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흘리는 민중의 눈에 조국은 없다 2

찍어라 그래

중국에 일본에 그리고 이젠 미국에,

대대로 종노릇하는 부끄런 나라

지지리도 못난 나라 태어나게 한

죄많은 니 아비 어미다 찍어라 찍어

죽여라 그래

종노릇하는 나라 맡아서 마름질하는 놈들

고놈들 밑에서 또 종노릇하는 부끄런 집안

지지리도 못난 노동자 농민, 니 아비다 어미다

죽여라 그래 모조리 죽여

때려라 찍어라 죽여라 죽여.

한민족 둘로 나뉘어 원수로 총부리 겨누는

칼로 저미는 슬픔도 채 가시지 않았는데,

같은민족 같은시대 한 하늘아래 숨쉬는 같은 세대 청춘들

서로 곤봉에 방패에 몽둥이로 할퀴고 헐뜯고 죽이게 한

지지리도 못난 나라 못난 니 아비 어미, 노동자 농민이다

그래, 때려라 찍어라 죽여버려라

‘쌀개방 비준 결사반대!’ ‘비정규직 철폐!’

외마디 비명으로 스스로 떨어져 간

철없는 젊은 꽃들이야 그러든 말든,

밟아라 밟아

밟으면 밟혀도 먼저 일어서는 풀이어도 좋다

때려라 때려

맞을수록 더 단단해지는 강철이어도 좋다

막아라 밀어라 으르렁거려라

갈수록 파고치는 거세찬 파도여도 좋다

아, 전.용.철.

아스라이 멀어질수록 더욱 또렷한,

결코 지울 수 없는 밤하늘 별이어도 좋다

아, 전.용.철.

찢겨져도 결코 내릴 수 없는,

펄럭이는 피묻은 깃발이어도 좋다

아아, 그대 전.용.철. 아픈 내 사랑아!

– 05년. 12.02.

피울음을 머금고 민중대회를 바라보며.