시 알도 모로 수상 납치살해 및 테러리스트의 수괴라는 조작된 죄목으로 수감되었다. 1980년대 초반 프랑스로 망명하여 파리8대학에서 정치학을 가르치는 한편, 『전 미래』지 발간을 주도하였다. 1997년 자진귀국하여 약 6년여의 수감/연금생활을 마친 후 2003년 4월에 자유의 몸이 되었다. 마이클 하트와 함께 쓴 두 권의 책 『제국』(2000)과 『다중』(2004)으로 전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그는 평생을 코뮤니즘을 위해 투쟁해온 혁명적 투사이자, 맑스, 들뢰즈, 마키아벨리, 스피노자를 아우르는 당대 최고의 지성 중 한 사람으로 평가받고 있다. 여러 저서들 중 『지배와 사보타지』, 『맑스를 넘어선 맑스』, 『야만적 별종』, 『미래로 돌아가다』(가따리와 공저), 『전복의 정치학』, 『디오니소스의 노동』(마이클 하트와 공저), 『제국』(마이클 하트와 공저) 등이 한국어로 출간되었으며 『구성력[제헌권력]』, 『시간의 구성』, 『전복적 스피노자』, 『다중』 등이 출간될 예정이다.

[옮긴이]

★ 영광(Young Gwang)

삶 속에서 부딪히는 적대와 억압, 어려움들을 회피하지 않고 대면하는 것을 매순간의 목표로 삼아 살고 있다. 부모의 성, 출신학교, 출생연도를 적지 않는 것은 그러한 목표를 바탕으로 한 작은 실천의 일부이다. 현재 [다중네트워크센터](http://waam.net)의 넷터이자 『자율평론』(http://jayul.net) 편집모임의 구성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안또니오 네그리의 논문 「다중의 존재론적 정의를 위하여」, 「‘핵국가’개념에 대한 단상」 등을 번역했고, 『권력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는가』의 번역에 참여하였다. [http://sanctimonia.net]

안또니오 네그리 저작 목록

ꡔ 『전복의 정치학』 장현준 옮김, 세계일보사, 1991년
ꡔ 『맑스를 넘어선 맑스』 윤수종 옮김, 새길, 1994년.
ꡔ 『지배와 사보타지』 윤수종 옮김, 새길, 1996년.
ꡔ 『디오니소스의 노동 1』 마이클 하트와 공저, 이원영 옮김, 갈무리, 1996년.
ꡔ 『디오니소스의 노동 2』 마이클 하트와 공저, 이원영 옮김, 갈무리, 1997년.
ꡔ 『야만적 별종-스피노자에 있어서 권력과 역능에 관한 연구』 윤수종 옮김, 푸른숩, 1997년.
ꡔ 『미래로 돌아가다』 펠릭스 가따리와 공저, 조정환 옮김, 갈무리, 2000년.
ꡔ 『제국』 마이클 하트와 공저, 윤수종 옮김, 이학사, 2001년.
ꡔ 『구성력[제헌권력]』『시간의 구성』『전복적 스피노자』『다중』 등은 출간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